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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구매했습니다다. 아니, 낯익은 작가의 책을 구매했다는 말이 더 맞으려나요. 일본 추리 소설을 읽으며 번뜩이며 뒷통수를 내리치는 감정에 파묻히듯 읽다, 한동안은 읽는게 뜸했었습니다. 2~3개월간 읽은 일본 장르 문학 중에서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작품은 없었던 듯합니다. 평작을 조금 웃돌거나 딱 평작 수준인 것은 있었지만, 처음 접했던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책이 있냐는 말에는 글쎄요, 라는 말 외에는 나오지가 않네요. 최근의 책들은 책을 덮은 뒤의 여운이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오랜만에도 가슴 절절한 것, 애잔하다는 감정과 울컥하게 만드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작가의 이력부터가 흥미로웠습니다. 주부, 회사 경영, 승려 등 여러 직업과 56세라는 늦깍이 신예라는 것에 누가 동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젊은 나이에, 어린 나이에 등단해 천재 소리 듣는 이들에게도 흥미가 들지만 적잖은 나이에 등단한 작가의 경험이 녹여져 있을 듯해 작가의 프로필에 호기심이 동해 최근에 출판된 두 작품을 모두 구매했습니다. 제일 먼저 읽었던 <유리고코로>는 섬뜩한 책 표지와 더불어 뒷면의 간략한 소개란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그래요. 뒷면의 문장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 있었어요.
소설이길 바라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와 담담한 고백형의 글체에 머리카락이 저도 모르게 쭈볏거리며 올랐습니다.
그쪽 방면의 의학 연구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면 살인자를 고치는 약도 나올지 모르겠구나,하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그런 약이 나오면 역시 저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거라 죄책감 같은 건 없는 저지만, 그래도 살인을 멈출 수 있다면 역시 먹어보고 싶습니다. 왜 그런지 저로서도 불가사의합니다.
-p.22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문장도 문장이거니와 전체적인 이야기 짜임새가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야기 짜임새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반전은 추리 소설에 걸맞는 뛰어난 반전은 아니었습니다. 건더지를 주듯 작가는 독자에게 그 반전 포인트를 던져줍니다. 내가 생각한 그것이 맞음에도 작가를 이겼다는 기쁨보다도 천연덕스럽게 쉼없이 내용을 이어가는 것에 놀라웠고 그 이끌어가는 내용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마치 호숫가에 던진 돌로 생겨버린 물결처럼.
역주의 말에서 일본에서 이 작가는 <고백>의 미나토 가나에와 비교가 된다고합니다. 글쎄요. 개인적인인 소견이지만, <고백>을 놓고보자면 그 반전은 물론 미나토 가나에가 더 뛰어나지만 그 외에서는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분위기, 살인자의 고백서, 관찰자의 입장, 필체 등 모든 것이요.
자극적인 내용에 구역질나게, 두근거리게, 울음을 삼키게 만드는 이상한 작가입니다. 누마타 마호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