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숨어있는 발자국의 비밀

구두 발자국
김홍모 지음 / 북스(VOOXS) / 2008년 1월

이 그림책에는 우리 어릴 때 불렀던 노래도 있고, 좋아했던 만화주인공도 있다. 그리고 그 풍경도 있다.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이렇게 시작되던 이 노래를 겨울이면 곧잘 불렀다. 하지만 내가 살던 곳은 그리 눈이 흔하지 않은 곳이었다. 아니 거의 눈 구경을 하지 못한 곳이었다. 그러기에 몇 년에 한 번 오는 눈을 그냥 보낼 리 없다. 뭉쳐지지 않은 눈을 긁어가며 뭉쳐 놓으면 그것마저도 즐거운 노리였다. 그런 날은 으레 부르던 노래였다.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하얀 눈 위에 새겨있는 발자국.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 우리의 옛이야기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그림책에서 내 마음을 뺏겨버린 곳은 오래된 담장이다. 사실 이 담장은 요즘 잘 볼 수 없다. 예전에는 흔했던 담장모습이지만 이 담장을 정말 신기하게 우리 어릴 적 동네의 모습처럼 정겹다.
대문도 없는 이 담장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을 흔들어놓기는 충분하다.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는 이 그림책에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눈을 밟는 소리도 들려온다.
이 발자국 소리를 내며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처음 이 아이는 왜 이런 걸음을 걸을까하고 궁금했다.
그 해답은 나중에 있다.

역시 아이다.
아이는 그 발자국을 통해 그림책을 펼쳐 읽고 마지막 장까지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그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쁨을 준다.
“제법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그림책이다.

전래동요 속에 담긴 우리의 정서

고추 먹고 맴맴 - 조상의 슬기와 얼이 담긴 전래동요 ㅣ 처음어린이 1
김원석 지음, 정승희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2월

전래동요에는 우리의 어릴 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 노래들을 부르거나 듣고 있다 보면 그 속에 있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래를 부르면서 알게 되는 것이 더 많다.

이 책은 우리 나라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요를 동화로 만들어진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전래동요만 열거하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 노랫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전래동요만 따라 불러도 좋을 일이지만 그 노래로 이야기를 만드니 더 재미나다.
전래동요를 가만히 들어오면 조상들의 지혜를 볼 수 있어 좋다. 또한 그 속에 사는 냄새가 있어 좋다. 자연과 함께 하면서, 그리 욕심내지 않는 삶이 보여서 좋다. 그래서 오랫동안 우리의 주변을 돌면서 잊혀지지 않는가보다.

책 속에는 모두 40여 편의 전래동요가 실려 있다. 그 중에서 우리 어렸을 때부터 불러와서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새삼 보는 것도 있다. 아는 것을 보니 괜히 어린 시절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나도 저런 노래를 부를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읽어보는 것은 그 새로움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문득 요즘 아이들은 이 전래동요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많이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전래동요집이 필요한가 보다.
아이들이 이 책속에 있는 전래동요를 따라 부르고 익히며 배우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배운다고 하기 보다는 아마도 접해본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전래동요는 누가 지었는지, 누가 처음에 불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우리 조상들의 정서를 접한 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더없이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산타에게도 산타가 있어요

누가 산타에게 선물을 준 걸까? ㅣ 미래그림책 88
앙투완느 귈로페 글 그림, 박정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나 어른들에게도 가슴 설레는 날이다. 그날은 그냥 있어도 괜히 마음이 들뜨는 날인데 눈이라도 오면 그 기쁨은 두 배이다.
크리스마스가 왜 이리 모두에게 좋은 날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속에 분명 ‘선물’이라는 것이 숨겨져 있다.
이 ‘선물’이 의미하는 것 중에 감사도 있고, 사랑의 표현도 있다. 선물은 주는 기쁨도 있고 받는 기쁨도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산타가 엄마 아빠인 것을 알게 된 걸까?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늦된 것인지 아주 늦도록 정말 산타가 있는 줄로만 알았다. 크리스마스 전 날에는 옥상 문이라도 열어두어야 맘이 편했고, 방문이라도 열어두어야 잠을 잤던 것 같다. 순수한 것인지, 좀 모자란 것인지... 하지만 난 순수했을 거라고 믿는다.

이 그림책은 꽤 색다르다. 읽기 전에는 산타가 누구에게 선물을 주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계의 곳곳을 다니며 선물을 나눠주고 온 산타가 자신의 집에 돌아오자 누군가 두고 간 선물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기막힌 발상이다.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왜 산타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역시 산타에게도 산타가 존재했다.
멋진 상상이다. 이런 상상의 그림책을 아이들이 본다면 아이들은 더 많은 상상력을 키워보리라 생각된다.
그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의 진정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함께 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베풀고 하는 것이 즐거운 크리스마스임을 스스로 느낄 것이다.
화려하지 않은 색감이 오히려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색감이 오히려 화려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밤을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혹시 아이들이 산타를 위해 직접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지 기분 좋은 기대해본다.

꼭 안아주기

내가 꼭 안아줄게
크리스티나 라모스 글, 레히첼 에스트라다 그림, 박가영 옮김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8년 12월

감정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마음의 표현방법이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해소를 느끼게 되고 또 그 속에서 위로도 받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참 긍정적이다. 아니 제목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안아주려는 따뜻한 ‘배려’를 잘 숨기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제목이 이 정도이면 내용이야 얼마나 따뜻하겠느냐는 나만의 짐작 때문이었다.

이 그림책을 펼치면서 가장 유심히 본 부분은 책 첫 페이지였다.
단순하게 그린 1회용 반창고......
마음에도 이런 반창고를 붙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잠깐 하게 했다.
지극히 은유적이면서도 쉽게 다가오는 그림이었다.
어쩌면 이런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는지 한참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런 그림들을 책의 곳곳에서도 심심하지 않게 반날 수 있다. 단순한 그림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부분도아이들은 꽤 중요하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도 어렸을 적에 아주 작은 일에 상처를 받거나 마음아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누가 위로라도 해 주면 좋을텐데, 또는 누가 내 맘을 알아주면 좋을텐데라고 느꼈을 때가 많았다. 어른처럼 툭툭 털고 잊어버리는 데는 아직 서툰, 아니 전혀 모르고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생긴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아이의 관계, 더 나아가 엄마의 말과 위로가 얼마나 큰 역할인지 깨닫게 한다.
아이들에게 적당한 위로와 배려는 커가는 데 아주 중요한 환경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다.

다시 100년이 흘러도 남을 동시들

한국 동시 100년에 빛나는 동시 100편
오늘의 동시문학 엮음, 신희진 그림 / 예림당 / 2008년 12월

동시를 읽으면 자꾸만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릴 때 우리는 정말 좋은 기억들만 있다. 지금처럼(?) 걱정거리가 없다. 그저 눈 뜨면 열심히 놀면 되었다. 그것도 마음대로. 요즘 아이들처럼 그렇게 학원에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었고, 그저 학교 운동장에서, 동네 골목 어디에서 잘 뛰어다니다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었고, 엄마의 부르는 소리에 쪼르르 집으로 달려가면 되던 그 어릴 때였다.
그래서 그런지 내 기억에는 골목에서 놀던 기억이 많다.
이 동시집을 읽으니 그렇게 마음껏 뛰어놀던 어릴 적 기억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고 있다.
가끔 “그렇지!”하며 공감하게 된다.

이 동시집에 실린 동시들은 우리가 어릴 때 읽어본 시들도 있고, 이렇게 훌쩍 커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된 시도 있다. 정말 알토란같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평소 좋아하던 동시인들의 시도 다시 읽게 되어 반갑기도 했다.

동요시, 이야기 동시, 동시조 등 여러 구조를 가진 동시가 골고루 담긴 책이다. 동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잘 보여주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나온 동시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자연을 담거나 서정적인 시를 읽으면서 생각나게 하는 것은 이런 풍경들을 보지 못한 지금의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이해할까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실린 동시들을 차례차례 읽다보면 자연히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렇게 동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본다.

이 책의 끄트머리에 있는‘동시의 문학사’와 ‘작가 소개란’등은 동시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해 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차근차근 읽어보니 그 내용이 꽤 도움이 된다.
동시는 이렇게 무심히 읽어도 좋지만 그에 관련된 정보도 함께 읽을 수 있으니 두루두루 두고 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