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전세역전 -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 압류부터 공매까지
홍인혜 지음, 정민경 감수 / 세미콜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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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혜, "루나의 전세역전"

🖋서론
올해 4월부터 전세 임차인(세입자)들이 임대인(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임대인의 미납 세금은 집에 문제가 생겨 압류될 경우, 임차인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 대상이 되므로 자칫 임차인의 보증금이 임대인의 세금을 완납하는 데 쓰일 우려가 있다. 하물며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의 가산세마저 임차인의 권리를 앞선다고 하니 임차인 입장에서는 억울해 미칠 노릇이겠다.

그동안 세입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건 일찍이 전입 및 확정 신고를 받아 대항력을 갖추거나 보증 보험에 가입하여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악랄한 집주인을 만날 경우, 상냥함 뒤에 가려진 공갈과 협박의 칼날에 세입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그런 세입자 중 한 사람이었다.

🖋본론
새로이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수십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가며 근저당과 개별 등기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던 저자는, 집주인의 문어발식 부동산 투자로 빚어진 세금 문제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비극은 바닥 아래 지하까지도 얼굴을 들이미는지 그 집에 매겨진 높은 경매 입찰가를 집주인이 거절하며 저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일말의 희망마저 잃게 된다. 힘겹게 번 돈을 너무도 쉽게 잃을 때면 그 돈을 번 시간과 노력까지도 부정당하는 것 같아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시간을 견뎌내고 공매에 직접 참가하여 기어이 그 집을 사고야 만, 그래서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저자의 모습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자는 자신에게 경제력이라는 행운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하나 수년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공매에 참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를 끌어냈을지 생각하면 대단하다고 밖에.

🖋결론
어느덧 그 사건이 과거의 기억 선반에 진열되어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까지 저자가 기울인 노력은 좋은 표본과 같았다.

격변하는 부동산과 이를 규율하는 법규가 그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해 일어난 피해를 언제나 힘 없는 사람만이 감당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은 정말이지 씁쓸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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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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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눈이 마주칠 때면 공연히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을 은유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버지의 요청에 못 이겨 1년 뒤 자신에게 억척스럽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은유.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은유의 모습에 나는 생긋 웃으며 15살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가족이 주는 영향력을 서서히 실감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스스로를 특별히 불행하다고 여겼다. 이해는 무슨 이해, 관심조차 내가 아닌 다른 곳에 쏟아내는 부모님에게 나는 실망과 분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던 것 같다. 거듭된 무심함과 짧은 대화 속에서 그것이 그분들이 할 수 있는 나름의 배려임을 알게 되기까지 얼마나 속앓이를 많이 했던가. 지나친 관심이 부담감이 될까, 말이 거칠어 괜스레 의도가 달리 전달될까 말을 아낀 탓이겠다.

은유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지,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겉으로 표현되지 않았고, 쉬이 드러나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은 그곳에는 아버지를 향한 곡해가, 응어리진 불쾌한 감정만이 남았던 것이리라.

자신이 보낸 편지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과거의 은유에게 흘러가고, 그와 주고받은 편지가 쌓이며 은유는 점차 어른이 되어 간다. 시간의 건너편에서 건네는 또 다른 은유의 편지가 현재의 은유에게 닿아 가슴에 들어찬 분노와 원망을 앗아가고 그 자리에 이해와 사랑을 불어넣었다.

아버지가 처음인 아버지와 자식이 처음인 자식, 처음이 주는 미숙함을 상쇄한 건 다름 아닌 서로를 향한 다정한 마음이었다. 다정은 강한 자석이 되어 서로를 끌어들인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 내겐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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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며 기억하는 회계 용어 도감 - 회계 일타강사가 알려 주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입문서
이시카와 가즈오 지음, 오시연 옮김 / 비즈니스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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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공부하든 온몸으로 지루함을 견뎌야만 하는 시기가 있다. 위아래로 내리훑고 치훑었지만 좀체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개념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산을 이뤄 나를 가로막는 수많은 용어들의 향연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한 회계는, 정말이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나 어려워요'라며 눈을 부라리는 수많은 계정과목에 주눅든 그때를 생각하면 어후, 고개를 몇 번이고 좌우로 흔들게 된다.

그런 시기를 지나 겨우내 회계 용어들이 입에 익었을 무렵 내 손에는 전산세무, TAT 같은 회계 자격증이 들려 있었다. 그러나 사실상 자격증만 지니고 있을 뿐이지 여전히 나는 회계에 문외한이었고 실제 그랬다.

회계 용어를 쉬이 익힐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이 책을 손에 쥐었다. 과연 그랬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혼동하기 어려운 두 용어를 아주 일목요연하게 풀어헤친다. 제품과 상품의 차이, 예금과 저금의 차이 같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의 다른 점은 물론이고 에누리와 할인, 보통예금과 당좌예금의 차이까지도 똑부러지게 구분한다. 재무제표에서 무엇을 분석해야 하는지, 손익분기점 매출액은 어떻게 계산 하는지 등을 제시해 수치를 분석하는 눈을 기르게 한다.

이 책을 회계에 입문할 당시 접했다면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제서라도 접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 오류 수정 요망
p106 소제목 외상매출금 -> 외상매입금
p127. 소모품의 기준을 100만 원 이상이라고 제시한 부분이 있는데 100만 원 이하로 정정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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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의 말하기 수업 - 말하기에 자신이 생기면 인생이 바뀝니다
한석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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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성과 발음이 좋은 사람들, 그래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여러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말 잘하는 그들을 향한 호감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부러움, 그리고 그들과는 사뭇 다른 나를 보며 속이 많이 상하곤 했다.

2. 하지만 말을 잘하고 싶다는 바람은 혀가 짧다는 둥 단시간에 발음과 발성이 가시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둥 여러 변명 앞에서 쉽사리 고개를 내밀지 못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말을 잘하기 위한 연습이라곤 애초에 하지도 않았으니 발성과 발음이 좋아질 리 만무했다.

3. 그렇게 오랫동안, 나는 부정확하고 뭉개지는 발음을 끌어안고 말을 이어나갔다. 일상에서 상대가 내 말을 한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잦았으니 아무렴 당연한 일이었다.

4. 책을 수령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부정확하고 뭉개지는 발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분명 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그걸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잘 안다. 특히 일주일 내내 따라한 모음 훈련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는 '아'와 '어' 그리고 '오'를 발음할 때면 아래턱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는데 신경 쓰며 발음하다 보니 전보다 턱의 움직임이 커졌다. 가시적인 성과가 분명히 있었다.

5. 발성과 발음 교정을 위한 기교적인 훈련법, 그리고 24년 아나운서 경력의 소통 노하우 역시 책에서 제시하고 있으니 몇 번이고 읽어내려가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이 책을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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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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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바보가 들려주는 소리와 분노로 가득찬,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로다” 맥베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삶에서 어떠한 희망을 품거나 희망을 찾아 삶을 살아내는 대신 그저 냉소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내릴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옳고 그름을 논하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희망 없는 미래가 인간의 생존에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역시나 우리는 희망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이겠다.

하지만 희망이란, ‘바라기만 하면 언젠가 이루어진다’라는 수동성을 나타내진 않는다. 다시 말해, 수동적인 희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제인의 말을 빌리자면 행동과 참여를 요하는 희망이 ‘진짜 희망’인 것이다. 사방에 짙게 드러운 어둠, 개인적인 좌절뿐 아니라 불공정, 차별, 크고 작은 위기 등을 뜻하는 그것은 여러 사람들의 진짜 희망(사람들이 행하는 도덕적인 행동과 지혜)이 모여 몰아낼 수 있음이겠다.

나와 우리, 그리고 세상을 향한 희망이 미래 세대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문해본다. 제인이 말한 젊은이들의 힘을, 변화를 향한 우리의 힘을 믿기에. 그리고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을 믿기에. 나는 희망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잊으리라. 그리고 나는 희망을 잊지 않으리라. 그게 무엇을 향한 희망이든.

마음을 스치는 문장과 자그마한 깨달음

p57. 희망은 모든 어려움과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멈추지도 않아요.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우리의 행동은 빛을 만들어내죠.
-> 아아, 나는 지금껏 희망에 그릇된 인식을 품고 있지는 않았나 자문해본다. 어쩌면 희망을 어떤 어려움과 위험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노력 없이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여기진 않았던가. 그래, 희망은 이상주의와는 자못 달랐다.

p146. 우리가 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는 것.
-> ‘변화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에서뿐 아니라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나 악행을 바로잡는 데에서 시작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p219. 투투 대주교께서 언젠가 고통은 우리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고귀하게 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고통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이롭도록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를 고귀하게 만들어 주는 경향이 있다는 말씀을 저에게 해 주신 적이 있어요.
-> ‘내가 받은 상처 그리고 고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라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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