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성 건축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부모의 죽음 현장 기억으로 평생 범인을 추적하는 아이 카미의 모습이 담겨있다. 엄마 클레르의 사랑과 할머니를 이은 아빠 레옹의 사랑이 깃든 에보니 목재 침대, 부르직물의 질감에 엮인 감촉이 사랑의 기억에 젖어있다. 공간에 대한 물질에 대한 해석이 탁월하여 장면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백희성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하다.
정지아 작가의 소설을 두번째 만났다. 찌니주의보는 심상치않은 제목에 궁금증을 유발한다. 구례라는 지리산자락 시골, 고령화가 한참 진행된 수평마을은 이름값마냥 60세 이장과 40세 베트남이주여성 쑤언(이장부인)과 성진과 혜진 레즈비언 커플로 인해 인생풍파의 구체적 현실을 통합과 소통으로 이끌린다. 80세를 넘나드는 연배는 웬만한 일들은 자신의 신념조차도 삶이라는 벽 앞에서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생활세계 속에 마주하는 정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박곰희 작가의 오랜 경험과 실무에 바탕한 쉽게 풀어쓴 연금투자 이야기다. 사회초년생, 이제 퇴직을 앞둔 은퇴예정자, 한참 기간이 남은 회사원 모두에게 그 시기에 맞는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김애란 작가의 책을 아주 오랬만에 다시 잡았다. 소설집의 여섯 개 단편들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 아웃사이더들은 일반 평범한 사람들이다. 부동산의 폭등에 함께 올라타지 못하고 세상의 잘난 사람들의 시끄러운 이야기에 자존감을 지키며 서 있기가 버겨운 모습을 보인다. 내 것이라고 나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겉만 태가 나는 사람에게 빠져드는 모습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시대의 안녕에는 차가운 웃음이 얹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