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의 신
린지 페이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어둑 어둑한 작품의 분위기를 표지가 잘 표현하는 듯하다. <고담의 신 The gods of GOTHAM>, 제목부터가 음산하다. 부끄럽지만 '고담'이라는 단어는 배트맨에서만 얼핏 들었을 뿐더러 어떤 의미를 가지고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을 왜 읽었느냐고 묻는다면 코넬리 옹의 한 줄 평 때문이라고 말 할 수가 있다. 정말로!

 

고담 GOTHAM

구약 성서에 나오는 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딴 이름이며 뉴욕시의 애칭이다. 

다른 하나는 영국 동화 속 '어리석은 사람들의 도시'라는 의미이기도하다.

-네이버 지식인

 

  어두운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들끓는 뉴옥을 고담이라고 하는 듯하다. 책 읽기 전에 먼저 '고담'의 뜻을 알아보고 펼치는게 좋았을걸, 끄적이다 괜한 생각이나 해버렸다. 

 

  뉴욕 범죄 스릴러라기에 속다가 빠른 스타일인 줄로만 알았다. 분명 책 소개의 1845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고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현대가 배경인 스릴러 소설이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던 류의 책이 아니라서그런지, 책의 초중반부까지는 읽기가 힘들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과거 회상하는 식으로 서술된다. 주인공 티머시 와일드는 커다란 불길로인해 전재산이 있는 보금자리와 일자리 둘 다를 잃은 인물로 형인 소방대원 밸런타인 와일드의 빽으로 1845년 경찰국이 신설되던 해에 경찰이 된 인물이다. 그 시대의 소방원의 인식과 아일랜드인과 흑인들을 보는 시각을 덤덤하게 써내려간다. 다행히 우리의 티머시는 인종에 대한 차이를 그다지 두지않는 인물로, 아니 신경을 쓰지않는다고 해야하나. 시크한 도시남자로 본인에게 해가 되는 일에만 아주 아주 싫어한다. 형 덕에 순찰 경관으로 취직했음에도, 당시의 경관(혹은 경찰)들을 얼간이처럼 묘사해서인지 일자리를 준 형도 싫어한다. 

 

순찰경관(roundsman)이라는 말 의미는 말 그대로다. 체포당하기를 원하는 자를 만날 때까지 원을 그리며 걸었다. 그처럼 단순한 일이기는 했으나 수십 명의 사람들 틈을 한결같은 걸음으로 조용히 지나가다가 이따금식 세심히 살피면서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악의가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느라 바빴다. 

-p.75

 

범죄는 만연하고, 강도사건이 벌어질 게 예상되고, 폭행은 흔하고, 살인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잦다. 그렇지만 형이 격렬한 논쟁거리가 된 새로운 경찰 편을 든다고 생각하면, 난 차라리 무정부상태 쪽에 설 생각이었다. 그전 해까지, 술꾼들에게 얻어맞기 딱 좋다고 광고라도 하듯 파란 코트를 입고 다니는 '하퍼 경찰'이라는 불운한 패거리를 제외하면 이 동네에는 짭새라는 게 없었다. 물론 뉴욕에 야경꾼이 있기는 했었다. 돈줄이 마른 비열한 노인네들로, 온종일 중노동을 하다가 밤새 야경초소에서 자빠져 자는 꼴을 넘쳐나는 범죄자들이 열심히 감시하곤 했다.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몰려오는 잡다한 관광객 무리까지 치면 40만 이상의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가죽 헬멧 속에서 꿈이 볼링공처럼 튀어 돌아다니는 가운데 수직으로 세워진 관에서 코를 고는 야경꾼은 5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주긴 치안요원은 묻지도 마라. 아홉 명이었다.

-p.27

 

  티머시는 바텐더로 꽤나 일해서인지 사람들의 행동거지만 보더라도 파악을 잘한다. 주의력이 깊고 잘 살펴본다. 툴툴거리며 순찰 경관이라는 자리로 들어갔으나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을 풀어나가려고한다. 빌어먹을 정치라는 것 때문에 없던 일로 해라는 상관의 압박을 받더라도 혼자 뽈뽈거리며 잘 돌아다니는 인간이다. 이렇게보자니 티머시는 열혈 형사의 표본 아닐까? 하핫.


  1845년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한 것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기에 그 시대적인 부분에서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섞어놓았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고담이라고 불리는 그 시대 뉴욕을 묘사한 부분 모두에서.

 

  자, 이제 조금의 욕도하겠다. 내용은 마무리로 갈 수록 흥미있어진다. 반대로말하면 초중반에는 그다지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흔히들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라던가 이런 것이 없어서인가. 내용 자체는 사실적으로 일어난다. 반전의 요소에도 고개를 끄덕이게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와서인가. 작가가 반전이라 넣은 요소에 놀래기도 놀랬고 재미도 있었다. 다만 그걸 진행하는 필력이 조금 아쉬웠다. 묘사하는 부분에서 많은 걸 넣으려 한 느낌이다. 초중반에서 던져놓은 것들을 마무리한 것은 좋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지루해서 아쉬운 작품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지옥이 7월에 얼어붙는다면 모를까."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이는 티머시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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