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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정치 스릴러 장르에서 책을 추천한다면 절대 빠지지 않는 작가가 빈스 플린이다. 그 중 <임기 종료>가 가장 평이 좋은데 읽으려고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재미있다는 평이 굉장히 많아 어떤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원하는 책이었다. 책의 정보에 대해 아는건 단지 ‘정치 스릴러’라는 것 뿐이다. 속도감과 박진감으로 하루 내에 몰아보게 만드는 미드 <24>를 탄생시킨 작품이라는 말에도 대체 어느 정도일까 한껏 부풀어 오른 가슴을 안고 책을 펼쳤다.
전체적인 느낌부터 말하고자한다면 大성공이다!
정치라는 다소 정적이고 접하기 어려운 요소에 스릴러를 접목시킨 것이 과연 스릴러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의 의문은 괜한 걱정이었다. 미 정부에서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악명 높은 정치인 세 사람이 같은 날 살해당하질 않나, 악명 높은 3명들을 설명할 때에도 거침없이 설명하질 않나! 특공 대원들과 같은 인물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성격과 능력을 생생하게 묘사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긴장감 넘치게 진행된다.
피츠제럴드는 워싱턴 정계라는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오면서 선배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양심과 도덕을 억눌러버렸다. 피츠제럴드에게 성실, 근면, 책임, 개인의 자유, 미국 헌법 같은 것은 거의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다만 권력을 움켜쥐는 것을 뜻할 뿐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에 매달리는 것. 피츠제럴드는 코카인에 중독된 마약 중독자처럼 권력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했고, 아무리 많은 것을 손에 넣어도 만족하지 못했다.
-p.46
세 명의 정치인이 암살범들의 손에 살해당하자 여론은 그들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정치인들 중 현 체제에 문제점을 알고 개선시키려고하는 정치인인 올슨 상원의원과 주인공 마이클 오루크의 할아버지인 시머스와의 논쟁이다. 민주주의이기에 투표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폭력을 반대하는 입장의 올슨과 폭력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주장하는 시머스의 대립은 현실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장면이었다.
“통계숫자를 좀 보게, 에릭. 우린 지금 파산을 향해 가고 있어. 도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뭔가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네. 그렇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로마의 전철을 밟게 될 거야.”
“그럼 폭력이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이라는 말씀입니까?”
(……)
“폭력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
“에릭, 건전한 토론은 환영이네만, 다시는 나한테 그런 쓰레기 같은 말을 내뱉지 말게. 난 자네가 가르치던 순진한 대학생이 아냐. 아첨을 일삼는 정치운동가도 아니고. 난 사람들이 죽는 걸 직접 봤네. 이 나라를 위해 복무하면서 직접 사람을 죽인 적도 있어. 자네의 그 이상적이고 철학적인 이론들이 의사당의 신성한 복도에서는 효과가 있는지 몰라도, 현실 속에서는 안 그래. 폭력은 삶의 일부일세. 자기가 원하는 걸 얻으려고 기꺼이 폭력을 쓸 사람들이 쌔고 쌨어. 그런 사람들을 막으려면 역시 폭력을 동원하는 수밖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만 없다면,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사람이 이 세상을 다스릴 걸세. 그리고 자네는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라는 멍청한 말을 하며 돌아다닌 죄로 총살당하겠지.”
-p.316~317
이야기는 점차적으로 클라이막스에 다가간다. 부패한 집단이 이 기회를 틈타 양심있게 행동하는 정치인들을 죽이는 것이다. 어차피 범인이 잡히지 않았으니 그들과 흡사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그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상상하면서 읽는 것이 어찌나 두근거리는지 그 두근거림에 읽다가 덮으려고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뒷 내용을 궁금케 만들어 읽게 만드는 필력은 대체 무엇일까. 왜 이러한 책이 60곳의 출판사에서 버려지고 자비로 출판이 된 걸까. 그건 책을 읽으니 절로 답이 나온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초래한 현실에대해 봐주는 것 없이 굉장한 비판을 소설의 힘을 빌려 표출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한다.
어쨌든, 스릴러 소설에 입문한다면 절대 빠짐없이 읽어야하는 책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