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추억
사이 몽고메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가리는 닭장 구석에 나 있는 구멍에 밖혀 있었다. 누가 닭을 죽였는지 모르지만 그 구멍을 파고 안으로. 침범한 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허리를 굽혀 닭발을 당기다가 누군가가 닭의 대가리 쪽을 물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나는 시체를 끄집어 올렸다. 그런데 구석의 구멍에서 순백의 작은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놈은 두려움 없는 검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산족제비였다.
산족제비는 겨울에 털이 희게 변하는 뉴햄프셔의 작은 족제비 종을 일컫는 이름이다. 나는 예전에 이 동물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산족제비는 몸이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고, 털은 눈처럼 순백색이다.

산족제비는 뒤로 주춤거리지 않고 약 30초 동안 나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나는 그렇게 사납고, 그렇게 강렬하면서, 그렇게 현재에 충실한 시선을 본 적이 없었다. 산족제비는 동전 한 줌의 무게, 그러니까 150그램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인데도 신처럼 두려움이 없는존재이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먹이를 낚아채 간다. 그들은 굴에서 꿈틀거리며 눈 아래에서 사냥하고, 새들이 날아갈 때 공중으로 튀어올라 새를  잡기도 한다. 그들의 작은 심장은 1분에 360번이나 고동치면서 쉴 새 없이 피를 뿜어낸다. 산족제비는 하루에 대여섯 번에서 열 번까지 식사를 해야만 한다. 그러자니 어쩔 수 없이 사납다.

바로 이것이 저 사나운 모습의 산족제비를 만들어낸 배경이다.
사나움은 운명이다. 그 사나움은 그들의 저 눈부신 순백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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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잡아 먹을듯 조국을 조리하고 이 와중에 돼지 바이러스의 방역은 뚫리고 열네 살 행복했던 돼지를 드디어 나는 만나고
다른 삶의
다른 풍광의 빛을 보자니
**만도 못한 이 세월을 송진저럼 질질 흘리며 농축하는 건 아니잖나 싶다.
순진함이 이 책의 매력이다. 무시로 재잘거리는 재주는 내 과묵이 피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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