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읽은 영미권 소설에선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는 쉼없이 흘러가는 내용과 땀을 쥐는 긴박감을 주는 책 위주로만 본 듯하다. 스트레스 해소로 스릴러 소설을 읽기 시작해서인지 더 그러한 것 위주로 읽는 것일 수도있다. 요즘에는 매번 읽는 긴박감보다는 조금의 다른 뉘앙스의 소설을 읽으려고하는데 그런 기회에 접한 것이 「끝까지 연기하라」이다. 다소 익숙치않은 영국 작가 로버트 고다드의 한국에서는 첫 출간작이다. 검정색 배경에 중년 사내의 의미심장한 눈빛이 정면을 바라보고있다. 그가 보는 것은 무엇이고, 그가 연기하는 것은 무엇일까. 표지에서의 사내의 눈빛이 어떤 것을 말하는건지 묘하기만하다.

 

주인공 토비 플러드는 배우이다. 어떤 이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지만 어떠한 이들은 모르는 그런 한물간 배우. 토비를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배우라는 평범하지않은 직업을 뺀다면 그의 성격이나 행동 등은 정말 평범하다. 토비가 생각하는 고민, 고뇌 등은 특별한 것이 없다. 이혼 도장만 찍지않은 상태인 제니(아내)를 되찾고 싶어하는 남자인 토비는 가능성이 없지만 제니를 되찾으려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는 그는 직업이 연기인 배우인 것이다. 이야기는 제니 주위에 맴도는 남자가 토비의 극성팬인듯해 제니는 마지못해 토비에게 도움을 청하게된다. 제니와의 이혼이 아쉬운 토비는 제니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 남자에게 접근하게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이야기는,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걷는 것처럼 진행된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너무 늦었다.

-p.464

 

출판사 제공 책 소개란에 로버트 고다드에대한 이런 글이 있다.

"영국 스릴러는 유럽이나 미국 등 여타 스릴러와는 달리 뭉근하게 끓어오르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그러한 영국 스릴러의 경향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이 문장이야말로 「끝까지 연기하라」에 걸맞는 문장이다. '뭉근하게 끓어오르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이라는 문장이 책을 읽은 느낀점을 절묘히 나타내는 듯하다. 반전의 대가라고 평하면서 히치콕 영화처럼 쉴새없이 도망가고 애원하는 내용도 내용이라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문장이 더 만족스러웠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선 짧다락한 문장으로 호흡은 짧지만 번잡스럽지않게 표현하였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효과적으로 서술한 듯하다. 시시각각 닥치는 사건에 대한 주인공의 혼잡스러운 생각과 여러가지 밀려오는 생각들에 대한 것은 아무렇지않게 나열된 듯하지만서도 이야기는 이어진다. 아니, 문장은 이어진다. 이야기의 중간쯤에 나오는 것으로 기업의 폭로에 관련된 이야기인가 왠지 모르게 맥빠졌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나아가지않는다. 어떤 역활을 맡는 인물이든 각각의 등장 인물들에게는 저마다 가지고있는 이야기가있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그 빛이 발한 것은 중후반부에서부터이다. 화려한 씬들은 등장하지않는다. 그렇지만 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더라. 매력있는 문장, 애정섞인 시선의 주인공, 갈무리가 잘 된 마무리까지.

 

-뭉근하게 끓어오르고, 만족스러운 포만감-

책을 읽은 후의 느낀점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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