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ㅣ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평점 :
모던 보이 오덕문
모던함을 위해 땡볕 더위도 감수하는 그를 보니 퍽 미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일제 치하에서 지식인의 삶을 살아가지만
정작 헛헛함을 지우지 못하는 덕문 씨.
그의 가슴 한편에 헛헛함이 자리한 건
어쩌면 당시 몇 없는 지식인으로서 사명을 다하지 못한 탓이리라,
하루하루 살아남는 데 급급하다보니
더욱이 모던에 환장하는 덕문 씨.
그의 친구 세르게이 홍 역시 모던을 중시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느낌에 몹시도 괴로워한다.
이에 덕문 씨는 그에게 만주 여행을 추천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세르게이 홍은 이전과는 달리 몹시도 빛이 났다.
모던이라는 허상이 자리한 곳에 조선 독립의 꿈이 심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본 순사들의 계략으로 고초를 겪을 뻔한 세르게이 홍.
호랑이 덫에 걸린 친구를 구하고자 자기 안위는 뒤로 한 채 사건에 개입하는 덕문 씨.
극 중 미련한 인물로 비춰지는 덕문 씨가
극 후반 일본 순사들에 대항하는 모습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순사들 앞에만 서면 주눅 들고 마는 그가
이내 일본인 경부 앞에서도 쩔쩔매지 않는 모습은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전반적으로 인물 묘사가 탁월했다.
추론이 줄지어 이어진 탓에
글 전개가 그리 빠르진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사건 하나를 두고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당시를 살아낸 이들의 심정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도
저 한 몸의 안락과 조선 독립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좋았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안락함에 물든 나로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