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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하던 그녀, 똑 부러지게 요리하기
최경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일반인들 중에서도 많은 요리의 달인들이 탄생했고,
알라딘에도 따로 카테고리가 생겼을 정도이다.
우리가 요리의 달인들에게 기대하는 레시피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서 사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예전에 집집마다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혹은 남편의 어머니로부터 전수되어 왔던 '비법'과 '손맛'은
핵가족화, 도시화와 더불어 상당 부분 형해화되고 말았다.
이제 젊은 주부들은 부엌에서 배우는 것보다도 인터넷에서 더 많은 요리법을 익힌다.
또한 요리는 더이상 주부들만의 활동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접대하고 싶은,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상적으로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하고, 요리잡지를 종종 사 읽고,
몇권의 요리책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독자지만,
특별히 요리에 여러 시간 공을 들이거나 값비싼 재료들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지는 않은 사람으로서
내가 원하는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 조리과정의 표준화와 단순화
당연히 계량이 정확해야 하고, 조리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어야
'손맛'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 될 가능성이 적다.
또 조리과정이 복잡하고 길면 길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고 사실 도전의욕도 안 생긴다.
쉽게 쓱싹 만들 수 있는 '친절한' 레시피를 누구나 원할 것이다.
2. 재료와 도구의 단순화
값싸고 흔한 재료를, 최소한의 도구로 만들 수 있다면 당연히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아무리 멋진 요리라도 내게 없는 조리도구와 기구가 필요하고,
차를 타고 나가거나 인터넷에서 어렵사리 구해야만 하는 재료가 필요하다면
평균 정도의 의욕을 가진 사람이 즐겨서 써먹기는 힘든 레시피일 것이다.
3. 완성된 요리의 특별함
매일 밥상을 충실히 차려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리책을 구입할 때 바라는 것은 플러스 알파가 아닐까.
새우를 그냥 소금구이해 먹을 수도 있지만,
튀겨서 맛있는 소스에 찍어먹을 수도 있고, 쪄서 양념을 끼얹을 수도 있는 거다.
요리책을 펴들 때에는 맨날 보는 흔한 요리만이 아니라,
뭔가 좀 있어 보이고, 너무 쉽지만은 않은, 정성과 노력이 어느 정도 들어간 요리,
대접받는 사람이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그런 요리를 찾고 싶은 법이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요리책의 3대 요소를 세 꼭지점으로 두고
그 무게중심을 훌륭하게 찾았다.
또 식생활의 변화에 맞춰서 한식과 양식, 중식, 일식 등의 비율이 고르게 섞여 있는데
그 레시피가 상당히 많은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맛이 있어야 할 것이고, 어떤 경우는 건강을 생각하여 재료와 도구를 선별해야 할 것이고,
또 어떤 경우는 일단 손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주부의 경험에 비추어 최적화된 레시피를 제공한다.
인터넷 요리의 달인 중에는, 재료에 너무나 공을 들여서 도저히 따라할 엄두가 안 나는 이도 있고,
혹은 너무 쉽게 만들려고만 해서 인스턴트 재료나 조미료를 일상적으로 쓴다는 생각이 드는 이도 있다.
또 너무 분식이나 양식에 치중하거나, 아니면 대체 재료가 너무 파격적이라서 선뜻 따라할 수 없는
퓨전음식을 추구하는 이도 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시대에 변화에 맞춰 건강과 맛을 함께 생각하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한식을 좋아하고 평범한 입맛이면서도, 다양한 별미를 즐길 줄 알고,
평균적으로 부지런하고, 평균적으로 의욕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맘에 든다.
마지막으로...다른 책에 비하여 활자가 크고 뚜렷하여 눈에 잘 들어온다.
곳곳에 재료와 도구의 컬러사진이 있어 정보가 부족한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82cook에서 날리는 쟈스민님의 맛깔스런 글솜씨와 음식 이야기는 덤이다.
주요과정은 사진이 있지만 조리과정에 일일히 사진 설명이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요리를 해본 경험이 있지만,
'왜 나는 그맛이 안 날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단연 최고의 레시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