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5월쯤, 그 때 처음으로 일본 추리 문학을 접했는데요. 그때 접한 책들로인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미야베 미유키 <화차>, 그리고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 이렇게 읽었습니다. 추리적인 요소뿐만이아닌 사형 제도에 대한 작가 본인의 생각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라 여러번 곱씹었던 기억이납니다. 그리고 만나게 된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 많은 이웃님들이 읽었다하면 추천을 하는 책이라 그 입소문에 끌렸던 것도 있지만 책을 읽게 만든 이유는 출판사의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한일 관계 등 일본의 '대학살'에 대한 역사 의식으로 일본에서 1년 넘게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는 역사 논쟁을 불러 일으킨 화제작이다. 일본 아마존에서는 너무 재미이다는 평가와 함께 저자의 일본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매우 불편하다는 의견이 넘쳐날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출판사 문구-

 

 

일본인 작가의 입에서 나온 어떤 것이 자국인 일본인이 불쾌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높은 기대감을 안고 펼쳤지만 책은 실망감을 주지 않았습니다.

 

 

 

1. 한층 넓어진 관찰력.

 

 

작가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전작으로 보아 사회 비판하는 눈빛이 '진화'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더 진화했습니다. 얄게 말하자면 미국과같이 자신의 이권다툼에 눈이 먼 인간들을, 넓게 말하자면 전 '인류'를 비판했습니다. 미국인, 일본인 등이 아닌 현생 인류를요.

 

 

역사상에서 드물게 보는 이 어리석은 전쟁을 주도한 미국 지도자들은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 그들이 믿는 신에 의해 지옥으로 떨어지리라.

-p.260

 

 

그래. 그게 그놈들의 방식이었다. 반대 의견의 문제점은 꼬치꼬치 따지면서 배제하고, 찬성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가득하게 채워 가는 것. 민주적인 결정으로 보이는 독재였다. 번즈 정권은 이렇게 해서 이라크 국민들의 살육도 주도했던 것이다.

-p.276

 

 

띠지에 있는 그 말처럼 "인간의 적은, 인간이 가진 단 하나의 적은 바로 동종 생물인 인간"이라고 가차없이 말합니다. 문명 사회, 전쟁이 없는 지금의 한국에서는 이해치 못하지만 이라크나 아프리카 등 초빈국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닙니다. 뉴스에서나 보는 것이 아닌 단 한발자국 차이로 자신이 그걸 시행하는 살인자가 될 수도, 살해당하는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저 내가 죽기 싫어 인륜을 어기는 일을하고, 내가 죽기 싫어 상대방의 목숨을 유린합니다. 자신은 힘이 없어 죽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죽여가며 누군가 이런 지옥같은 상항을 벗어나게 해주길 원합니다. 두려움과 같이.

 

 

오네카는 문득 깨달았다. 미군이 온 건가? 그러면 자기처럼 나쁜 사람을 죽이려 하지 않을까? 지금도 이렇게 울면서 애원하고 있는 여자들에게 총탄을 날리고 있으니까.

-p.521

 

 

오네카는 울음을 터뜨렸다. 두 눈에서 솟아난 눈물을 허공에 흩뿌리며 계속 뛰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 것을.

새나 짐승으로 태어나서 아빠와 엄마, 형, 여동생과 함께 맞대고 언제까지나 사이좋게 살고 싶었다.

-p.522

 

 

 

2. 재미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스릴러적인 요소에도, 추리적인 요소, 하물며 공상적인 SF와도 같은 요소에도 이 모든 것에 굉장한 만족감을 줍니다. 특히 SF와도 같은 설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해도 믿겨지는 묘사이기도하구요.

 

 

견고하게 쌓아올린 성을 보는 듯합니다. 배경은 현대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주무대가 일본만 주무르는 것이아닌 남아프리카 콩고, 미국 등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배경 또한 '제한'이 없습니다. 육탄전은 말할 것도 없고 해양, 공중전까지 모두가. 아차. 주인공인 고가 겐토는 급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 고가 세이지의 유언을 따라 페포 상피 세포 경화증을 치료하기 위해 치료제를 만드는데요. 소설이라고 만든다,가 끝이 아닙니다. 여럿 복잡한 DNA에 대한 나열이라든가 실험 도구 등 치료제를 만들면서 일어나는 실패 과정도 상세히 묘사합니다. 이런 생물학적인 부분까지 묘사한 것을 보면 작가 본인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을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기위한 노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 여러번 작가 프로필을 들춰봤습니다. 해당 학과를 나왔는지 궁금해서요. 초인류를 등장시킴으로써 SF적인 부분만, 그러니까 공연히 그러한 부분만 강조한 것이 아닌 그가 묘사한 부분이 일반인은 이해치 어렵겠지만은 상세한 묘사가 있었습니다. 공상적인 부분만이 아닌 것에서 독자를 만족시켜 주기까지 했습니다.

 

 

 

3. 제노사이드.

 

 

대학살이란 뜻을 가진 제노사이드.

작가는 이라크 전에서 일어난 학살뿐만이 아닌 콩고, 한일간의 민감한 사인을 대범하게 언급합니다.

 

"할애비는 젊었을 때 도쿄에 갔다가 조센징과 싸운 적이 있다. 그래서 뜨거운 맛을 보여 주었지."

팔 힘 하나는 자랑스럽게 여기는 할아버지에게 겐토가 물었다.

"일본인과 싸운 적은요?"

"그거야 몇 번이나 있었지."

"그럼 일본인도 싫어졌어요?"

-p.169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앞으로 올 손님이 부디 일본인을 원망하지는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선조가 어리석으면 후손이 고생하기 마련이었다.

-p.171

 

 

관찰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겪어보지않아 우리가 모르는, 모를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태를.

제노사이드,라는 말처럼 무서운 단어가 어디있을까요.

현실에 대해 담담하게 묘사하는 제노사이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무서운 것은 인간일 겁니다.

 

 

적막으로 뒤덮인 정글을 계속 나아가다 보니, 작은 냇가 근처에 있던 수많은 나비 무리가 아침의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속을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무수한 꽃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 별에는 인간이라는 괴물이 있어.

-p.534

 

그럼에도 인간을 보는 눈에는 조금의 '희망'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에겐 다카노 가즈아키가 말하는 인간, 그 이상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그러면 아무 담보물도 없이 자기 목숨을 위험에 처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구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역의 플랫폼에서 떨어지는 외국인을 구조하거나 아니면 목숨 걸고 신약 개발에 뛰어든다던가,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극히 소수 아닌가. 그것도 일종의 진화한 인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구태여 ㅇㅇ를 만나러 가지 않아도 그런 사람과 길에서 지나쳤을 수도 있겠군."

대답한 ㅇㅇㅇㅇ도 슬며시 미소를 되찾았다.

"그 사람 의외로 초라한 행색일지도 모르겠네요."

-p.6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