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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안녕히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8
구보데라 다케히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떤 이유인지 ‘나’라는 인물은 조그마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만 활동을 한다. 중학교 입학 후 단지 밖을 나가지 않겠다고 어머니께 선언 후 줄곧 이렇게 생활한 것이다. 아무리 도서관, 체력 단련실, 빵집, 유치원 등 단지 내에 있기에 그 곳에서만 활동을 한다면 할 수도 있다지만. 그렇다, 그는 행동 반경을 집에서만이 아닌 단지 내로 그 범위를 설정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인 것이다. 타인과의 사귐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은 없지만 그것이 통용되는 것은 단지 내에서일 뿐이다. 단지 한 발자국이라도 밖으로 내딛으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눈앞이 빙글 빙글돌며 세상이 형형색색의 빛으로 가득 차 발작을 일으킨다.
빵집에서 일하고 사부(사장)에게 부탁해 정장과 구두를 대신 사달라 하기도하고 옆집 초등학교 여동창에게 부탁해 여자 친구의 생일 선물로 본인과의 약혼 반지를 준비하기도 한다. 여자 친구가 있고 일을 성실히하는 녀석이지만 강박 관념과도 같은 것은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부탁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부터 해왔던 아파트 순찰도 10여년이 지나도 계속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정신이 없는 발작의 상태가 오고. 이런 ‘나’가, 이런 가여운 아이가 주인공이다.
사실 이 녀석은 왕따를 당해서 이런 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졸업식에 있었던 어떤 일로 머릿 속에 자리잡힌 것이다. 단지 내가 가장 안전하다고. 나인 사토루의 시선에서 몸만 자라고 마음은 철없는 아이와도 같이 묘사한다. ‘모두, 안녕히’ 언제까지고 타인이 기억하지 않는 초등학교의 일만 계속하여 말하는 아이로. 안쓰럽다. 안쓰러우면서도 쓰다듬어주고싶고 보담고싶다. 이 아이는, 이 녀석은, 자신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해 그걸 마음 속 깊이 묻어두지못하며 자신도 모르게 꺼내본다. 계속 또, 계속.
인정하기싫지만 단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들 다 밖으로 이사를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황폐해진다. 비어진 아파트에 입주자가 들어서질 않고 방화, 퍽치기와도 같은 범죄도 일어나는 것이다.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오들 오들 떨어대는 본 모습을 감추기위해 운동을 하는 ‘나’. 아... 이 녀석 도와주고 싶다. 열심히 살아가는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간절히.
그래, 안 좋았던 과거는 모두 잊어버려라, 사토루.
모두,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