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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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줄 수 있는것조차도 난 요구한 적이 없다. 절대로 앤스에겐 요구한 적이 없다. 청하지 않는 것이 내 의무였고, 난 그 의무에 충실했다. 나는 나일뿐이다. 그는 앤스라는 이름을 가진 모양과 소리일뿐이다. 그것만도 앤스가 요구하는 것 이상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바라지도 않을 뿐더러, 이름처럼스스로 아무 존재도 아닌 듯 처신하는 앤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그는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아름다움, 하느님의 죄에 대해 캄캄한 땅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앤스 곁에누워 있곤 했다. 캄캄한 침묵의 소리였다. 그 안에서 말은 행위가 되고, 또 다른 말이 되기도 했다. 

말과 행위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 사이에는 틈이 생긴다. 

늘 그렇듯이 무서운 밤, 거친 어둠으로부터 들리는 거위의 울음소리처럼 언어는 떨어져내린다. 누군가 군중 속의 두 얼굴가리키며, 너의 엄마다 혹은 아빠다 말할 때, 정신없이 그얼굴을 찾아 헤매는 고아처럼, 말은 그것이 가리키는 행위를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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