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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전 -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단춤 지음 / 유유히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 유유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모르겠어"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성과 감성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일까,
이따금씩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도대체 나는 왜 그런 걸까?'
하며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고자 했다.
정말 내가 문제일까?
무어라 부를 수 없는 이 감정의 이름은 무엇일까?
나처럼 그런 물음표를 가진 작가 단춤이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발견한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 에세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감정 사전〉이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의 감정이 나를 스친다.
어떤 순간은 불안하다가도 평안해지고
애쓰다가도 후회하기도 한다.
슬퍼하다가도 행복해지기도 하며
좋아하는 감정이 사랑한다로
사색하다가도 포기하다로 이르는 것이
사람이기에 품을 수 있는 감정이다.
매일 나를 찾아오는 감정을 골똘히 헤아리고
들여다보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러려니,
제멋대로인 감정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뭉뚱그려 넘기고 마는 바쁜 현대인들.
그러다 보니 흘러가는 시간처럼 감정들도 어느새
바스락거리며 메말라져 버리곤 한다.
단춤은 이런 감정들의 바스락거림 앞에서
잠시 멈춰 보기로 한다.
엉켜있는 감정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합 겹씩 풀어가며 들여다볼 용기를 낸다.
마음을 표현하는 50개의 감정에 대하여
사전이나 세상이 정의하는 의미가 아닌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를 찾아오는 감정을 헤아려보고 이름을 붙이며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 책은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담긴
작가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또는 잘 몰라서
이해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던 감정들에 대해
단춤은 그 시작을 돌아본다.
이 마음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그 탄생에 대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타인이나 세상이 정의하는 의미가 아닌
나만의 의미가 담긴 단어들로
감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더한다.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냐거나
세상이 정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어떻게 이해하고 위로를 전해야 할지 방황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자신만이 정의한 감정 단어들의 의미를 통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작가가 자신만의 해석을 한 감정 단어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나만의 해석을 더하게 되었다.
같은 감정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이 다르면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고,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통해서
그동안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던 의미들에
비로소 이름을 붙이면서
스스로에게 '다정함'이라는 온기를 전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속 작은 행복 조각들을 찾아
모험을 떠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바라는 대로 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나의 인생에서도 숙련가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곤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는 감정을 참고
들여다볼 새도 없이 흘려보내곤 한다.
나의 감정에 제대로 시간을 주고 마주한다면
혼란스러운 이것을 무어라 부르면서 정의할 수 있다면
조금은 덜 혼란스럽고 조금은 더 편안하며
그렇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마음과 마주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지친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나아가는 자신을 만드는
다정한 시선의 방법, 그런 다정한 힘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귀여운 그림과 함께 전하는 따스한 힘을 전해 받으며
나의 진심을 마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