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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 방
김그래 지음 / 유유히 / 2024년 7월
평점 :

30년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부모님과 나 사이의 시간.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는 하지만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과 우리들의 어린 시절,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오늘은 생활의 차가 크게 다가온다.
'배곯지 않고 먹기만 했으면' 했던
엄마 아빠 세대는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간이 유독 많았다.
먹고살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던 그 모습은
'나'보다는 가족의 이름 혹은
아이의 이름으로 점쳐졌으며
'나'는 흐릿해졌지만
그래도 아이와 가족을 챙길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는 마음으로
엄마로의 삶을 만족하고 있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 풍족한
지금의 나는 공감할 수 없는
오롯이 1인으로서의 엄마의 삶.
우리 엄마의 경우 직장 생활을 하며
상대적으로 엄마의 이름으로 불리는
시간이 있었기에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기는 했지만
막상 엄마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지는
묻지도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서 연재하며
최고의 화제작인 김그래 작가의
《엄마만의 방》이 단행본으로 전격 출간되었다.
베트남에 가서 일을 하게 되는 기회가 생기며
50여 년 만에 독립생활을 하게 된 작가의 엄마
이야기를 담은 만화 에세이였는데,
작가가 딸의 입장에서 또 엄마의 시선에서
베트남과 한국에서의 시간을 담은 책이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를 떠나서
오롯이 1인분의 삶을 살게 된
엄마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보면서
나는 늘 궁금했던 나의 엄마의 모습을
작가의 이야기 속에 겹쳐서 보게 되었는데
'엄마는 잘 모르니까' '엄마는 모를 거야' 하며
옆에서 챙겨주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더 빨리 완벽하게 해줄 수 있는데,
못하는 것을 차분히 알려주고 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어쩐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해결을 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걸,
엄마 스스로도 해낼 수 있는 엄마의 몫이 있다는 걸
최근 들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책 속에서는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작가의 엄마의 얘기가 펼쳐진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씩씩하게 적응을 하고 해내는 엄마의 모습,
나는 모르는 바깥에서 '일할 때 엄마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꼼꼼하고 완벽하며
단단하다는 것을 왜 나는 미처 몰랐을까?
혼자서도 여행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엄마의 모습에는
어쩐지 울컥해서는 수시로 책을 읽다 멈추게 됐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엄마의 베트남 생활,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엄마를 보며
서운함을 느꼈던 작가님의 마음까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잔뜩 몰입해서는 공감해서 읽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엄마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엄마는 우리를 어떻게 키운 거야?' 싶게
그때의 엄마는 지금 나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육아도 집안일도 직장까지도 척척해냈었다.
그때는 그게 어른이 되면 당연히 해야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쉽지도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작가님의 엄마만큼이나
우리 엄마의 시간도 제법 멋지게 열매를 맺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에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고
쉬지 않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그동안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며
먹고 사느라, 동생들을 위해 포기했었던
뒤늦은 학업의 길까지 걸으며
공부도 일도 집안 살림도 운동도 건강도
꼼꼼하게 챙기는 요즘의 엄마가
나는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엄마는 이따금씩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는데
나는 훈장처럼 새겨진 엄마의 그 시간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엄마가 늦었지만(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게
지켜보는 딸의 입장에서도 너무 좋고
나도 나이가 들어도 엄마처럼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새로이 1인분의 삶을 사는 엄마의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뭉클함과 찡함으로 울컥하는 마음으로
더 많이 멈춰지게 했다.
엄마라는 이름은 왜 이렇게 눈물과 세트로 오는 걸까?
엄마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서
내가 느낀 이 감동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유유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