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지음, 임희선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모리 에토
에쿠니 가오리
옮긴이 임희선
시드페이버
오랜만에 추리/스릴러가 아닌 일반 소설을 집어들었다. 그것도 단편 소설. '4인의 나오키상 수상작가가 유럽을 무대로 쓴-' 뒷면의 문구에 마음이 두근 거린다. 사실 부끄럽지만서도 일본의 문학상의 경우에 내가 아는 것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상' 등등 죄다 미스터리 관련 상들이다. 나오키상을 받은 4인의 각양각색의 빛을 내뿜는 작가들이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모이다니, 각각의 단편이라지만 그 분위기가 잘 융화될 수 있을까 걱정도 일었다. 결과는 만족-! 뛰어난 반전이 있어서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가 아닌 책의 단편 하나 하나가 끝날 때의 그 아련함, 가족에 대한 유대와 같은 것으로 인해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물론 4가지 단편 그 전부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4가지의 다른 빛이 발하더라도 잔잔한 물결을 일며 봤던 책이었다. 아련히 피어나는 어떤 것이 있기에 덮을 때 그 마음이 아직까지 있는 듯하다.
표지는 역시 한국이다 싶었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책 제목을 보고 요리에 관련된 소설인가 싶었다. 요리 관련된 글은 보지를 않아서 다소 얇은 두께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연두색과 온갖 맛있어보이는 음식들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러스트들, 그리고 앙증맞은 글씨체,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읽던 소설들이 장르 소설에 치우치다보니 일반 소설과는 맞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중간 중간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애뜻한 사랑,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알게된 내가 모르던 진실들-.
■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일본 최고의 여성작가 4인이 2010년 10월에 방송된 일본 NHK BS하이비전 기행 프로그램 [프리미엄 8]에 출연, 각각 유럽의 슬로 푸드와 소울 푸드를 찾아 여행을 하고 그곳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를 엮은 단편소설집이다. 이노우에 아레노는 피에몬테 주(이탈리아), 에쿠니 가오리는 알렌테주 지방(포르투갈), 가쿠타 미츠요는 바스크 지방(스페인), 모리 에토는 브르타뉴 지방(프랑스)을 무대로 음식과 사랑, 치유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각 단편에는 난민 캠프의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만드는 여성, 의식이 없는 나이든 남편을 간병하는 젊은 아내, 시골에 사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갈등하는 요리사, 애인의 바람기로 고민하는 게이 남성이 등장한다. 주인공들 저마다의 가슴속에 자리한 음식에 대한 추억은, 이국적인 풍경의 묘사와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의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식탁에 모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이지만,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이 책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함과 동시에,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한 공허함을 요리의 향기로 메우듯 잔잔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다른 가족의 일상 생활을 잠깐 엿본 느낌이 들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가족과 함께 먹는 아침이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금 온 가족이 모여 매일 아침 밥을 같이 먹는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다시금 생각했었던 것이 떠오른다. 집에 일하는 특성상 아버지가 일찍 일어나 나가시는데, 가족을 위해 일을 하는 건데 혼자 쓸쓸이 밥 먹을 수는 없다하여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점심, 저녁은 같이 먹지 못하더라도 아침은 여지껏 꼭 같이 먹었다. 먹으며 가족간에 어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요즘의 뉴스는 어떠한지, 이웃은 어떤 일이 있더라 저렇더라며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이야기들-. 어느 것하나 일상 생활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러한 부분이 없어진다면? 삽으로 파내듯 없어진다면 어떠한지... 주인공들은 이러한 일상 생활은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생각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여러모로 가슴이 따뜻해진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