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문 門

글쓴이 나쓰메 소세키

옮긴이 김정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어떤 글로 시작해야하나 말문이 막힌다. 아니, 지금의 경우에는 글문이 막힌다고 해야하나.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어디서 어떻게 시작의 운을 띄워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어휴, 이렇게 글로나마 불평하는 내 마음을 표현하니 한결 가벼워진다.

 

  비채의 모던앤클래식에서 나온 <시골 생활 풍경>과 <문>을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류의 글이 아니다. 정적인 표지와 내용, 그 안의 내용들이 얼만큼 유익하냐는 것보다 지루할 듯한 느낌에 펼쳐보기조차 꺼리는 류이다. 이런 생각으로 먼저 <시골 생활 풍경>을 접했는데 클래식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과 번역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안의 문장들은 한 구절 한 구절 와닿는 글이 많았다. 어랏,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 작가 나쓰미 소세키의 <문>은 어떠할까. 어떠한 것에 빠져들면 정신 못차리는 내가 장르 문학이 아닌 이러한 고전 문학, 일반 문학류에 빠져들면 어떻하나 아찔해지는 걸 느끼며 책을 펼쳤다.

 

  1910년에 쓰여진 소설로 가난하지만 젊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듯 보이는 이 부부는 세월아 네월아하는 성격이 비슷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소스케의 아내 오요네는 소스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야스이의 아내였던 것이다. 이로인해 그 시대 당시 대학을 다니던 전도유망한 청년 소스케는 더 이상 대학을 다니지 못하는데, 이는 야스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요네로 인해 둘도 없는 친구의 인생이 나뉘어진 것이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가는 소스케 부분는 아무에게도 그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싶지않아 그것이 몸에 베기듯 살아간다. 소스케 부부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문>이라는 소설집으로 엮어낸 것으로, 매사 의욕없는 소스케와 오요네, 그들의 삶에 들어온 소스케의 동생 고로쿠의 이야기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소스케의 주인집 사카이와의 대화중 야스이와 사카이의 동생이 사카이의 집에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서부터이다. 소스케는 급작스런 야스이의 소식에 불안감에 휩싸여 종교의 문을 두드리는데, 이러한 이유로 종교를 찾는 소스케에겐 구원이란 없다.

 

 그 자신은 오랫동안 문밖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할 운명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통과하지 못할 문이라면, 일부러 여기까지 고생 끝에 닿는다는 건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도저히 왔던 길로는 뒤돌아갈 용기가 없었다. 그는 앞을 바라다보았다. 앞에는 육중한 문짝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문을 통과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문을 통과하지 않고 끝날 사람도 아니었다. 결국 그는 그 문 아래에 꼼짝딸싹 못하고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p.264-

 

  소스케의 삶은 다시금 시작과 마찬가지의 상태로 돌아간다. 무엇하나 진전되지 않은 상태로.

  역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식 전통 가옥 구조에 따른 차노마라는 방 이름에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문학, 특히 이러한 번역되어 출간되는 문학을 읽고 느끼는 것은 번역가의 재량이 중하다고본다. 책에서의 분위기, ‘문’에 대한 상징적인 것들, 등장 인물들이 생각하는 것, 입는 것, 생활하는 주거 공간 등 다가오기 쉬웠던 듯하다. 문장들 안에서 등장 인물들이 사뿐 사뿐 걸으며 속삭이듯 말을 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