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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바로크
유키 미쓰타카 지음, 서가영 옮김 / 혼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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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
집단자살
악의
기념비
나비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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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단어들이 머릿 속에서 떠오르다 사라진다. 2008년 12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문구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렇지만 첫 시작은, 첫 문장은 어랏, 뭔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임에는 틀림없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여운을 주는 것, 여러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함축적이기도 한. 그렇지만 딱히 정확하게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난해한 작풍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작풍인지, 작품인지, 여운인지...) 착 가라앉은 정적과 함께-.
밤바다가 배경이다. 시선이 위로 향할수록 바다 표면의 물결과 그 너머 건물들의 반짝이는 빛들이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장관은 바다를 가르며 날아가는 나비의 옆 모습이다. 필시 이 나비는 호랑나비일 것이다. 호랑나비는 일본어로 아게하, 아게하의 날갯짓이 한층 더 힘차게 펄럭인 듯한 느낌이 든다.
경찰 드라마를 많이 봐서인지, 최근에 읽은 <얼어붙은 송곳니>를 읽어서인지. <플라바로크>의 첫인상은 뒷면의 '대단한 발상과 압도적인 구성력'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주主 사건도 우울하기까지하다. 책은 독자가 그 분위기를 익히기도 전에 예순 여섯 구의 시체를 등장시킨다. 그것은 집단 자살이라는 형태로, 이기적이고 사악한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수사는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하다. 예순 여섯 명이나 되는 이들의 집단 자살은 어떤 걸 이야기하고 있을까.
머리가 새하얘진다. 그렇고 그런 경찰 소설이면 어떻하나. <얼어붙은 송곳니>와 비슷한 내용이면 어떻하나. 결론은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책을 덮고나니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사건의 시작과 베일에 쌓인 인물들의 등장, 마지막까지 반전을 손에 꼭 쥐었다가 서서히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그 내용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무언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더라. 아무리 그 전체적인 내용이 뛰어나다하더라도, 마음에 들더라도 무언가 빠진 느낌이 무엇일까, 책을 읽은지 보름가량 지나 이제야 그것이 무언지 깨달았다. 그건 인물의 매력성이다. 사건 중심으로 진행해 등장 인물을 좀 더 파고들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인물의 이야기에대해 적기는 하지만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소설 속의 그 사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닌, 정말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은 듯하다. 이렇게 평했다지만, 섣부른 실망을 하지 않았으면한다.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전반적인 짜임새와 잘 짜여진 퍼즐의 느낌을 독자에게 선사한 작가임에는 틀림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