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순 작가의 돌봄과 가난을 둘러싼 서사를 담은 소설이다. 명주는 화상으로 노동이 힘들어진 가운데 엄마에 대한 돌봄을 떠 안는다. 준성은 고3의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게 된다. 돌봄의 시간은 경제활동의 제약과 사회적 관계를 끊어 놓는다. 그 과정은 곧 가난의 굴레를 만들고 헤어날 수 없는 바닥으로 이끌어간다. 명주는 절망의 순간에서 목숨을 다시 돌리며 새로운 전망을 가진다. 생존이라는 이유로 도덕을 넘어서고 자신의 기반을 총동원하여 오르막으로 올라서려 하고 있다. 빛은 어쩌면 어둠의 밑바닥에서 먼저 발견될지도 모른다.
장강명 전 동아일보 기자이자 소설가의 다큐같은 탐사보고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폭발된 인공지능과 세계, 사회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후반에서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와 전망을 다루었다. 기술의 발전속도에 턱없이 부족한 우려와 제어장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바둑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갖게 되었다. AI로 인한 바둑의 세계화와 기력의 상향평준화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AI 시대를 맞아 이 책을 통해 먼저 온 미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한다.
로완 윌리엄스의 그리스도교 영성의 역사 돌아보기이다. 관상기도의 맥락, 예수와 초대 교부들의 기록, 영성이 가져야할 십자가라는 철저한 소외와 거부의 단계를 넘어 부활을 보게 되는 과정, 이런 핵심을 볼 때 한 인간은 비로소 죄인된 자신을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의 꽤 긴 장편소설이다. 과거 20년과 현재, 그리고 미래 20년을 시간의 계곡 속에 삶을 변화시키려는 소망을 볼 수 있다. 오딜 오잔이란 주인공은 각 경계를 넘나드는 청원을 판단하는 자문관을 희망하다 친구 에드메 피라의 불행에 연류되며 헌병이 되었다가 강등되어 이등병 신참 신분까지 좌천되기도 한다. 삶의 치열한 현실 속에 다시금 탈주자와 침입자가 되어 결정적 순간에 개입을 성공하고 인생을 자연스런 흐름을 맞이한다.
구 병모소설을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영화 파과를 지면으로 읽는 감동을 위해서, 더 자세한 설명을 보기 위해서다. 많은 형제들 속에 태어나 한 입이라도 덜려고 친척집으로 가고 식모살이를 하다 억울하게 꼬여 의도치 않게 도둑이 되어버린 채, 집을 나와 류를 만나고 방역(사람 제거)업에 임하게 된다. 방역회사에 새로 들어온 투우를 부딪히게 된다. 손톱에서 조각이라 별칭으로 불린 주인공 여성은 방역역사의 대가가 되고 과거 투우의 아버지를 제거한 일로 원수가 된다. 결국 아이를 볼모로 자신을 올무에 빠뜨리려는 투우의 계획에 맞서 싸워 이겨낸다. 인생은 파괴와 같을지 모르나 그것 조차 조각에게는 선택지가 없었기에 다만 자기 앞의 생을 지금 이 순간 멋지게 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