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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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읽은 온다 리쿠의 책이 <달의 뒷면>과 바로 이 책 <불연속 세계>이다. 워낙에 온다 리쿠에 관한 평이 극과 극이라 이왕에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 단편 모음집을 보는 것보단야, 먼저 장편을 읽는 것이 낫지 않나 싶어 <달의 뒷면>을 먼저 읽었던 이유였다. 사실 <달의 뒷면>이 생각했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책이라 <불연속 세계>를 펼치기가 무서웠던 것이 사실이다.

아, 어쩌다 말이 빙빙 돌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온다 리쿠의 미스터리한 세계라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먼저 깨달을 수 있게하는 <불연속 세계>를 먼저 읽을껄하고 생각했다. 오싹해지면서 인간 마음 속 깊은 것을 문장 하나로 어루만지는 것이 가능한 작가구나 싶었다. 왜 극과 극이 오가는 지는, 그만큼 자기만의 색체가 강하니 그런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도 해본다.

 

 

아닌 게 아니라 세간의 들뜨고 부산한 분위기, 다 같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꾸자꾸 치솟기만 하는 느낌은 감지하고 있었다. 도쿄의 경관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라져가고 있었다. 여자들은 나날이 얼굴이 바뀌고 패션이 대담해졌다. 얼마 전에 잔, 미카와 함께 긴자를 거닐었을 때도 옷차림으로 일반인과 아닌 살마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굴 없는 누군가가 키를 크게 꺾어 어딘가로 가고 있는, 어딘가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있는 거리. 그 목적지는 아무도 모른다.

딱히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어느 시대나 세계는, 사람은 늘 흐름 속에 있다.

흐름 속에.

-p.52

 

 

5가지의 간략한 단편집들이 엮어져 있으며, 작품 속 주인공은 '쓰카자키 다몬'이라는 성인 남자이다. 다섯 작품 속 다몬의 나이도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그의 성격은 한결같다. 분명 작품 속 주인공은 맞지만 방관자와 같은 모습에, 어떤 놀랄 일이든지 덤덤하게 진행된다. 무슨 일을 겪든, 어떤 놀랄 만한 일을 경험했든 일관되게 행동한다. 사물에 관심이 없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긴하지만 그러한 독특한 분위기가 독자의 눈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당신은 언제나 과객. 지나가기만 하는 사람. 스스로도 잘 알면서 그러십니까."

-p.121

 

 

추리적인 요소도 있기는하지만 미스터리한 그 오묘한 분위기를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다섯 개의 단편 하나 하나의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그 중 <새벽의 가스파르>가 가장 인상 깊었다.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늘어놓자며 무박 여행을 떠난 네 남자의 이야기, 여러가지 이야기가 섞여들어 나오는 진실된 이야기는 그 결말과 더불어 뇌리에 박혀들게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이 마지막을 장식하니, 왠지 더 가슴이 먹먹해지는 듯하는 것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아, 달의 뒷면과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그렇지만 불연속 세계를 먼저 읽고 난 뒤 달의 뒷면을 봤더라면하고 후회가 일었다.

온다 리쿠, 환상 작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가인듯하다. 먹먹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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