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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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의 외동딸을 둔 부부가,

딸의 미래를 걱정하며

더 늦기 전 딸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본격 결혼시장에 뛰어들며

이른바 '부모 대리 맞선'에 참여하게 된다.


아직은 20대인 나이지만

이제 곧 30대를 앞두고 있고

이러다가 부부가 떠난 이후에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게 될 딸이

너무나 걱정되는 부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딸에게 결혼을 권하게 되는데,

그런 그들이 선택한 것은 '부모 대리 맞선'


결혼을 희망하는 자녀들의 신상서를 작성해서

대리 맞선장에서 만난 부모님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마음에 드는 상대의 신상서를 서로 교환한다.

그 이후 만남은 당사자인 두 사람에게 달려있지만,

부모들끼리 자녀들의 결혼을 위해 나서고

그 첫 단추를 부모님이 끼운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만남과는 차이가 있는데


기대하고 준비하며 나갔던 맞선은

생각과는 다른 현실로 다가온다.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사진과는 다른 모습,

혹은 지극히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가진 상대를 보며

'이런 상대에게 우리 딸을 만나게 할 수 없어'

하다 보니 손에 남는 신상서는 몇 개 없게 되는데,

그나마 딸도 부모도 마음에 드는 상대는

신상서 교환을 거절하는 등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 욕심이었던 건지

대리 맞선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게 풀린다.


여러 번의 대리 맞선을 준비하며

딸인 도모미와 부모인 지카, 후쿠는

결혼과 결혼 상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이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던 때와는

다른 도모미의 생각과 모습에

세대 차이, 결혼 관념에 대한 차이를 느끼게 되고,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둔 친구들과의 연락 속

먼저 결혼하고 손주를 두게 된 이야기에는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또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현실의 결혼 이야기 앞에서 지카코는

결혼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나라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연애도 결혼도 쉽지 않은 현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과연 도모미는 부모 대리 맞선을 통해

결혼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대리 맞선을 통해 만나게 된 여러 상대들,

그리고 결혼 적령기의 딸을 둔 주인공 지카코가

딸, 친구 등과 함께 나누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결혼에 대한 세대 차이를 들여다보고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그렇다면 결혼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최근에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어."


신문기사나 한창 지긋한 나이를 가진 어른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었던 얘기들이

소설 속에서도 펼쳐진다.


결혼이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결혼 상대로 좋은 사람인지?

소설 속에서 도모미와 함께

다양한 맞선 상대를 마주하며

결혼이라는 현실이 전하는 씁쓸함을 맛본다.


출간하는 책마다 사회문제를 꼬집으며

유쾌한 전개를 보여주던 가키야 미우는

이번에 '결혼'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왜 이렇게 결혼을 하기가 힘든지,

어떤 결혼 상대를 찾고 있는지,

결혼 앞에서 결혼 적령기인 자녀들과

그 부모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거울처럼 현실을 비춰주며

그 기이하게 기울어지고 있는

하나의 사회를 보여준다.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가 아닌

손익을 계산하고 마는 모습,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남편 혹은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가족을 만들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지금,

여전히 미혼으로 부모님과 살아가는 나 역시

소설 속의 도모미, 부모님과

비슷한 고민을 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성해야 하는 과업처럼

결혼을 적당한 시기에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도 결혼에 대한 '절실함이나 필요성'을

당사자들이 직접 느끼는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N포세대의 입장에서 얘기해 본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식의

해피엔딩은 이제 더 이상 끝이 아니다.

결혼이 행복의 마침표가 아니고,

결국은 '나'라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

우선인 시대가 됐는데

오늘날을 살아가는 N포세대들에게

결혼이라는 것이 다시금 '필요하고 하고 싶은'

행복의 포인트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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