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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술꾼 - 임범 에세이
임범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11월
평점 :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니 예전부터 마시지 않았던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 술에 조금 심드렁해졌다. 그렇다고 그런 자리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자리를 함께 한 날 다음 날에 일에 지장을 줄까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니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자리, 괜찮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신기하다고 느낀 것은 어찌 이리도 소소하게 기억을 다 할까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이리도 잘 기억하고 있는지, 아니 곱게 간직하고 있는지.
책의 겉표지에 있는 몇 단어가 자꾸만 반복해서 읽게 된다.
술 단지, 누룩냄새, 필름, 주모, 쌀 막걸리, 대청, 항아리.....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잘 불러질 때가 드문 말들이다. 책을 둘러보다 이런 말을 보게 되니 정겨운 마음부터 가져본다.
지금에야 멋진 술집과 비싼 곳들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그리 많은 돈을 주고 술을 먹지 못했다. 그저 막걸리, 소주, 간간히 맥주였던 것 같은데 요즘이야 어디 뭘 골라서 먹기도 하는 술이니.....
하지만 나의 기억에 있는 술을 처음 마신 기억은 그래도 대학시절이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지만 처음 마셨는데, 함께 한 친구들이 있어 좋았던 기억이다. 아마도 작가도 그런가보다. 술이란 것을 가운데 두고 함께 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아주 소상하게 우리에게 이르듯이 적어놓았다. 모두 몇 사람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을까를 세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서 술병을 세지 않듯이 그저 그 자리에 대한 좋은 이야기, 기억만이 중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도서제공 서평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