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평점 :
선의에서 비롯된 우연은 이따금 필연을 낳는다.
그가 그랬다.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하고 얻은 타임 리프 능력은
분명 쓰임새가 있을 터였다.
어쩌면 그것은
그에게, 또는 그의 주변에 불행한 일이 생겨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혹은 돌아가야만 하는 일이 생길 거라는
불길한 조짐을 나타내기도 했다.
흔히 안 좋은 예감은 불운한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그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의 아내 미노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의사는 그녀가 11년 전 당한 사고가
죽음의 원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보다 소중한 그녀를 살리기 위해
11년 전 과거로 돌아가리라 다짐한다.
그가 얻은 타임 리프 능력은
되돌린 시간의 5배를 대가로 지불해야 했다.
11년을 돌이키기 위해 그가 지불한 수명은 55년.
11년 전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마주한 그녀를 보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자신의 희생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그녀의 행복만을 바라는 모습은
한없이 순수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가 내린 선택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그녀를 향한 그의 거룩한 마음에
차마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로맨스와 타임 리프가 어우러져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이 소설은
가슴 사무치는 반전과
타임 리프에 대가가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슬픔을 빚어내고, 배가했다.
그가 미노리를 향해 내보인 지고지순한 마음이
기억 속에 오래 머무르며 쉽사리 사라지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