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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 새로 만든 민중의 노래
Various Artists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기다리던 <아가미>를 받아 따끈따끈한 cd를 들으며 리뷰를 쓰는 참이다.
'천재소년'-비록 이제는 그 호칭을 꺼려하지만- 정재일의 프로듀싱 능력은
이미 <공장의 불빛>으로 감탄한 바 있어서 이번 앨범을 무척 기다렸다.
노찾사나 새벽의 귀환이 90년대를 장악했던 후일담 문학과도 같은 느낌에 머물러 있다면,
민주화 투쟁이니 학생운동의 전통과는 애초에 거리가 먼,
오히려 학교제도로부터 자유로운 82년생의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찾아낸 민중가요는
우리가 불렀던 노래들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되돌아 보게 해주었다.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쓰다듬어주고 숨쉬게 했던 그 생명력은
그 노래들이 예의 정치사회적 의미에만 국한되는 선전도구였던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실은 우리의 영혼을 물들이고 정신을 해방시켰던 거리의 <예술>이었기 때문임을
재발견하게 된다고나 할까.
타이틀곡인 <미칠 것 같은 이 세상>은...개인적으로 아소토 유니언의 노래를 좋아했던 탓인지 모르지만,
정말 미칠 것처럼 좋다 ㅎㅎ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또 듣고 싶은....
(프로듀싱하고 부른 WindyCity는 아소토유니온의 김반장과 다른 멤버들이 만나 새로 결성한 밴드라고 한다)
정재일이 직접 부른 <영산강>도 아주 매혹적이다. 그 서글픈 노래가 이렇게 불리워질 줄 누가 알았을까.
드럼소리가 가슴을 둥둥치는 "그런지록" 풍의 노래를 누가 민중가요인 줄 알까?
전통적 해석에 충실한 안치환의 <노스탤지아> 버전의 <영산강>과 비교해서 들으면 아주 흥미롭다.
원곡도 워낙 아름답고 서정적인 <사랑노래>는 스윗소로우가 불렀는데,
몽환적이면서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세련된 재즈를 연상시킨다(저는 재즈 문외한임;;)
뒤로 가면서 너무 아카펠라스럽게 변하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아카펠라를 그다지 좋아라 안해서;;)
나비효과의 <불나비>는 늘어지는 것이....원곡을 불렀던 정서랄까...함께 목놓아 내지르던 분위기와
너무 달라 그런지 아직은 낯선 데에다가...재해석 자체가 별다른 감흥이 없고 약간 멀미까지 난다;;;
그 외에 하림이 만든 <임을 위한 행진곡1>이 에스닉풍이라고 하는데,
이국적이면서 독특한 재해석을 보여주는 것 등이 인상적이다.
아무튼 너무나 다양한 색깔들의 노래들을 전체적으로 프로듀싱한 정재일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뿐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1982년생. 이제 스물네 살. 26년 전 나는 광주에 있지도 않았고 화염병을 만져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잠자고 있던 민중가요를 다시 끄집어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 음악들에 새로운 옷을 입히면 어떨까. 질문에 대한 내 스스로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대중음악은 극단적으로 하향평준화됐다. 사람들은 대중음악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이쑤시개만도 못한 것처럼 취급한다. 난 비록 386세대는 아니지만 이번 음반 작업을 통해 민중가요는 그 시절 많은 이들에게 숨통이자 꿈이었다고 느꼈다. 마치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민중가요를 다듬으면서 그는 이 노래들이 태어나게 된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세계사책을 집어들었다고 한다.
정재일 같은 뮤지션들이 있다면, 꼭 노래가 운동이 아니어도 대중문화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민중가요의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해왔는데...막내동생 같은 그가 '민중의 노래'를 발견해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