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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인형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잠자는 인형
글쓴이 제프리 디버
옮긴이 최필원
비채
-모중석 스릴러 클럽-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데, 아직 유명한 제프리 디버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제프리 디버의 유명한 작품 링컨 라임 시리즈 중 <곤충 소년>까지는 소장하고 있는데 어떻하다보니 읽게된 것은 링컨 라임이 아닌 캐트린 댄스의 첫 번째 이야기 <잠자는 인형>이었다.
검정색의 배경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듯 흑백 사진에서 오려 붙인 듯한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등에는 본인부터 읽어 달라는듯 검은색이 아닌 강렬한 푸른색으로 눈에 띄었다. 사실 690 페이지나 돼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까 걱정부터 들었다. 그래, 일단 첫 페이지부터 읽어보자. 집중되지 않으면, 재미없으면 다른 책 읽으면 되지라며, 주춤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책을 펼쳤다.
내용은 크게 두 명의 대결 구도이다.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
vs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악마의 탈옥수 다니엘 펠
통찰력 잇는 동작학 전문가는 기선과의 대조 작업 없이도 거짓말을 짚어내는 게 가능하다.
거짓말에는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하나는 살짝 올라가는 음성. 거짓말은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고,
감정의 변화는 성대를 조인다. 또 다른 반응은 답변하기 전, 또는 답변 중의 머뭇거림이다. 거짓말은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거짓말을 하는 이는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려야 한다. 같은 화제에 대해 자신과 상대가 무슨 얘길 나눠왔는지
기억해낸 후, 그것과 일치하는 거짓 반응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심문자가 무엇을 진실로 믿고 있는지도 항상 파악해둬야 하고.
-p.112- |
상대가 말을 하면서 하는 행동(손짓과 발짓의 세세함), 표정과 말투 등을 분석하며 상대의 거짓에서 진실을 이끌어낸다.
그의 테크닉은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공동의 두려움(탈옥한 살인자)과 공동의 관심사(존 스타인벡과 재즈. 사실 그는 그것들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허세는 그의 특기였다.) 찾아내기. 섹스 게임(그녀는 그의 손가락에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는지부터 확인했고, 그가 아이 얘기를 꺼냈을 땐 절제된 미소를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xx에 대해 많은 걸 파악할 수 있었다) 즐기기. 뭔가 칠칠치 못한 일을 벌여 웃음을 자아내기(바지에 떨어진 계피 가루). 상대의 연민을 자극하기(전 아내가 아들을 망쳐 놓았다는 이야기). 생각이 깊은 척하기(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파티를 계획한 것과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그녀를 차까지 바래다준 것), 의심 걷어내기(911에 제보하는 연기).
-p.287- |
그렇지만 댄스의 상대 탈옥수 다니엘 펠 또한 만만치 않다. 그 또한 댄스처럼 사람의 행동을 관찰한다. 자신을 매력적이게 어필할 줄 알고, 상대를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즉 펠 그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종하는 걸 즐기고 원한다. 그는 피리부는 사나이와같이 행동한다.
댄스가 펠을 잡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협력해서 이끌어내는 부분, 펠이 탈옥해서 그의 목적지로 가면서 일어난 일만 중점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댄스의 부모님과 사랑스런 두 아이들, 덩치는 커다랗지만 귀여운 개 2마리가 있는 그녀의 가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또한 일적인 부분과 조화가 잘 되어있다. 등장인물 모두 애정이 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스릴러 작가 모튼 네이글이다. 몇 권의 책을 출판했지만 인지도가 그다지 없는 작가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다니엘 펠에게 당한 피해자들에 대해 소설로 내려 그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등 그가 모은 자료로 댄스에게 도움을 준다. 네이글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있었는데 스릴러 작가가 책 안에 등장하니 왠지 킥킥 웃음이 나왔다. 제프리 디버 본인이 출연한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월, 화, 수, 목, 금, 토] 6일동안 벌어진 일들인데, 스릴러 소설답게 그 전개가 빠르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이란 1+1=2라고 생각한다. A는 착한 사람, B가 나쁜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결론은 B가 진다는 것이지 않나. 그럼에도 B가 어떤 짓을 어떻게 벌이는가, 이러면 안되는데, 주인공 주위사람들을 헤치며 안되는데하며 독자에게 긴박감을 주며 종이를 넘기게 한다. 펠의 미래는 이미 나와 있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동안 지루함을 주지 않은 작가에게 박수를-.
“신청곡 없어요?”
그녀가 낡은 마틴 기타를 톡톡 두드렸다. 마치 드럼 연주를 하는 듯했다.
“아니. 그냥 자네가 들려주고 싶은 걸 연주해봐.”
그가 몸을 뒤로 젖히고, 닳아 해진 구두를 앞으로 길게 뻗었다.
캐트린 댄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또 다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p.6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