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종소리 - 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
김하나 지음 / 민음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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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시대와 사람을 반영한다.

문학작품 속에서 보이는 수많은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기도 하고

과거의 어떤 시간, 혹은 먼 미래의 언젠가를

상상한 모습이기도 하다.


해석하기 나름인 작품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시대를 넘어선 어떤 파장을 우리 마음에

남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파장은 읽히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울리기도 하며

어떤 작품은 발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 엄청난 사랑을

받기도 하니 이 파장을 찾아, 이 울림을 찾아

우리는 '고전'이라 불리는 것을 읽는 것 같다.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떠올리면

대학교 신입생 시절 우연히 방문했던

동기의 자취방 책장에 가득했던 책들이 생각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세계문학은커녕 교과서 및 권장도서로만

일컬어지던 한국 현대 문학에만 익숙했었는데

색색의 어여쁘기도 하고 어려워 보이는 책들이 가득한

동기의 책장을 보고 있자니

책을 파먹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내가

이렇게 책을 안 읽었다니 하는 부끄러움과 함께

마치 금자탑처럼 느껴지는 그 아이의 책장이

절로 나에게 도전의식을 불태웠던 것 같다.


하지만 고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워낙 오래전에 쓰인 작품들이기도 하고,

그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와 문화에 대한

이해까지도 필요했기에 나는 재빠른 후퇴를 결심했다.

너는 너, 나는 나. 각자의 취향이 있듯

나에게는 나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주는 책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을 잔뜩 흘려보내고

어느덧 40대를 코앞에 둔 나이가 되고 나니

'언제까지 읽고 싶은 책만 읽어서 되겠나'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전은 어렵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때마침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인

김하나 작가의 고전 읽기에 대한 책이 나와서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라는 생각에

기꺼이 즐겁게 읽게 되었다.

세계문학이라는 거대한 도시로의 여행을

이끌어줄 가이드 '김하나'가 쓴

《금빛 종소리》이다.


김하나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문학을 담당했던

신참 남자 선생님의 일화와

고전 읽기의 미덕에 대해서 얘기하며

특유의 위트가 가득한 프롤로그를 써냈다.

다들 읽으라고만 했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고전을 읽으면 무엇이 좋은지 얘기하지 않았는데

부담 없이 편하게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흔들리는 동공을 하고 운전대를 쥐는

초보운전자를 가리키는 능숙한 연수 선생님처럼

김하나 작가는 우리에게 고전으로 진입하는

매끄러운 윤활유를 톡톡 쳐주고 있었다.


책 속에서는 5가지의 고전이 등장한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까지

다섯 작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김하나 작가만의 터치가 더해지며

이 작품을 가볍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요약하기도 싫고, 시간도 아깝고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를 편집본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또 호흡이 긴 소설의 경우

내가 직접 보거나 읽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지만

'그 책(영화, 드라마) 얘기 좀 해봐'라고 했을 때

유난히 맛깔스러운 느낌에 혼자서라면

절대 읽거나 보지 않았을 작품을 펼쳐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고전이 어려웠던 내게 이 책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고,

읽고 쓰며 말하는 사람 김하나가 전하는 고전은

마치 몰랐던 매력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편집해 주는

PD 직캠 파일을 보는 듯 흥미롭고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즐기고 향유한다는 뜻이 있는 스페인어

'디스프루타르'라는 동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

아우라를 통해서는 김하나 작가와 함께

멕시코시티의 한 거리로 여행하게 된다.

녹색과 붉은색으로 점쳐지는 작품,

멕시코 바로크 양식을 그려지게 하는 작품의 배경은

마치 가보지 않은 도시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시선'이라는 시각을 느끼게 한

순수의 시대는 또 어떤가.

남성과 여성, 어떤 계급을 나누는 편견과 시선에서

각 인물의 모습을 새로이 풀어나가는 모습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문학작품마다 고유한 리듬을 담은

유르스나르의 작품을 통해서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는 순간

책에 대해 가져온 마음과 같다고 느꼈다고 한

김하나 작가의 고백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지인들에게서 마흔 넘어서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던

맥베스에 대해서는 작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연극적인 요소에 대한 설명까지 더해져 더 재미있었다.

최근에 맥베스가 연극으로도 시작되었는데,

연극을 보기 전 김하나 작가의 이 해석을 보고

작품을 본다면 더욱 즐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카프카의 대표적 작품인 변신에서는

벌레로 변한 외판원의 이야기를 통해

문학만이 가능한 웃픈 현실을 전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해충이 되었다는 한 가지

판타지적 사건 말고는 다른 요소들이 매우

사실적이고 진지한 맥락을 따르는

이 작품만이 가진 차이점을 통해

카프카가 만들어낸 기가 막힌 문학적 초현실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친절한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읽지 않는 작품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더 이상 고전에 대해서

펼쳐보기에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열고 멈출 수 있는, 그리고 다시 펼쳐보고

두터운 베개로도 사용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세계로의 진입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방대한 고전 세계로의

한 발자국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어려웠던 고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면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고전 읽기를 하고 싶다면

고전 읽기의 가이드 김하나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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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 방
김그래 지음 / 유유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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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부모님과 나 사이의 시간.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는 하지만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과 우리들의 어린 시절,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오늘은 생활의 차가 크게 다가온다.


'배곯지 않고 먹기만 했으면' 했던

엄마 아빠 세대는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간이 유독 많았다.

먹고살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던 그 모습은

'나'보다는 가족의 이름 혹은

아이의 이름으로 점쳐졌으며

'나'는 흐릿해졌지만

그래도 아이와 가족을 챙길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는 마음으로

엄마로의 삶을 만족하고 있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 풍족한

지금의 나는 공감할 수 없는

오롯이 1인으로서의 엄마의 삶.

우리 엄마의 경우 직장 생활을 하며

상대적으로 엄마의 이름으로 불리는

시간이 있었기에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기는 했지만

막상 엄마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지는

묻지도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서 연재하며

최고의 화제작인 김그래 작가의

《엄마만의 방》이 단행본으로 전격 출간되었다.


베트남에 가서 일을 하게 되는 기회가 생기며

50여 년 만에 독립생활을 하게 된 작가의 엄마

이야기를 담은 만화 에세이였는데,

작가가 딸의 입장에서 또 엄마의 시선에서

베트남과 한국에서의 시간을 담은 책이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를 떠나서

오롯이 1인분의 삶을 살게 된

엄마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보면서

나는 늘 궁금했던 나의 엄마의 모습을

작가의 이야기 속에 겹쳐서 보게 되었는데


'엄마는 잘 모르니까' '엄마는 모를 거야' 하며

옆에서 챙겨주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더 빨리 완벽하게 해줄 수 있는데,

못하는 것을 차분히 알려주고 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어쩐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해결을 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걸,

엄마 스스로도 해낼 수 있는 엄마의 몫이 있다는 걸

최근 들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책 속에서는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작가의 엄마의 얘기가 펼쳐진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씩씩하게 적응을 하고 해내는 엄마의 모습,

나는 모르는 바깥에서 '일할 때 엄마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꼼꼼하고 완벽하며

단단하다는 것을 왜 나는 미처 몰랐을까?

혼자서도 여행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엄마의 모습에는

어쩐지 울컥해서는 수시로 책을 읽다 멈추게 됐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엄마의 베트남 생활,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엄마를 보며

서운함을 느꼈던 작가님의 마음까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잔뜩 몰입해서는 공감해서 읽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엄마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엄마는 우리를 어떻게 키운 거야?' 싶게

그때의 엄마는 지금 나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육아도 집안일도 직장까지도 척척해냈었다.

그때는 그게 어른이 되면 당연히 해야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쉽지도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작가님의 엄마만큼이나

우리 엄마의 시간도 제법 멋지게 열매를 맺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에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고

쉬지 않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그동안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며

먹고 사느라, 동생들을 위해 포기했었던

뒤늦은 학업의 길까지 걸으며

공부도 일도 집안 살림도 운동도 건강도

꼼꼼하게 챙기는 요즘의 엄마가

나는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엄마는 이따금씩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는데

나는 훈장처럼 새겨진 엄마의 그 시간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엄마가 늦었지만(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게

지켜보는 딸의 입장에서도 너무 좋고

나도 나이가 들어도 엄마처럼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새로이 1인분의 삶을 사는 엄마의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뭉클함과 찡함으로 울컥하는 마음으로

더 많이 멈춰지게 했다.

엄마라는 이름은 왜 이렇게 눈물과 세트로 오는 걸까?

엄마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서

내가 느낀 이 감동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유유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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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박스 - 인생의 중심을 잡는 거인의 16가지 생각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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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가 나의 중심을 잡지 않으면

파도가 치는 바다처럼 흔들리기 마련이다.

흔들리면서 성장한다고는 하지만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단단한 나만의 중심이 필요한데,

주변의 시선이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이 중심을 잡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


인생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나만의 생각이 필요하고,

이런 나만의 생각을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국내 1호 기록학자이자 《거인의 노트》, 《파서블》을

통해서 생각을 기록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김익한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바로 《마인드 박스》이다.


기존의 책들이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

기록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번에 읽게 된 《마인드 박스》는 인생의 주인인

'나'에게 초점이 맞춰서 있다.


요즘의 우리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이 정한 기준 등에 맞춰서 사느라

내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나다운 게 뭐지?'하고

부유하곤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원하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조차 어려워하고 말이다.


저자는 '기록'이라는 행위에 앞서

생각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내 안에 흐르는 무수한 생각을

의미 있게 꺼내는 수단으로의 기록을 말하고 있다.

내 안의 생각을 쓰기 위해서는

나만의 기준으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한 사람에게 있어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기축이 되는 생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리와 지식을 정리해 '생각 틀'로 만든 것을

마인드 박스로 정의하고

기록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이 마인드 박스를 채우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16가지로 정리한 마인드 박스를 통해

책을 읽으며 저자와 함께 채우면서

나만의 인생관이자 기축을 세워가는

과정을 완성할 수 있다.



저자는 나답게 살고 싶다면

생각을 축적하라면서

나만의 인생관을 만드는

6단계 생각 정리 법을 소개하고 있다.


1단계 생각의 바다

: 무수한 생각이 오고 가는 생각의 바다에서

필요한 생각만 뽑아낸다


2단계 박스 채우기

: 머릿속에 빈 박스를 반들어 생각의 바다에서 뽑은

생각들을 하나씩 채워 넣는다


3단계 지식과 이론 넣기

: 책이나 강의 등 다양한 공부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외부의 지식과 이론을 찾아

생각과 함께 박스에 넣는다.


4단계 내용물 섞기

: 박스 안에 담아둔 나의 생각과 외부의 지식, 이론을

변증적 사고로 융합한다.


5단계 새로운 생각 기록

: 박스 안에서 융합된 생각을 노트에 기록하고

정리해 마인드 박스를 완성한다


6단계 마인드 박스 쌓기

: 필요할 때마다 마인드 박스를 만들고,

주제별로 분류해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마인드 박스를 만들고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무수한 생각 중 필요한 생각에

외부의 지식과 이론을 더해 더욱 단단한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보고 이를 나의 인생관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마인드 박스'라는 생소한 개념이 무엇인지?

저자가 정의한 개념을 따라

빈 상자를 채워가면서 나만의 기축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름답다'라는 말의 아름은 '나'를 뜻한다고 한다.

사람은 나다울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인데

타인에게 휘둘리며, 내 삶을 주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질문과 연계된 가치를 찾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기준이 생기고

자신 스스로도 '나다움'으로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


마인드박스 기록 법에 있어서도

기억에 남는 키워드를 뽑고

거기에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다음

나만의 인생관을 만들어 기록해둔다면

어떤 주제(마인드박스)에 따라

나의 기축을 확립해두고

그 기축에 따라 나의 의사를 결정하며

인생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이라는 것의 행위에

의미를 더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높인 김익한 교수의 이 책은

중심을 잡지 못해 흔들리는 이들에게

나의 생각을 축적하고

흔들리는 삶의 돌파구를 찾는데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나는 몇 개의 마인드 박스를 쌓을 수 있을까?

내 속에서 몇 개의 마인드 박스가 완성되었을까?

나를 지탱해 줄 이 박스들을 차곡차곡 쌓아봐야겠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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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의 위로 - 해야 하는 일 사이에 하고 싶은 일 슬쩍 끼워 넣기
김지용 외 지음 / 아몬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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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노력해야만 하는 분위기,

그 속에서 쉴 틈을 찾고 싶지만

어쩐지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책망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나지?'

'나는 왜 남들처럼 하지 못하지?' 하면서

타인과 견주어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자신에 대한 빡빡한 기준치가 늘어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더 많은 노력을 더하다 보면

어느새 파스스 하고 무너져 버린 나만 남게 된다.


한창 앞으로 달리고 넘어야 하는 목표들이 많았던

20대와 30대 때와 달리 이제 40대를 앞두고 있다 보니

언니와 동생, 우리 세 자매는 이따금씩

살아가는 방식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곤 한다.

나이를 들수록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는데,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질문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나를 확실하게 즐겁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일과 사람 간의 관계에 지쳤을 때,

나를 오롯이 나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나만의 해피포인트 나만의 숨 쉴 틈이

있다면 퍽퍽하고 바쁜 인생 속에서도

쉬엄쉬엄 템포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확실한 기쁨이자 즐거움이

나는 꾸준하게 보아온 "배구"였고

언니는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들에게 맞추어졌던 인생시계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무료함으로 다가오다 보니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 더하면 더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언니는 부쩍

마음이 바빠진 것 같았다.


취미나 취향이랄 것도 없이

시간에 맞춰 혹은 주어지는 경제적 상황에 맞춰

나보다는 아이, 가족을 위했던 언니에게는

상대적으로 결혼을 안 하고 자유로이 지내는

우리들보다는 그 부침이 가까이 다가왔던 것 같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회사에서 도달해야 할 목표나

어떤 비교치에 따라가다 보니

스스로를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정체가 뭔지도 몰랐던 그 답답했던 감정과

무료했던 컨디션이 어쩌면 요즘 말하는

'번아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비로소 한다.


지금은 타인의 시선과 말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졌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 나지만,

이전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겨냈는지

기억조차 까무룩 해질 무렵

해야 하는 일 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슬쩍 끼워 넣어 숨 쉴 틈을 마련하며

무기력과 공허함을 이겨낸

사람들의 얘기를 만나게 되었다.


유퀴즈에도 출연했던 김지용 전문의와

강다솜 아나운서, 서미란 라디오PD,

농구선수 출신의 김태술이 공저한

《빈틈의 위로》이다.


사실 책을 읽으며 뒤늦게 유퀴즈 방송 장면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주변에서 무료함이나 번아웃,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어쩐지 소극적인 치료나 외면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대표작가인 김지용 전문의는

자신이 상담했던 환자들의 다양한 케이스와 더불어

함께 일하며 알게 된, 또 궁금했던 인물들과의

공저를 통해 '노력, 최선'만을 강조하고

열심히만 살았을 뿐인데 공허하고 무력해져버린

모두를 위한 따스한 위로를 책에 담았다.


법학과 출신의 아나운서

선천성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가지고 태어난 라디오 작가,

손에 꼽히는 선수였으나 찾아온 슬럼프 앞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농구를 내려놓은 농구선수까지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는 꼭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대 형성과 함께

이들이 자신의 지침 속에서 어떤 극복을 해왔는지를

접함으로써 '나도 빈틈을 만들 수 있다'라는

용기를 가지게 해 주었다.


시작과 끝을 담당한 김지용 작가는

책을 통해 근본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큰 골조를 잡았고

2~4장에서는 각 공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김지용 작가와의 나눈 대화들로

무언가 상담 같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 데도 성과가 나지 않고

부족하게만 보였던 스스로의 자신에게

지치고 자책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에

일하고 싶던 서비스를 담당하며

남부럽지 않은 회사 생활을 하다가

'이때다!'싶어 기회를 잡은 듯

희망퇴직에 이름을 올리고 회사를 나와

한동안 방황을 하던 나 역시도

스스로에게 자책을 하던 시간이 있었다.


지난한 후회를 하기도 했고

그러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밖으로 잘나가지도 않고 가족들과만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꽁꽁 숨기곤 했었는데,

그런 나에게 숨 쉴 틈이자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던 건 배구였다.

워낙도 좋아하던 것이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는 '시간이 없어서'

'일해야 하는데 언제'라는 생각에

보러 갈 엄두조차 못 냈었던 배구였는데

집에만 콕 박혀있는 우리를 보고는

"너희 배구 좋아하는데, 배구라도 보러 나가봐"라는

부모님의 말에 한 번, 두 번 나가다 보니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경기,

선수들의 땀과 함성, 그 속에서 함께하는 나도

마치 하나의 몫을 하고 있다는 만족스러운 느낌에

다시 사람들 속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배구를 좋아하고 있고,

내 인생에서 제법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거기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일과 쉼, 배구 사이에서도 완급조절 및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빈틈이 여행 일지도,

혹은 사진 일지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그 자체일지도

혹은 어떤 경험일 수도 있을 텐데

자신만의 그 틈을 찾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놓쳐버린, 혹은 잊고 있었던 나만의 빈틈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칠 때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던 이라면,

너무 힘든데 어떻게 일어나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나씩 하면서

빈틈 있는 삶으로 빛을 잔뜩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도서출판 아몬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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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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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울리는 음식이라는 뜻의 소울푸드.

추억이 담긴 음식 혹은 각 지방의 특색음식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특히

정서적인 의미를 가득 부여하여

원래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화이팅 메뉴'가 있다.

비가 오는 날 어쩐지 처진 기분을 업 시켜주는

달달한 믹스커피에 찍어 먹는 크래커라든가

아프고 난 뒤에 꼭 통째로 아구아구 깨물어먹는 사과,

배고팠을 때 뜨거운 하얀 밥에 콩가루를 버무린

콩가루 밥 등 꼭 화려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내 마음에는 꼭 드는 그런 음식 말이다.


기운이 없거나 기분이 상하거나

혹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어떤 감정에 '음식'이라는 게 더해지면

그 분위기가 반전이 된다.

더욱 즐거워지기도 하고, 슬픔이 조금 마르기도 하며

상처받은 마음에 딱지가 생기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런데, 계획 없이 만나고 방문하게 된

조용한 1인 전용 카페에서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음식을 만난다면

이걸 '운명'이라는 말 말고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전편이었던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를 통해서

많은 손님의 마음을 훔쳤던 소로리가

이번에는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새로운 메뉴로 다시 찾아왔다.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작가인 시메노 나기는 《막차 전의 간단 식사》로 데뷔해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와 그 속편으로

일본 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내고 있는데,

실제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도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 주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감 나면서도 특색이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을 읽으면서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1인 전용 카페 '도도'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온 이번 속편 역시

한껏 축축했던 마음을 뽀송하게 말려주는

기분이었다.


카페 사장인 소로리는 어쩜 이렇게

적시에 각 손님에게 잘 맞는 메뉴를 만들 수 있을까?

이렇게 마음에 가진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카페 도도를 근처에 둔 손님들은 또 얼마나 행복인가?

하고 괜스레 주변의 카페들을 둘러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타인과의 관계와 말에 있어서 상처를 받기가 쉽다.

때로는 그런 상처 앞에서 괜스레 자기 탓을 하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할 때도 있는데

담담하게 내 마음속을 꿰뚫는 질문을 주고

마음속 상처를 치유해 주는 맛있는 음식까지

제공하는 이런 카페라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리즈로 나오는 작품의 경우

자칫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어 지루하다 느끼거나

진부하다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편인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가

각 손님들 간의 연결고리가 강조되고

카페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하는 편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속편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는

보다 각 편에 나오는 인물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서

인물들이 가진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면서 전편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오이 포타주'의 주인공인 가즈키와

'앙버터 토스트'의 주인공인 아카리

이야기 편이 특히나 기억에 남았는데,


가족을 잃고 그 슬픔 이후 일상을 찾기까지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소로리가 가즈키에게 해주는 말들이

마치 그때의 나에게 해주는 위로 같아서 말이다.


아카리의 경우 낮아진 자신감으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존감'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과 평가를 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 이후에 카페 도도의 새 시리즈가

또 나올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새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면

이번에는 또 어떤 메뉴로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한껏 상처를 머금은 장마철의 마음을 가졌다면

카페 도도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뽀송하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더퀘스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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