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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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을 내리는 것은 사람인가, 신인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다.

종교적인 존재를 넘어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믿음이라는 시선으로 보느냐

그를 하나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소설에서 누가 선인이고 악인인지

생각이 수시로 바뀌곤 했다.


어렸을 때는 심심한 주말 시간을 어쩌지 못해

'당연한' 차례인 듯 교회에 나갔던 적이 있었다.

아직 마음속에서 종교나 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던 교회는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 앞에서

무딘 감정을 갖게 하였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그것을 믿고 찾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종교가 맞고 틀리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음을 바랄 뿐이다.


이렇듯 나는 종교에 있어서도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사회에서는 이 종교활동이

필수적인 관계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외국에서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경우

먼저 정착한 한인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 커뮤니티가 가장 활발한 곳이 교회라서

이전에 믿고 안 믿었고에 상관없이 많이들

교회에 다니고 거기서 관계를 형성한다고 하니,

과연 종교 선택의 자유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린 시절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동생과 부모님을 잃은 소년이 있다.

사고 당시의 끔찍한 기억과

내가 조금만 달랐더라면 가족들을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과 후회를 가진 그는

홀로 외로이 자라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사고 당시 잃었던 동생의 나이와 비슷한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점,

또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동떨어진 곳에 발령을 받아도

전혀 아무렇지 않았던 그는

오히려 다른 이들과의 접점이 없는 외딴곳으로

발령을 신청하고 (당연한 수순으로) 그곳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한사람 마을은 표지판도 제대로 없고

마을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같은 존재가 있을 정도로

폐쇄적인 데다가 사람들은 마을 밖을 잘나가지 않고

마을 내에서만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인원도 많지 않고 초등학교도 통합반으로 운영될 정도로

굉장히 외딴곳이었다.


지낼 곳도 알아볼 겸 정식 출근 일주일 전

이곳을 방문한 이준은 낯선 마을의 모습에

조금 이상함을 느끼다가도 외지인인 자신을 위해

기꺼이 머물 곳을 내어주고 집 수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서 온기를 느낀다.


학교에 정식 출근을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로 향하는 사람들에 손에 들린

피가 뚝뚝 떨어지는 봉지를 보며

저들이 교회에 바친다는 '제물'과

교회의 정체에 궁금함이 생기는데


이윽고 발생한 학교에서 키우던 토끼의 죽음,

'고기가 없어서..'라는 말로 토끼를 죽인 것을 인정한

한 아이를 비롯해 일련의 계기로 통제되었던

교회라는 공간에 나가게 된 이준은

마을의 이장이자 교회에서 '영접'을 하게 도와주는

이장과 그 영광의 방에 대한 미스터리를 가지게 된다.


마을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서

과거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며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출하다 다치게 된 이준.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영광의 방에 가게 되고

드디어 그들이 '신'이라 말하게 되는 존재를 영접하며

심하게 다쳤던 손을 순식간에 치료받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후 '신'과 '영접'을 통해 세상을 떠난 가족을

되살리고자 한 이준의 비뚤어진 욕망을

마을을 통째로 흔들 사건을 만들게 된다.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 사이

그 존재에 자체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이준이

이를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숨겨진 '제물'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며 파국에 달한다.


종교가 아닌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사이에서

혼자 다르게 생각하는 외지인인 이준이 느끼는

기이함이 처음에는 '낯섦'에서 시작하지만,

실제 이준이 영접을 하고 난 이후 그의 마음이 바뀌며

이야기는 큰 요동을 치며 변화하게 된다.


신과 영접을 믿지 않던 이준이

간절히 그것을 원하게 되면서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것을 어디까지

희생하게 하는지 민낯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기괴한 설정, 믿을 수 없는 반응이 이어지며

'진실'이나 어떤 '선함과 악함'에 대한 평가보다

앞으로 그래서 어떻게 이어질지를

정신없이 쫓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다다랐다.


절대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이장을

과연 마냥 악인으로만 볼 수 있을 것인가?

개인의 소망을 위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내달리던 이준을 순수한 선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대를 이어 연결되는 한사람 마을의 시간이

외지인 이준으로 인해 흔들리고 진실이 파헤쳐 지며

씁쓸한 인간의 본성과 민낯이 드러난 순간

마을 사람들이 내내 읊조리던 '천벌'을 내리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신의 기적'이나 '신의 존재'라는 것이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유지될 수 있다는 설정이

오히려 음산하게 느껴졌고

마지막까지 씁쓸했던 마무리는

'과연 이렇게로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들게 했다.


한국판 오컬트 물이라 하면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 보이지 않는 존재나

어떤 한의 정서 같은 것을 생각했었는데

스스로 폐쇄적으로 만든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다툼이 발생하는 순간

그 '틈'에서 오는 두려움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순식간에 몰입하여 읽어 내려가게 만든

작가의 필력에도 감탄했던 참신한 작품이었다.


"이 글은 한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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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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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먹고 자는 등 생활을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한 개인, 한 집안의 문화와

그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잘 알려진 이들의 '생가터'를 볼 수 있다.

어떤 업적을 남긴 이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그를 기념하기 위한 어떤 의미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먼 시간이 지난 오늘날의 우리에게

그 '집'이라는 공간이 가진 의미가 얼마나 되기에

실제 지금은 그들이 살지 않는 과거와 비슷하게

그때의 세간살이를 가져다 놓고 전시장처럼 꾸려둔

그 집의 가치가 도대체 무엇일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런 편견을 가졌던 나에게

어떤 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담은 이 작품은

집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계기로 다가왔다.


건축가상을 수상하고

현재도 건축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백희성 작가의 《빛이 이끄는 곳으로》이다.


프랑스에서 10여 년간 건축가로 활약하며

다양한 건축물을 디자인해온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와 같은 느낌의 소설인

팩션을 써 내려간다.

이 소설은 기록 노트에 담겨온 건축에 대한 생각과

그의 경험, 배운 모든 것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프랑스 시테섬과 스위스 루체른을 배경으로

아들에 대한 사랑을 자신이 지은 건물에

잔뜩 녹여내고 숨겨놓은 건축가의 흔적을 따라

뤼미에르 클레제라는 인물이 그것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집의 의미와 사랑을

따스하게 담고 있었다.


건축가인 클레제는 자신만의 공간을 늘 꿈꾸던 와중에

프랑스 시내 한복판인 시테섬에서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올라온

오래된 집의 매물을 보게 되고,

그 집을 살펴보러 갔다가 알게 된

집주인의 비서 이자벨을 통해

집주인인 피터의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왈처요양병원에 초대를 받게 된다.


건축가인 클레제의 시선을 통해 묘사되는

오래된 고택의 모습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과거 수도원이었다는 왈처요양병원의 모습은

굉장히 이국적이면서도 글만으로도 그 느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섬세했는데,

소설 중간중간에 그려진 건물을 표현한 스케치는

더욱 그 상상 속의 건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래된 고택을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집주인인 피터의 초대에 임한 것도 있었는데

막상 요양병원에 찾아갔을 때 피터는 의식이 없어서

며칠간 그가 회복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잘 알지 못하는 집주인을 만나러 간 상황도 특이했지만,

그것도 외부인의 경우 병원에 있는 노인들에게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외지인인 그를

기꺼이 이곳에 머물게 한다는 점과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표정으로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 원장 크리스 부인에게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클레제는

건축가의 입장에서

이 요양병원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생기는

원초적인 관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집주인인 피터가 제시한 '4월 15일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오래전 피터의 아버지가 지었다는

이 요양병원 건물 구석구석을 살피고,

발견한 여러 힌트들을 바탕으로 추리에 나선다.


숨겨진 공간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이제까지 3명이나 나타났다가

다들 화를 내며 사라졌다는

건축가들과는 다르게

클레제는 자신만의 시선과 감을 가치고

서서히 비밀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찾게 된 피터의 아버지인 프랑스와 왈처씨와

아나톨 가르니아의 이야기가 담긴 일기는

피터씨에게 참을 수 없는 원망을 남기게 하는데,


요양병원에서의 일을 뒤로하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는 클레제에게

원장인 크리스 부인이 전한 편지와

두 권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오래된 시테섬의

고택에서 이어지는 비밀을 계속해서 풀어나가고

결국에 피터의 아버지인 왈처가 전하고자 했던

진실에 가닿게 된다.


건축이나 집의 의미에 대해서

저렴하고 빠르게 찍어내던

영혼이 없던 집에 있어서

제대로 된 의미와 사랑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다시 원 주인에게 그 모습 그대로 담아

되돌려주는 클레제의 모습은

건축가로서의 사명감을 넘어

한 가정과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존경심 같았다.


퍼즐 같았던 건축물의 각 요소들이 맞춰져가며

숨겨져있던 공간이 나타나고

자연과 어우러져 그 진가를 보여주는 모습은

'아! 한번 실제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읽으면서 내내 이 공간이 실제로 어디일지,

마치 소설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일 것만 같아서

그 알려지지 않은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커졌다.

그만큼 실감 나게 묘사한 작가만의 필력이

이 작품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준 것 같았고

건축가라는 작가의 직업답게

기초부터 탄탄한 작품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건축 일을 하는 분들은

수시로 스케치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건축학을 전공하던 친구가

언제든 생각나는 것을 스케치로 옮기기 위해서라도

수시로 그리는 과정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얘기를

했을 때에도 건축과 그림의 연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소설 속에 더해진

작가의 스케치를 보며 그 스케치를 바탕으로 완성될

공간이 주는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우리가 집을 통해 그 안에서 가족들과 나누었던

혹은 나누고 싶었던 수많은 마음들이

그 속에 잔뜩 배이고 때가타고 삐거덕거리며

전할 그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제는 '생가터'라든가 '집터'라는 공간을

왜 보여주게 되었는지 그 의미를 다시 알게 되었다.


하나의 집이라는 곳이 가지는 수많은 감정들을

아련히 손끝으로 공간을 스치며 생각해 본다.

백희성이 그린 이 소설이 프랑스와 스위스의

어딘가를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품어진 이야기로 담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글은 북로망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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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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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기회가 있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살 수 있다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사람들마다 각자 자신 인생만이 가진 문제가 있다.

전 세계 28개국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라스트 플라이트》는 이 절망에서 빠져나오고자

새로운 삶을 선택한 두 명의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꾸며 벌어지게 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 남부럽지 않은 지위의 가족,

모두에게 촉망받는 위치의 삶, 완벽해 보이는 부부.

하지만 그 뒤의 진실에는 개인적인 공간이 조금도

허용되지 않고 통제받고 있고,

남편이 가정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를 밝힌다 하더라도 내 말을 믿어줄 이가

하나도 없다면 그 삶을 지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결혼 10년 차의 클레어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

엄마와 어린 동생을 위해 더욱 큰 성공을 꿈꾸지만

사고로 인해 엄마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다가 쿡 재단 상속자인

로리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엄청난 지위와 부를 가진 로리 집안은

그녀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았지만

행복도 잠시 그녀에게 통제와 감시가 이어지며

지금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더라도 평범하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게 되고, 남편 몰래 자유를 위한

탈출을 준비하게 된다.


마약중독자인 엄마 밑에서 태어나,

가족들과 떨어져 수녀원에서 자라온 이바.

버클리 화학 영재로 자신이 꿈꾸던 공부와

미래를 준비하던 그녀는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마약을 만들다 퇴학을 당하게 되고,

갈 곳도 없이 방황을 하던 찰나에 함께 일하자는

'덱스'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마약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된다.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게 되면

이 일에서 손을 떼려고 했는데,

마약 단속을 하는 감시관은 이바의 주변을 맴돌고

자꾸만 실수를 하거나 불안해하는 이바를

다그치는 덱스는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로 인해

자칫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각자의 상황에서 절망에 빠져 탈출을 꿈꾸던 그들은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의 항공권을 바꿔 비행기를 타고

꿈꾸던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엄청난 부와 힘을 가진 클레어의 남편 로리,

이바를 추적하는 마약단속반과 조직원인 덱스까지

이들은 과연 자신들 쫓는 이들에게서 완벽한 탈출에

성공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바꾼 항공권으로 서로의 삶을 살게 된

그녀들이 맞이하게 된 새로운 운명은 무엇을

그녀들에게 가져올까?

그리고 그녀들에게는 무슨 인연이 있을까?


사는 게 퍽퍽해서, 혹은 도망치고 싶을 때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마치 인생을 리셋하듯이 살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절망 앞에서 두려움에 몸부림치고만 있지 않고

숨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

두 여성의 연대에서 출발한 이 얘기는

바뀐 운명 앞에서 소용돌이처럼 등장한

사건의 반향과 그들을 추적해오는 남성들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찾아 도전하는

그녀들의 목소리와 연대를 통해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과 변화,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뒤로하고

남편, 남자친구를 통해 새로운 삶의 변화를

맞이하고자 했던 클레어와 이바는

정작 그 사랑 앞에서 '자신'을 잃고 만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행복함을 꿈꾸었던 그녀들에게 오히려 그 족쇄는

그녀들을 절망으로 빠드리는 원인이 되는데,

그들은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면서 오롯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게 된다.


두려운 순간도, 막막한 순간도 있었지만

옆에서 그녀들을 도와주는 또 다른 여성들이 있었기에

그 새로운 출발의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바뀐 항공권으로 시작된 인연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숨겨왔던 서로의 인생에

대해 직면하게 되면서

클레어는 이바로, 이바는 클레어도 연결되며

그녀들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응원을 하게 된다.


쫓고 쫓기는 추적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던

그녀들이 맞이하게 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함께 손에 진땀을 쥐며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녀들의 운명을 바꾼 2월 22일

존 F. 케네디 공항 카운터에서의 만남과

뒤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 며칠간이기는 했지만

그 어느 시간보다도 짙은 농도로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


늘 소극적으로 주어진 삶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에게

클레어와 이바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힘을 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쫓는 남성들로부터 위협을 느끼면서도

서로를 돕고자 하는 여성들의 연대 역시

뭉클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클레어와 이바가 맞이한 마지막에는

그들이 원하는 자유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되는 행복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들이 맞이한 자유가

그 어떤 가치보다도 빛나기를,

그리고 다시는 침해받지 않기를 하고 말이다.


"이 글은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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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행운을 선물할게 - 오늘 발견한 선명한 행복
소카모노 지음 / 지콜론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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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주어지는 하루

마치 자연스럽게 충전되는 시간이

무한한게 아닌데도 우리는 평생 딱 하루인

'오늘'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채

무심코 흘려버리고 만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어린시절에는 매 순간 순간에 대한 자극이 크고

감탄하다보니 천천히 가는 것 같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그 순간순간에 대해

감정이 밋밋해지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체감하지 못하는데서 온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유난히 맛있었던 떡볶이,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며 스치던 바람,

친구와 함께 펜돌리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소중했던 시간들이

나이가 들면서는 무뎌지고 내 안에서

우선순위들을 따지다보니 그 일상의 행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고양이 '블루'와 토끼 '아모'를 통해

우리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그리는

작가 소카모노가 첫번째 그림 에세이를 냈다.

"Healing with small stuff"

(작은 것에 힐링)

이라는 그의 슬로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작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너에게 행운을 선물할게》 역시

우리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을 담음으로써

'행복'과 '행운'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작가는 계절을 그대로 머금은 자연과

하루의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풍경에서 발견한

행복의 순간들을 블루와 아모의 모습을 통해

전하고 있었다.


봄부터 시작해서 여름, 가을, 겨울에 이르기까지

사계절의 흐름을 가득 담은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서 펼쳐져 있었는데

일에 지쳐서, 바빠서 메말랐던 감정에

촉촉한 감성의 물을 주는 것 같았다.



일년을 돌이켜 보면, 시간의 빠른 흐름 앞에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유난히 맛있었던 커피,

어떤 날은 유난히 좋았던 순간들이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분명 존재했었는데

시간을 통틀어 그것들을 손꼽아보자면

왜 이렇게 남는 것이 없는가 싶을 때가 많다.


작가는 꾸준히 그리고 쓰면서

자신의 기분과 취향을 남긴다.

이날은 이래서 좋았고, 이날은 화가 났으며

자신의 기분과 그날의 행복을 선사해준

'오늘'이라는 날을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다.


무더웠던 날들이 지속되다가

'처서'를 맞이하고 나니 미지근한 바람의 온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달라진 바람의 온도에서 여느 때와 달리

미미한 시원함을 느끼며

'이것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에

동생과 '행복하다'는 말을 연신하곤했다.


행복이라는 것이 대단한 목표치나 어떤 달성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안의 만족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작가가 말하는 행복을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느낀 오늘의 선명한 행복이 쌓여,

그것이 빛나는 나의 인생을 채워갈 수 있도록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귀여운 그림에세이로 가볍게 읽으면서

나이에 관계없이 가족들과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던 《너에게 행복을 선물할게》

선물같이 찾아왔던 행복의 시간이었다.


"이 글은 지콜론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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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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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것은 1인 회사부터

엄청난 인원이 일하는 대기업까지

규모가 각양각색이다.

회사의 운영이라는 것이

꼭 규모로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큰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절차나 접근하는 방식,

인력을 대하는 마음부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300명대의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현재는 자매들끼리 일을 하고 있는 작은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매번 다르게 느낀 것 같다.


각 회사의 규모에 따라 장단점이 있지만

항상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속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기도 했고,

이왕하는 일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던

마음의 바램을 담아서 펼쳤던 책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이다.

책 자체의 제목에서도 굉장한 흥미진진함이 느껴졌고

작은 회사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이라는

소제목이 특히나 와닿았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표현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생태계와 환경을 고려한 의미의 지속가능성과

경제학에서의 해석인 장기간 지속되는

실제 이익과 생산의 증가라는 의미 두 가지 모두를

좋아하는지라 어떤 의미에 대한 해석이든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인

미시마 쿠니히로가 쓴 책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그만의 생각과

출판사 서포터즈에게 보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무언가 회사의 운영 자체에 대한 것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레 시작한

출판사 얘기에 '제목과 맞지 않는 얘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야를 넓혀 출판사라는 특성을

어느 정도 인식만 한 상태에서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미시마 쿠니히로와

미시마샤 출판사가 전하고자 하는 얘기를

이른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게 되었을 때

전처럼 '즐거움' 만으로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취미로 하던 것이,

재능이 되고 그것이 일이 되었을 때

마냥 재미로만 즐길 수 없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평가가 된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가장 잘하고 즐기는 그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에 있어서 나만의 방식을 만들고

(그 시작과 계기가 어떻든지 간에)

그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지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고군분투를 가득히 담은 것 같아서

더욱이 공감이 갔었던 책이다.


미시마샤 출판사는 여느 출판사와 다르게

유통망을 끼고 책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서 책을 직접 유통하고 있었다.

거기다 출판사 회사 자체도 굉장히 작았고

적은 인원이 시작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엑셀을 할 줄 모르는 사장,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 직원이 도서 디자인을 맡는 등

'이렇게 운영한다는 게 말이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다반사로 일어난다.


혼자서 만든 출판사가 열네 명이라는 직원을 두고

일을 하도록 성장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아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힘들었던 그 시기, 오히려 새로운 직원을 뽑기도 했었고

계속 운영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미시마샤는 작은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

근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를 일깨운다.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미시마샤 서포터즈'라 불리는 팬들의 끝없는 응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해 주는 팬들 덕분에

계속되 올 수 있었고 꾸준한 그 사랑에 힘입어

지금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포터즈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출판사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계절에 대한 소회를,

때로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미시마샤 다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책을 통해 미시마샤의 '그럭저럭'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인드가 참 부러웠다.

느슨하지 못하고 늘 빡빡하게 조이고 당기는

나에게 조금은 설렁설렁한 그 느낌은

어쩐지 나태하다는 생각에 취하지 못했던

자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럭저럭해도 결국은 굴러간다는 것이

미시마샤의 포인트가 아닐까.


그가 책의 후반 출판사 운영에 관련해 전했던

'자전거 조업'이라는 표현이 특히나 와닿았다.

각 개인이 하나의 주자가 되어 페달을 밟는 만큼

움직인다는 자전거 이론!

결국은 내가 움직이고 페달을 밟은 만큼

적어도 딱 그만큼은 '나아간다'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변화이다.


꼭 매출이 커져야 해, 회사가 성장해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페달 밟기를 한다면 그래서 구성원 서로가 함께

하나씩 생각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철회하며

고치고 조금씩 해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자전거 조업의 묘미라는 것을 미시마샤를 통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물론 그 회사를 키워서 대기업으로

만들고 싶을 수도 있지만

회사의 규모 자체를 한정하기보다는

'지속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함이 더욱 크다.

그런 지속가능한 일을 찾는 과정을

미시마샤의 얘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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