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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평점 :
<스타터스>에서의 미래는 흑색이다. 아니, 보일듯 말듯한 희망을 가지지만 그 희망의 입구는 보이지 않는 회색 빛을 가졌다.
여기서의 스타터스는 10대를 뜻하고, 그 반대 격은 엔더로 노인을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전쟁이 발발했고 그 시발점은 태평양 연안국 해양 전투였다. 이 전쟁은 후에 생물학 포자 미사일을 발사하여 백신을 맞지않은 20대~60대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게 만든다.
그 백신이 아니었다면, 우리 역시 부모님처럼 죽었을 터였다. 20살과 60살 사이의 모든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더 나이 많은 엔더들처럼, 우리가 가장 취약한 세대였기에, 우리는 대량 살상용 생물학 포자 미사일에 대비하는 백신을 가장 먼저 맞았다. 덕분에 지금 우리만이 이렇게 살아남아 있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p. 30
생물학 포자 미사일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컴퓨터, 비행기, 주식시장 등 이를 부서워버리려고 EMP(전자기장의 파동에 의해 전자 기기를 파괴하는 것으로 핵폭발의 효과중 하나)를 사용해 세계는 정말이지 극으로까지 치솟는다. 주인공인 10대 사춘기 소녀 캘리의 시선에서는 부모님을 앗아가고 아무 힘없는 자신과 병약한 7살난 동생 타일러만 남기고간 빌어먹고 더러운 세상인 것이다.
내 삶이 아무리 힘겹다 한들, 그 애의 삶은 더 팍팍한 거였다. 이런 미친 짓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뭐라도 있어야 했다. 저 소름 끼치는 바디 뱅킄나 합법적인 강제 노동 말고, 다른 방법이.
-p. 22~23
스타터스에겐 선택권이 단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길거리의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집행관들에게 잡히지 않기위해 성인이 될 때까지 도망치는 삶을 사는 것, 두 번째는 이런 삶을 살다 집행관에게 잡혀 강제 노동을 당하며 지옥같은 감옥 생활을 하거나. 마지막으로는 바디 뱅크라고 불법이지만 자신의 뇌에 칩을 장착하여 노인들에게 몸을 맡겨 많은 돈을 받고선 노동자 층의 엔더에게 뒷돈을 줘 집을 구해 사는 것이다. 잠깐 잠을 자는 사이 노인의 영혼이 연결된 칩으로 인해 자신의 몸에 들어와 수영, 펜싱, 말타기 등을 건강한 자신의 몸으로 즐기는 것이다.
YA 소설류를 좋아하지 않는데, YA이긴하지만 이렇게 단단한 배경과 판타지한 분위기를 가지고있는 소설이라면 大환영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 마음에 들었던 YA소설이라면 <연기와 뼈의 딸>과 <십 브레이커>, <인카세론>이 있는데 후자 2권의 책들이 미래가 배경이라 서평을 적는답시고 끄적여보니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이번에 읽은 <스타터스>까지 포함하여 정말이지 YA소설의 그 가능성이란 혀를 내두르게만든다. 청소년이 주독자층이라 배경이나 내용이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큰 코 다친다. 탄탄한 밑바탕과 주인공 소년·소녀들, 이번에는 이들의 달콩살콩한 러브 스토리가 마음을 간질였다. 답이 나오지않는 미래가 배경이라지만, 노인이 10대의 몸을 빌린다는 발상이 정말이지 놀랍다. 에네더, 스타터스, 홀러메이션 등 작가가 만들어낸 신조어 등 어느 것하나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다.
YA소설+SF적인+Love Story = Starters.
부모없이 남겨진 가난한 10대 소년·소녀들을 자신이 아니라고 버러지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엔더들!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닌 다시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그 애는 정확히 더 어린 시절의 나, 작년까지의 나와 같았다. 돌봐 줄 사람이 없는 미성년자를 집 잃은 개만큼도 대우해 주지 않는 제도에 휘둘리고, 음식물 찌꺼기라도 갈망하는, 자포자기한, 굶주린 고아.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