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
서미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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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글은 행복한 기억처럼 

  살며시 내 마음에 스며들어 나를 살살 어루만진다.

  그런 글을 만나길 바랐다.

  

  막연한 위로도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차마 고개를 가로저을 수 없었다.

  분명 큰 힘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누군가에겐

  하지만 나에겐 아니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의 글은 접착면이 없는 날아가기 쉬운 글이었으니

  사뭇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달리 생각해보면,

  나는 그의 글을 너무도 뾰족하게 바라본 걸지도 모르겠다.

  

  어떤 책이든 나에게 도움이 될, 

  좋은 무언가를 뽑아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공감이 된 글 하나를


  분명 어디선가 진실한 순간이 있었기에

  떠난 그가 그립고도 미운 거라고.

  

  그리고 찾아보았다.

  오래도록 간직할 글 하나를


  내가 건넨 말이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에 평생 남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따듯함과 든든함을 담은 말만 건네려 노력하겠다는 말을,

  쉬이 떠나보내지 못할 듯하다.


  저자의 글이

  자그마한 위로를 바라는 누군가에게

  따듯함으로 자리하기를


  저자의 글이

  포스트잇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딱 달라붙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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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 부크크오리지널 7
보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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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틈 사이로 비죽 얼굴을 내민 아침 햇살이 침대를 비추었다.

게슴츠레한 눈을 겨우내 치켜뜨고 기지개를 켜는 주혁

 

주위를 돌아본다. 아내가 없다.

침대 옆에도, 집 안 곳곳을 뒤져도 아내는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수화기 너머 들려올 뿐이었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직감했다. 부랴부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의 행방을 물었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외려 나한테 며느리가 어디 있냐?”고 되묻는 어머니.

주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에도 아내의 흔적은 없었다.

주혁은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

아무도 그가 한 말을 믿지 않았다.

주혁은 당황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아내의 친구 세영을 만났다.

어머니와 같은 반응이다.

그녀 역시 아내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달아 터지며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했다.

감정이 격앙되고, 자기 앞에 서 있는 세영을 다그쳤다.

그 순간 누군가 주혁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은밀하게, 주혁을 인파가 없는 조용한 곳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주혁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만난다.

장수는 딸을, 정연은 아들을, 보배는 어머니를 잃었다, 소리 소문도 없이.

 

그들이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갈수록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작중 방송 패널들이 탁상공론을 펼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독자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아주 친절하고 티가 나게 말이다.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랐을 때

피부 위로 우수수 닭살이 솟아났다.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예상 그대로 들어맞을 거라 생각한 당신의 추리가

약간은 어긋날 거라고

-

소중한 사람이 느닷없이 사라지는 상상을 해본 적 있는가.

그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그를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만약 주혁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당신이 한 행동이 또 다른 당신을 만든다면

당신은 도중에 멈출 수 있겠는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찾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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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강의 교유서가 어제의책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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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나는 사람은 슬픔의 도시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영원한 비탄으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망자에 이른다

정의는 지고하신 주를 움직이시어

신의 권능과 최고의 지와

원초의 사랑으로 나를 만들었다.

나보다 앞서는 피조물이란 영원한 것뿐이며

나 영원히 서 있으리

여기에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

(지옥편 제3- 지옥문)

 

1. 지옥에 들어오지 않을 자, 희망을 가져라

단테는 지옥을 이야기했고

나는 희망을 봤다

지옥은 어떠한 희망의 바람도 불지 않는 곳

도대체 어떻게 희망을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지옥문에 새겨진

희망을 버려야 이곳에 들어갈 수 있다라는 말에 주목하자.

 

희망을 버리면 지옥에 간다.

모든 희망을 남겨 두고 들어간 곳이 지옥이다.

절망의 늪에 빠져 있다면

살아있어도 지옥에 머무르는 기분이리라.

이들 눈앞에 펼쳐진 지옥은 다름 아닌 생지옥

 

지옥에 있는 사람은 어떠한 희망도 품지 않고

죽음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죽음을 희망의 영역에 집어넣고

지옥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지옥에 사는 사람을 생각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희망과 함께한다.

 

따라서 희망의 덕을 기르는 행위는

단순히 정신 건강을 위함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존재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옥문을 지나는 사람은 망자에 이른다.

희망을 버려야 지옥에 들어설 수 있다.

희망을 품어라, 인간으로서 존재하고자 한다면

희망을 보라.

그리고 소망하라, 희망을 가지게 해달라고.

 

2. 어쩌면 지옥문을 당신을 지칭할지도 모른다.

 

지옥문에 새겨진 글귀에는 가 다수 등장한다.

 

저자가 말하길

여기서 는 지옥문을 칭하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흠칫 놀라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내가 던진 말이, 내가 한 행동이

상대를 고뇌와 슬픔의 도시로 보내지는 않았는지 생각했다.

 

저자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남에게 좌절을 안겨 준 일은 없었는지

선생이라는 신분으로 잘못된 가르침을 준 일은 없었는지

그는 자문을 거듭했다.

 

이 모든 게 단테가 의도한 바라면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으리.

 

3.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베르질리오를 기다린다.

스승은 내 손을 잡아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환한 표정이었다.

힘을 북돋워 주며 나와 함께 들어섰다

비밀의 장소로.

(지옥편 제3)

 

어둠의 숲에 들어선 단테는

스승 베르질리오를 만난다.

 

덤불로 변해 피를 흘리며 우는 자들에게

다가가길 꺼려하는 단테를 보고

베르질리오는 말했다.

 

너는 여기서 봐야 할 것이 있느니라.”

 

그는 엄격한 말 뒤로 상냥함을 내뿜었다.

머뭇거리는 단테에게

이곳에서 지켜야 할 책임을 요했다.

 

그는 단테에게 무언가 알려주길 원했고

이에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상냥함을 잃지 않았다.

환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저자는 말한다.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모두 어디에선가

이러한 상냥한 안내를 한두 번은 받지 않았을까라고

누구나 타인에게 작은 베르질리오가 돼 줄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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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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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쇄기시대 이전에 태어났더라면. 내가 아는 가장 재미있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할 말이 없어도 잠시 쉬는 시간이 생기면 나는 얼른 종이와 펜을 잡는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이 꾸역꾸역 생긴다.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을 꼭 쓰고 싶다.

나는 그랬다.

저자는, 그런 나와 사뭇 달랐다.

 

나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믿고 싶었고

저자는 글을 쓰고 삶이 좀 더 편안해지리라 믿었다.

 

무엇이 다르냐고?

 

나는, 결국은 글을 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잘 쓰고 싶다고

꼭 쓰고 싶다고

생각만 했을 뿐

하루 온종일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고

글을 쓰고

자신을 보살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한다.

 

글을 쓰겠다는 그녀의 단단한 의지는,

쉬이 잊히지 않는 그녀의 담백한 글은

나를 격앙된 상태로 내몰았다.

 

글쓰기, 아아, 이 얼마나 감미로운 울림인가.

가네시로 가즈키가 즐겨 쓰는 표현이 느닷없이 떠오른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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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23
게르하르트 L. 와인버그 지음, 박수민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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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쟁사는 양가감정을 낳는다.

흥미를 돋우고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 가운데 모순감정이 정점을 이루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꾀꾀로 역사 공부에 눈을 돌리게 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파리에서 개최한 강화 회의에서

군사력 제한과 배상금 지불을 골자로 하는

조약에 서명한다.

 

하지만 당시 맺은 조약은

독일의 발을 묶어두지 못했다.

 

독일은 소련이 제공한 시설에서

장갑 차량을 개발하고

잠수함을 운용한다.

 

병력 규모를 10만으로 제한하는 조항에는

무장경찰을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회피한다.

 

독일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연합국의 배려는

되레 독일이 날뛰도록

고삐를 풀어준 게 되었다.

 

내처 독일인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올린다.

 

개전 초

독일군이 연이은 승전보를 거두며

전쟁의 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많은 이들이 독일의 우세를 점치는 상황 속에

전세는 외려 연합국 측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소련과 긴밀한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했더라면

 

덩케르크에서 철수하는 연합국 부대를 초토화했더라면


동맹국과 정보 공유를 활발히 했더라면

 

어쩌면 제2차 세계대전은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히틀러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몇 주 전까지

독일인 대다수가 히틀러를 지지했다고 한다.

 

야망으로 점철된 독재자에게

힘을 실어준 당시 독일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를 지지한 걸까

 

개개인의 그릇된 욕망이 모여

전 세계를 참혹한 전쟁 속에 몰아넣었으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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