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작가가 쓴 책을 세번째 찾아들었다. 자유스러움, 자연스러움, 개인을 지키려는 노력. 이러한 것들이 여러가지로 실존적 상황에 있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보인다. 어쩌겠는가 인간이란 장점도 단점도 약점도 강점도 가진 존재들인데 어떤 꼰대같은 논리로 잡아끌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충만하게 되는 방향에서 태도를 정한다"라는 글귀는 무엇이 준거인가를 생각하게한다. 다만 충만이 전인격적인 느낌이리라 워낙 소비만능사회에서 이해관계 타산으로만 할 것은 아니다. 작가의 태도를 보면서 다시금 자유와 당당함을 위한 나의 단단함을 준비해야겠다는 사고를 한다. 삶의 선택에서 무리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나라는 가치를 잃지않는 흐름을 타야겠다.
선덕여왕이 죽고 진성여왕이 그리고 김춘추가 치밀한 계산으로 왕으로 오른 시점, 무엇보다도 정치에 휘둘리는 종교의 모습은 여전하다. 국가라는 존재가 불쌍한 백성들에겐 과도한 수탈과 폭력으로 다가온다. 하라면 해야하는 수동적 존재인 백성에게 각자가 부처요 세상의 주체임을 깨우치는 원효는 황룡사를 축으로하는 국가불교에 맞서 금강삼매경을 설법하고 참된 불국토를 이루는 곳을 말한다. 요석을 위한 자신을 버리는 자비의 모습이 감동이다. 또한 세파로 인한 첫번째 화살에 고통하다 그 무게로 인해 두번째 화살을 깊숙이 받아들이는 것을 벗어나도록 하라는 것은 더한 감동이었다. 파계이후 소성거사로서의 삶은 또한 전인격적으로 다가오는 일상에서의 구원이었다.
원효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볼 수 있는 글이었다. 육두품의 좌절, 채식과 평화주의자로서의 면모 등을 볼 수 있었다. 빛난 저녁과 신새벽의 만남이 시작되고 여물어가는 과정 또한 들여다본다. 선덕여왕까지의 성골의 역사, 특히 석가모니 가계를 본딴 진흥왕의 가족들과 왕즉불의 흐름은 왕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또다른 극단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묘사하는 부분, 그리고 부처를 믿기보다 부처를 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모두가 꿈꾸는 평등세상 아미타림이 새로운 세계로 주목된다.
치열한 삶의 자리, 응급실이 갖는 무게를 느껴보고 싶었다.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서도 존엄함을 인식하고 냉정한 결단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바둑의 복기처럼 아니 생명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서 죽음과 마주한 대화는 자못 경건한 마음을 갖게한다. 그리고 안락사와 연명치료, 그 속에서의 의사로서의 고뇌는 고된 노동의 무게와 함께 깊은 공감을 가지게한다. 건강함을 찾게하는 의료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임을 응급의학의 존재가 말하고 있는듯 하다. 함께 구급대의 수고도 느껴진다. 그와 연계하여 각종 죽음마다 내려줘야하는 심폐소생술 유보도 응급의학전문의에게 일상에서 맞는 곤혹스러움이 아닐까한다. 마음으로부터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면 의료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서민 교수의 위트있는 글쓰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처럼 글을 쓰려면 어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돌려까기로 특징지워지는 묘한 매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도 그냥 글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비판받는 대상들, 그러나 폐부 깊숙이 이해되고 심어지는 의미들이 서민적 글이 갖는 강점일 것이다. 연설에서 노회찬을 당하기 어렵듯이 칼럼에서 서민을 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재미와 본질을 꿰뚫는 글들이 대중의 눈높이로 전달되는 글쓰기가 확산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