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책을 세번째 맞이했다. 자연스레 젖어들어 증조모 삼천이, 조모 영옥, 모 미선, 화자인 딸 지연, 그리고 삼천의 친구 새비 아주머니, 그의 딸 희자의 백년 서사가 펼쳐진다. 모든 것의 하부처럼 삶의 고통을 받아안은 여성들의 견뎌온 세월이 잔잔하게 들려진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친구가 가족이 옆에서 곁을 주고 지지해 주는 덕이 아닐까 싶다.
안그람의 “연애소설 읽는 교수1”은 신선한 기획으로 보인다. 문학동네에서 만화로 그려낸 소설은 자연스럽고도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 너무 이른 사별 후 독신으로 살아온 교수는 새로운 선택을 하라는 포럼의 제안에 로맨스 소설을 접게 된다. 이어진 웹소설에서 장녀의 애인인 작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고민을 함께 하게 된다.
김부장 이야기 2편 정대리, 권사원 편이다. 대기업 말단 직원의 서사가 이어진다. 캐릭터는 금수저에 상처받고 그를 따라가려 발버둥치는 정대리, 흙수저 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인생을 오롯이 책임지고 끌고가야하는 권사원의 모습이다. 남성의 허세와 체면으로 더한 좌절과 실패가 이어지고 더더욱 나락으로 떨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반면 철부지 애인을 고심 끝에 걸러내고 회사의 한낱 부품이기보다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보려 산업디자인의 길을 열어가는 진취적인 면을 권사원은 보여준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최말단에서 다 희생이 큰 것인지 안타깝기도 하다. 한편 이 시리즈에서 담백하고 소탈한 최부장의 진가를 이 편에서 볼 수 있다. 많은 관리자들이 배워야할 모델이다.
송희구 작가 본인 스스로가 주인공임을 얘기해 주고 있다. 시작에서 ADHD와 자살시도부터 주의가 집중되었으나 말미에 가서는 전달메세지에 진력한 것인지 다소 재미가 떨어진다. 대화 내용보다 사건이 좀더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본다. 요즘 젊은층 중에 재테크에 몰입된 사람들의 한 측면을 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