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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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글쓴이 교고쿠 나쓰히코

옮긴이 금정

비채

 

 

 

 

 

 

 

 

  2011년 여름, <속항설백물어>가 출간되었을 때의 열기는 대단했던 걸로 기억이난다. 당시 막 일미에 입문한 나조차도 전작인 <항설백물어>를 읽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에 편승하여 <속항설백물어>를 읽고싶어 미쳤으니까. 처음 일미를 접했을때 <항설백물어>를 구매할까 말까 망설이다 어떤 블로그에 지극히 주관적인 악평에 구매하려던 마음을 접었던 것으로 생각난다. 그것도 아마 책 안의 단어를 올려서 제대로 된 해석이 맞냐며 질타했던 내용이었을 거다. 블로그의 악평도 그러하지만 사실 무서운 고전 설화나 요괴 관련 류를 무서워해서 구매하지 않았던 것일수도 있다.

 

  이웃님들의 <항설백물어>에대한 모두들 하나같이 입을모아 굉장한 책이라고 말하여 귀가 얇은 나는 겁쟁이의 새가슴을 안고 드디어 <항설백물어>를 읽게 되었다.

 

  <속항설백물어>가 출간되었을시, 번역가 금정씨에 관련된 글을 읽었는데 항설백물어 시리즈 자체가 고전 설화가 주 내용이라 번역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매끄러운 번역으로 이미 출판업계에는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두꺼운 양과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데 출판사서도 어떻게 번역을 하든 번역가의 재량에 모든 걸 맡긴다는 것도 있었고. 책을 덮은 뒤 부끄러웠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일미즐 카페의 도서 추천란에 <항설백물어>와 다른 책을 말하며 어느 책을 구매할껀지 의견을 구하는 글이 있었는데 그 당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블로그의 개인적인 악평을 막 알았을 때라 <항설백물어>에 대해 그걸 말하며 ‘비추천’했기 때문이다. 이후 <속항설백물어>의 출간이후 번역가 금정에 대한 글을 읽고나서 댓글을 삭제하려고했더니 이런 제... 삭제가 안되었다. -_-+ 어쨌든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던 <항설백물어>와의 만남이라 떨렸다.

 

 

 사실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라해서 백가지 이야기가 다 들어가는 줄로만 알았다. 정말 이 작품은 여러모로 나를 부끄럽게하고 여러모로 의외성을 심어주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항설백물어 자체의 뜻은 백가지지만, 이 소설에서는 일곱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매끄러운 문장에 행바꿈 역시 문맥상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 물론 단어가 첫 장의 일러두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현지 발음 표기와 한자음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부분이 있지만 글의 문맥상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 지역에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간겐시대*라고 하니, 신군*께서

에도에 막부를 열기 훨씬 전의 일이지요. 그 무렵 가마쿠라 검비위사*의 수족이...”

-p. 199

 

  실제 그 시대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이름으로 말할 터가 없지 않나. 그들에게는 대단한 인물이었을테니 신군이라 표기한 것일테고 검비위사 역시 그러하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경찰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시대상으로 따지자면 그 때는 그리하지 않았을 테니까.

  책 펼치기가 덜덜덜 겁났었던 것과 달리 일단 첫 번째 이야기만 넘기니 나머지 이야기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그 뒷내용이 궁금하여 집중하여 페이지를 넘겼다. “어행봉위.” 짤랑이는 요령 소리와 함께 자기 잇속을 챙기려 나쁜 짓을 일삼는 요괴와도 같은 인간들의 모습이 움츠러드는게 보이는 듯하다. 악행을 일삼는 인간들의 행동이 더욱 더 요괴같지 아니한가. 다소 소름이 돋는건 사실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본 책이다. 무섭기는 하되, 인간이 더 무서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은 그 이유가 있는 법이란 걸 다시금 깨달았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

 

“무리하게 쥐어흔들고, 찬물 끼엊고, 볼때기 때려서 눈을 뜨게 해봐야 좋을 것 없어. 이 세상은 모두 거짓투성이야.

그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니 어딘가에서 무너지는 거야. 그렇다고 눈을 떠서 진짜 현실을 보게 되면 괴로워서 살아가지 못해.

사람은 약해. 그러니까 거짓을 거짓으로 알고 살아간다. 그것밖에 길이 없는 거라고. 연기 피우고 안개 속에 숨으며 환상을 보고,

그래서 만사가 원만하게 수습되는 거라고. 그렇지 않나?”

-p. 502-503

 

마타이치는 툭 던지듯 말했다.

“슬프군요, 인간이란 존재는.”

그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소생은....”

“뭡니까?”

“소생은...선생, 그 요리키의..... 그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마타이치는 이 말을 하고는 짤랑, 요령을 울렸다.

-p.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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