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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 ㅣ 부크크오리지널 7
보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9월
평점 :
커튼 틈 사이로 비죽 얼굴을 내민 아침 햇살이 침대를 비추었다.
게슴츠레한 눈을 겨우내 치켜뜨고 기지개를 켜는 주혁
주위를 돌아본다. 아내가 없다.
침대 옆에도, 집 안 곳곳을 뒤져도 아내는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수화기 너머 들려올 뿐이었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직감했다. 부랴부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의 행방을 물었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외려 “나한테 며느리가 어디 있냐?”고 되묻는 어머니.
주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에도 아내의 흔적은 없었다.
주혁은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
아무도 그가 한 말을 믿지 않았다.
주혁은 당황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아내의 친구 세영을 만났다.
어머니와 같은 반응이다.
그녀 역시 아내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달아 터지며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했다.
감정이 격앙되고, 자기 앞에 서 있는 세영을 다그쳤다.
그 순간 누군가 주혁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은밀하게, 주혁을 인파가 없는 조용한 곳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주혁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만난다.
장수는 딸을, 정연은 아들을, 보배는 어머니를 잃었다, 소리 소문도 없이.
그들이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갈수록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작중 방송 패널들이 탁상공론을 펼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독자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아주 친절하고 티가 나게 말이다.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랐을 때
피부 위로 우수수 닭살이 솟아났다.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예상 그대로 들어맞을 거라 생각한 당신의 추리가
약간은 어긋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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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이 느닷없이 사라지는 상상을 해본 적 있는가.
그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그를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만약 주혁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당신이 한 행동이 또 다른 당신을 만든다면
당신은 도중에 멈출 수 있겠는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찾는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