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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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 읽으려고 몇 장을 넘겼다가 도저히 흥미가 일지않아 도중에 덮었던 걸로 기억에 남는다. 미미 여사「모방범」을 읽은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싶어 책장을 바라보다 읽다 말았던 걸 기억하며 다시금 책장에서 빼내었다. 헌책방을 무대로 대리 사장인 65세 할아버지 이와 씨와 그 손자 미노루가 등장하는 여섯 편의 연작 단편 소설로, 아무래도 「모방범」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대조될 듯해서 색다른 기대감이 들었다.

 

  표지의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스산하다. 그건 책 속의 배경인 헌책방의 모습이라기보다, 책 위에 올려져있는 피묻은 칼 때문일 것이다. 펼쳐진 책 너머에는 붉은 핏자국이 군데 군데 떨어져있다.

책은 얇다락고 가벼웠다. 이전엔 단편 소설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했었는데 요즘엔 긍정적으로 바뀌고있다. 단편, 단편으로 이루어진 것에 있는 이야기가 개연성이나 완성도가 한 권으로 되어있는 책보단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읽는 책들은 단편이지만 그러한 측면이 보이지 않는다. 호흡이 짧은만큼 임팩트도있고 더 다양한 인물상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다.

 

  앞전에 「쓸쓸한 사냥꾼」을 읽으려다 말았던 흔적이 책을 펼치니 책갈피가 뚝 떨어져 읽었었던 때를 상기시킨다. 요즘에 서재에 꽂힌 책 중 시리즈가 긴 책과 앞전에 읽으려다 만 책을 우선으로해서 읽는다. 이 책이 그렇게 재미 없었던 책인가, 불가 2~3년 전의 나는 단편을 싫어했었던가 등 여러 생각을하며 읽기 시작했다.

각각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발표된 단편 소설들을 묶은 책이다. 20년도 전의 이야기이긴하지만, 촌스럽다거나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이없다. 시간 흐름의 차이가 느껴지지않았다.

 

 

  이와 씨의 둥근, 단단한 머리는 기름이 잘 쳐진 단단한 기계처럼 소리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_p.186

 

 

  이번 책은 한 템포 쉬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형사가 등장하고,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분위기가 어둡다거나 핏빛으로 얼룩덜룩하지않. 이와 씨는 추리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사건의 전말을 하나 둘씩 해결해간다. 신중하게 행동하는 이와 씨와 왈가닥 고등학생 손자 미노루, 간간히 등장하는 이와 씨의 아들과 며느리, 각 회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본인의 목소리를 낸다. 이와 씨가 파악한 사건의 전모들은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다지만 맥이 풀리는 느낌은 아니다. 무릎을 탁 차게 만들게도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한다. 밀실 살인도, 번쩍이는 미스터리도 없지만 만족감은 든다. 역주의 말처럼 미미여사의 소소한 수다를 듣고 온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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