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단편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0. 헨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양장본의책을 읽을 때는 책 겉표지를 벗겨내어서 본다. 모던&화이트의 전 작들의 속표지색은 초록색과 갈색이었고 이번의 것은 밝은 빛을 띄는 주황색이었다. 초콜릿향과도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치듯 서성인다.

 

  오 헨리, 누가 이 작가의 이름을 모를까. 갈색 빵 모자를 쓰고 맨발로 걸어가는 소년의 뒷모습과 살랑거리는 풀밭의 향기를 가진 표지는 이리도 평범한 일상을 글로, 소설로 엮어내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표지부터가, 작가의 이름부터가, 옮긴이부터가 기대되는 소설이다.

 

  단편 중 <크리스마스 선물>이 가장 유명한 소설이 아닌가싶다. 교과서에서 읽었나, 언제 읽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부부의 이야기는 머릿 속에 남아있다. 기다란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아내는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의 머리칼을 팔아 근사한 시계줄을 사고, 근사한 시계를 가지고있는 남편은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시계를 팔아 빗을 산다. 서로가 기뻐하는 선물을 사느라 자신에게 있어 가장 아끼는 것과 교환한 셈이다. 서로를 챙기고, 어루만져주는 모습은 마음을 찡하고 여운을 남기게 해준다. 이렇게 30편의 단편이 393페이지에 녹아져있다. 어떤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도, 어떤 이야기는 눈물을 나오게 하기도하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오 헨리 단편선>은 읽어야지하고 생각하고 하루 이틀만에 몰아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그 단편들을 하나 둘씩 곱씹어가며, 여러 가지 생각을하며 읽는 것이 더 어울리는 책인 것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번을 반복하여 읽더라도 전혀 지겹지 않은 그러한 책. 아, 세계적인 작가의 글이란 이런 거구나, 다시금 머리를 끄덕인다.

 

 

 

 

 

 

밀리는 도시에 사는 오빠에게 주제넘게 잔소리를 했다. 그러자 로버트가 당장에 징그러운 여치 한 마리를 손으로 잡아와서는 누이의 얼굴에 갖다 댔다. 밀리는 요란스럽게 비명을 지르면서 이 유리같이 반듯한 오빠에게 쫓겨 오솔길로달아났다. 400미터쯤 달려갔다가 그들은 돌아왔고, 밀리는 승리한 '도시 사람'인 오빠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렇게 시골의 광기가 완전히 로버트를 사로잡고 있었다.

(......)

로버트는 풀밭에서 재주를 넘었고, 톰은 부러워하며 형을 놀렸다. 그런 뒤 로버트는 "야아"하고 외치면서 소란스럽게 뒤뜰로 달려가더니 쭈글쭈글한 늙은 하인에게 밴조를 들려서 데려왔다. (......) ㅡ복잡한 탭댄스 묘기를 삼십 분 넘게 보여주기도했다. 그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치광이처럼 시끌벅적하게 굴었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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