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와 눈이 마주칠 때면 공연히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을 은유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버지의 요청에 못 이겨 1년 뒤 자신에게 억척스럽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은유.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은유의 모습에 나는 생긋 웃으며 15살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가족이 주는 영향력을 서서히 실감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스스로를 특별히 불행하다고 여겼다. 이해는 무슨 이해, 관심조차 내가 아닌 다른 곳에 쏟아내는 부모님에게 나는 실망과 분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던 것 같다. 거듭된 무심함과 짧은 대화 속에서 그것이 그분들이 할 수 있는 나름의 배려임을 알게 되기까지 얼마나 속앓이를 많이 했던가. 지나친 관심이 부담감이 될까, 말이 거칠어 괜스레 의도가 달리 전달될까 말을 아낀 탓이겠다.

은유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지,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겉으로 표현되지 않았고, 쉬이 드러나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은 그곳에는 아버지를 향한 곡해가, 응어리진 불쾌한 감정만이 남았던 것이리라.

자신이 보낸 편지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과거의 은유에게 흘러가고, 그와 주고받은 편지가 쌓이며 은유는 점차 어른이 되어 간다. 시간의 건너편에서 건네는 또 다른 은유의 편지가 현재의 은유에게 닿아 가슴에 들어찬 분노와 원망을 앗아가고 그 자리에 이해와 사랑을 불어넣었다.

아버지가 처음인 아버지와 자식이 처음인 자식, 처음이 주는 미숙함을 상쇄한 건 다름 아닌 서로를 향한 다정한 마음이었다. 다정은 강한 자석이 되어 서로를 끌어들인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 내겐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