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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정시화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 표지는 마치 선물 포장같이
고급스럽고 기품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라는 제목만 눈에 띌 뿐
지은이의 이름 조차 겉에 나와 있지 않다.
하물며 책의 겉표지에는 그 어떤 눈을 자극하는 문구도, 광고도 없다.
책 안을 들여다 보면 온통 대화문이다.
그렇다고 소설도 아니다.
이 책은...
나이듦에 관해, 우리 인생에 관해, 사람됨에 관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체로 엮인 책이다.
나는 단순히 재미있고 가볍게 읽히겠다고 생각하며
사실 이 책을 머리를 식힐 겸하고 뽑았는데
이 책은...
생각의 폭이 남다른 두 사람의 신중한 대화였고
인생의 깊은 통찰과 생각이 진하게 녹아든 책이었고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
이 책은...
나에게 선물이었다.
사람의 정신이 변하긴 하는데
나이 때문에 변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과 성찰 때문에 변한 것이고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자기 내면의 타협때문에
어른이 되면서 나 자신을 잃은 게 아니라
자기 나이에 맞는 사람을 연기하다가 정말 그런 사람이 된 거라는 대목에서 정말 그래서 사람의 방향성, 경험과 성찰의 질이 그렇게도 중요하단 것을 깨달았다.
지금이 어릴 때보다 고민은 많아도
세상을 알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마음이 안정적으로 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지금의 자신이 어릴 때의 자신보다 좋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다.
공감, 성찰하는 삶이 행복한 이유가,
나보다 못한 사람과의 비교는
승리감과 동시에 불안감과 조바심을 주고
이것은 나를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은 되지만
나를 발전시킬 동기보다 상대를 공격할 동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나보다 못한 사람과의 공감은
내 상황에 대한 감사, 설렘, 상대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해 주고
그 연민이 나를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캬! 깊은데 진짜 명쾌하도다!
난 후회라는 단어에 굉장히 비관적이었는데
이 책에서 후회한다는 사실을 외면할 필요가 없는 건
후회하는 건 과거보다 성장했다는 뜻이고
미래엔 더 열심히 살거나, 사람이나 시간 등을
지금보다 훨씬 소중하게 여길 수도 있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되더라.
그리고 난 나중에도 후회 안 할 것 같단 생각을 해도
나중에 나는 다른 사람일테니
지금의 생각은 지금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단 말은
정곡을 찌르더라.
뭔가 후회할 일을 했을 때
남에게 저지른 잘못엔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지만
내 운명이 나에게 저지른 잘못은
그저 나 스스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걸로 털어버려야 한단 말도
이만큼 더 깔끔하고 위로가 되는 결론이 있을까 싶고.
전에 자존감에 대해 친구랑 긴 논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너무 간단하게 정리를 해 줘서 민망할 정도.
자존감은 자기 자체에 대한 느낌이고
자신감은 자기 능력에 대한 느낌인데
이상적 자아에 내 실제 모습이 근접할수록 높은 자존감을 갖게 된댔다. 또 내가 어느 곳에 있든 어떤 것을 가졌든 바뀌지 않는 고유의 본성 자체가 자아의 핵심이고.
그 본성을 스스로 정확히 알고 온전히 활용하는 게 자아실현이고.
내 본성이 무엇이든 간에 이해하는 자기 수용력이 높은 사람은 자존감도 높은 거고.
근데 자기 수용력이 높은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남을 잘 수용하는지 보는 거랬는데 이건 잘 납득이 안 간다.
남은 잘 수용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빡빡하고 인색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또 재미난 얘기는
악한 본성을 지녔지만 높은 자존감을 갖춘 사람이 자아실현 욕구를 절제하지 못할 때는 악인이 되거나 스스로 불행해진다고 했는데 범죄자를 떠올리면서 한 방에 납득이 갔다.
너무나 심오하지만 의미있는 토론이다.
학교에서 성악설/성선설을 외우는 것 보다
이렇게 실질적으로 사람에게 대입하면서 토론하면서
이런 개념들을 배웠다면 참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행복에 관해서 다루고 있는 페이지도
관심있게 봤는데
무언가를 성취해서 내 것이 됐다고 뇌가 판단하는 순간
행복감 생성을 아주 빠르게 중단시킨다고.
고로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게 아니라
과정 자체에 있고
딱히 불행하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뇌과학적으로 너무나도 말이 된다.
외로움에 대한 통찰도 마음에 와 닿더라.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사람이 필요한 사람인 동시에
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니까
외로워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상냥한 사람일 수 있다는 표현 너무 좋았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사람들을 만나며 좋고
나쁜 다양한 감정과 에너지를 나누는 게 성장하고 행복할 방법인 거라고. 사랑했던 사람을 잃으면 그 사람의 잔소리마저 그리워지듯 외로운 것보다 외로움을 잃는 게 더 외로운 일이라는 말.
명언이다..
이 책 너무 좋다..
철학적인 개념들과 생각의 꼬리를 무는 복잡한 사념들을
대화체로 정리해 주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마음에 와락 와 닿는 게
모든 어려운 책들이 이렇게 소소한 대화로
풀어진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 옆에서 소중한 사람이 나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는 느낌이 들어
이 책 참으로 힐링이 되었다.
이 책은 정말이지 나에게 온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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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컬쳐블룸에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