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빈틈의 위로 - 해야 하는 일 사이에 하고 싶은 일 슬쩍 끼워 넣기
김지용 외 지음 / 아몬드 / 2024년 7월
평점 :

열심히 노력해야만 하는 분위기,
그 속에서 쉴 틈을 찾고 싶지만
어쩐지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책망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나지?'
'나는 왜 남들처럼 하지 못하지?' 하면서
타인과 견주어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자신에 대한 빡빡한 기준치가 늘어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더 많은 노력을 더하다 보면
어느새 파스스 하고 무너져 버린 나만 남게 된다.
한창 앞으로 달리고 넘어야 하는 목표들이 많았던
20대와 30대 때와 달리 이제 40대를 앞두고 있다 보니
언니와 동생, 우리 세 자매는 이따금씩
살아가는 방식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곤 한다.
나이를 들수록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는데,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질문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나를 확실하게 즐겁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일과 사람 간의 관계에 지쳤을 때,
나를 오롯이 나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나만의 해피포인트 나만의 숨 쉴 틈이
있다면 퍽퍽하고 바쁜 인생 속에서도
쉬엄쉬엄 템포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확실한 기쁨이자 즐거움이
나는 꾸준하게 보아온 "배구"였고
언니는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들에게 맞추어졌던 인생시계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무료함으로 다가오다 보니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 더하면 더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언니는 부쩍
마음이 바빠진 것 같았다.
취미나 취향이랄 것도 없이
시간에 맞춰 혹은 주어지는 경제적 상황에 맞춰
나보다는 아이, 가족을 위했던 언니에게는
상대적으로 결혼을 안 하고 자유로이 지내는
우리들보다는 그 부침이 가까이 다가왔던 것 같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회사에서 도달해야 할 목표나
어떤 비교치에 따라가다 보니
스스로를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는 정체가 뭔지도 몰랐던 그 답답했던 감정과
무료했던 컨디션이 어쩌면 요즘 말하는
'번아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비로소 한다.
지금은 타인의 시선과 말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졌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 나지만,
이전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겨냈는지
기억조차 까무룩 해질 무렵
해야 하는 일 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슬쩍 끼워 넣어 숨 쉴 틈을 마련하며
무기력과 공허함을 이겨낸
사람들의 얘기를 만나게 되었다.
유퀴즈에도 출연했던 김지용 전문의와
강다솜 아나운서, 서미란 라디오PD,
농구선수 출신의 김태술이 공저한
《빈틈의 위로》이다.
사실 책을 읽으며 뒤늦게 유퀴즈 방송 장면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주변에서 무료함이나 번아웃,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어쩐지 소극적인 치료나 외면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대표작가인 김지용 전문의는
자신이 상담했던 환자들의 다양한 케이스와 더불어
함께 일하며 알게 된, 또 궁금했던 인물들과의
공저를 통해 '노력, 최선'만을 강조하고
열심히만 살았을 뿐인데 공허하고 무력해져버린
모두를 위한 따스한 위로를 책에 담았다.
법학과 출신의 아나운서
선천성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가지고 태어난 라디오 작가,
손에 꼽히는 선수였으나 찾아온 슬럼프 앞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농구를 내려놓은 농구선수까지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는 꼭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대 형성과 함께
이들이 자신의 지침 속에서 어떤 극복을 해왔는지를
접함으로써 '나도 빈틈을 만들 수 있다'라는
용기를 가지게 해 주었다.
시작과 끝을 담당한 김지용 작가는
책을 통해 근본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큰 골조를 잡았고
2~4장에서는 각 공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김지용 작가와의 나눈 대화들로
무언가 상담 같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 데도 성과가 나지 않고
부족하게만 보였던 스스로의 자신에게
지치고 자책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에
일하고 싶던 서비스를 담당하며
남부럽지 않은 회사 생활을 하다가
'이때다!'싶어 기회를 잡은 듯
희망퇴직에 이름을 올리고 회사를 나와
한동안 방황을 하던 나 역시도
스스로에게 자책을 하던 시간이 있었다.
지난한 후회를 하기도 했고
그러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밖으로 잘나가지도 않고 가족들과만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꽁꽁 숨기곤 했었는데,
그런 나에게 숨 쉴 틈이자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던 건 배구였다.
워낙도 좋아하던 것이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는 '시간이 없어서'
'일해야 하는데 언제'라는 생각에
보러 갈 엄두조차 못 냈었던 배구였는데
집에만 콕 박혀있는 우리를 보고는
"너희 배구 좋아하는데, 배구라도 보러 나가봐"라는
부모님의 말에 한 번, 두 번 나가다 보니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경기,
선수들의 땀과 함성, 그 속에서 함께하는 나도
마치 하나의 몫을 하고 있다는 만족스러운 느낌에
다시 사람들 속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배구를 좋아하고 있고,
내 인생에서 제법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거기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일과 쉼, 배구 사이에서도 완급조절 및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빈틈이 여행 일지도,
혹은 사진 일지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그 자체일지도
혹은 어떤 경험일 수도 있을 텐데
자신만의 그 틈을 찾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놓쳐버린, 혹은 잊고 있었던 나만의 빈틈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칠 때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던 이라면,
너무 힘든데 어떻게 일어나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나씩 하면서
빈틈 있는 삶으로 빛을 잔뜩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도서출판 아몬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