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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한 그림 - 애니메이션 배경 미술의 거장이 전하는
코바야시 시치로 지음, 박수현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4년 7월
평점 :
애니메이션 배경, 미술의 거장이 전하는 <마음을 다한 그림> 코바야시 시치로는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인이다. 코바야시 시치로는 수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의 배경을 담당한 사람인데, 종이에 그린 거칠고 힘찬 그림이 주특기이며 많은 대표 작품을 남겼다. “사람의 숨결, 삶의 숨결이 그림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이 작가. 오랜 세월 그림과 함께하며 많은 영혼을 남겼는데, 이 명언 또한 또한 장인의 아우라를 느끼게 한다.
“그림을 그릴 때 무의식을 따라 손을 움직이는 것, 그게 가장 이상적이죠.”
“단순히 옮겨 그리지 않고 마음으로 손을 움직이면 완전히 달라져요.”
“부디 스스로 즐기는 마음을 따라가세요. 정성을 들이면 오히려 위험해요.”
“거칠게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렵죠. 선에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여 선 위에 마음을 맡기는 거예요.”
구름은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광원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역광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봤다. 구름이 다른 색깔이어도 전혀 밉지가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림은 음영과 구도에 따라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아주 철학적인 사실도 배우게 됐다. 삼각형 구도로써 안정되지만 강력함을 표시한 그림도 있고, 이 작가의 완급 조절이 거칠면서도 너무나 섬세하다는 것을 보았다.
인상적이었던 건 만화로 격렬함과 공포감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 1970년대 감바의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고양이과의 짐승이 나오는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털이 바짝 서고 입을 한껏 벌려 위협을 하는 동물의 그림을 보고 사진보다 더 어쩌면 더 강적 같은 느낌을 준다는 생각을 받았다. 강적같은 느낌을 더하려고 효과선을 상당히 많이 그려 넣었다고 한다. 주인공에게 덮쳐드는 공포를 시각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모두 직접 그렸다고 한다. 각 그림에서 주는 느낌이 사진보다 더 사실적일 수 있구나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다. 이 사람은 정말 장인 중에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데 조언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림을 어쩌면 더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의 그림 한 조각을 방에다 걸어 두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어쩌면 이렇게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을까 어쩌면 이렇게 사진보다 더 깊은 사신보다 더 사실적인 느낌을 낼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색채와 구도를 잡을 수 있었을까.
이 작가의 어록 중에 잎사귀를 그릴 때 스스로 잎사귀가 되어 논다는 마음으로 그린다는 말이 와닿는다. 감정을 이입하고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보이지 않는 세계와 연결되는 느낌에 빠지기도 해요.
무의식적인 움직임이나 호흡이 생기죠. 그럴 때는 저절로 그려지는 상태가 돼요.”
역시 거장의 말이다.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그려내는 이 애니메이션 배경 작가의 내공이 이 책 한 권에 서 아주 강력하게 움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