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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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처럼 그는 물을 만난 것 같다. 그래서 그의 가치는 동반상승한다. 아티스트들의 영감은 실로 대단하다. 들으면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듣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자신만의 바다를 항해하는 돌고래와도 같다. 어느 한 곳, 그러니까 심해에서 무언가를 걷어 올리거나 심해 속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또 어떤 기운을 받아들이는 탐험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태고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는 듯, 그 기운을 타고난 그들은 칭송받을만하다. 신은 우주를 만들 때 예술을 서로 통하게 만든 것 같다. 음악과 미술, 문학 등 많은 부분의 조합이 가능하니 말이다. 오히려 조합함으로써 예술가로서의 가치는 극대화되고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자신의 음악적인 소회를 표현하는 도구로 소설을 선택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의 원천이 무엇인지 그것을 소설 속에 담았다. 2019년 악동뮤지션 정규앨범 항해와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평소 가진 생각을 음악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그는, 삶의 가치관과 예술에 대한 관점을 소설 물 만난 물고기를 통해 은유적으로 녹여냈다. 2019년 가을, 한날 발매된 악동뮤지션 정규앨범 항해와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으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짙고 푸른 물음과 소중한 것을 지켜나가는 것의 의미, 빛나는 삶의 순간에 대한 그만의 자유롭고 진중한 시선이 담겼다.

 

난 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밝힌 것처럼 이 소설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한 젊은이의 성장기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삶의 무거운 파도와 싸우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아름다운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자신의 현 위치와 미래를 찾아 망망대해로 떠난다. 저자는 탄탄한 구성력을 동원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자유와 통제의 대비,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상흔, 삶의 의미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성급하고 단편적인 해석보다는 독자 스스로가 자유롭게 소설의 의미를 발견해주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마음껏 소설 속을 유영하며 깊이 호흡하고, 한편 각자의 삶을 묻고 답하기를 권한다. 문장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박힌 감성, 마음을 위로하고 정화하는 맑은 감각,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철학적인 화두가 소설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눈을 감고 바다로 떠나보자. 끝이 보이지 않는 일직선이 우리의 경계를 허물어 버릴 것이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하며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시인도 되고 음악가도 된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부릅뜬 눈을 가진 탐험가가 되어 출렁이는 바다와 기세등등하게 싸울 것이다. 도전은 그칠지 모르는 용기가 되어 삶의 허망함과 싸워 승리할 것이며, 삶의 패배를 구두 뒤꿈치로 짓이겨놓을 것이다. 파란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와 친구가 되고, 하늘을 유유자적하는 갈매기와도 동무가 될 것이다. 바다로 가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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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젊은 부자들 - 구독자 0명에서 억대 연봉을 달성한 23인의 성공 비결
김도윤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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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큼상상을 초월할 정도로급성장했다. 무엇이 사람들을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이끄는가. 그 사이버 세계에서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1인 지식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출판하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이리라. 돈을 버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유명 유튜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려운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 책의 저자도 자신의 유튜브를 직접 운영하면서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 성공담이 뇌리에 꽂히는 것은 무엇일까. 영광의 면류관은 도전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말이 섬광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부러우면 진다는 말이 있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흙수저들이 그 주인공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공을 들여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러운 마음을 추스를 수 없는 이 놀부 심보는 뭐란 말인가. 책을 읽는 내내 남의 땅이 내 땅이 되기를 소원하며 그들의 성공담을 엿듣고 있자니, 질투와 설렘이 교차했다. 묘한 감정이 상승곡선 맨 꼭대기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나도 한 번 해봐, 하는 말이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라왔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흥분은 가라앉을 줄 모르고 계속 심술을 부렸다. 꽁꽁 숨어있던 열정이 다시 솟구쳤다. 엔돌핀이 분출되며 어딘가 몰입할 때 생기는 무아지경의 세계로 이끌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했다. 겉에 있는 자아는 없어지고 속에 있는 자아만 남아, 이제 남은 것은 용기와 실천뿐임을 강조했다.

 

크리에이터 1만 명 시대에, 그들은 새로운 부의 추월차선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창조자는 처음이면서 늘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어낸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잉태의 고통을 이겨내며 무에서 유를 창출한다. 생각만큼 쉽게 돈을 버는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디어와 재능, 땀과 노력을 총 동원한다. 똘똘 무장한 채 어렵게 알을 깨고 태어난 귀중한 산물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부를 창출한 신개념 사업가로서, 다른 사람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이들은 씩씩하게 일어나 유튜브라는 기회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유튜브를 당장 시작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자가 되려면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춰 현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유튜브로 경제 활동을 하려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유튜브로 돈을 번 사람은 많다. 하지만 유튜브를 시작했다가 인생의 쓴맛을 보고 좌절한 사람은 더 많다. 현실의 장벽이 높기 때문에 유튜브는 본업보다 부업으로 해보길 권한다. 그렇게 부업 수입이 본업 수입을 넘고 구독자와 평균 조회 수 등이 인터뷰이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세운 현실적인 기준을 충족했을 때 전업해도 좋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 말만 들어도 행복해진다. 혹자는 이를 천직이라고도 한다. 세상은 자고 일어나면 변한다. 직업의 변천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도 그 흐름에 맞춰 움직여야하지 않을까. 유튜브라는 넓은 대양으로 팔을 쭉쭉 뻗어 헤엄쳐 나아가자. 그들만의 리그에 동참하는 선수가 되어보자. 누가 알겠는가. 초반에는 타율이 1할도 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3, 4, 그 이상으로 점프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지. 그 꿈이 실현되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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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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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통하기 마련이다. 다른 예술 장르를, 가령 미술이나 음악을 소설의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으나, 반대로 소설가가 미술에세이를 쓰는 경우는 생소한 일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가수가 소설을 쓰거나 배우가 그림을 그려 출품하고 영화감독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하니 말이다. 이 말인즉슨, 예술은 통한다는 말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는 있으나, 부럽기는 하다. 하나를 이루기도 어려운데 둘 이상의 대업을 달성하다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도예가의 깊은 장인 솜씨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듯, 예술을 통하게 하는 그들에게 신은 위대한 영감을 선물한 것이다.

 

오랜 시간은 영감을 끌어내는 도구다. 이는 장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반스도 25년간 그림에 대한 글을 써왔다. 다양한 예술, 문학잡지에 예술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이 책이 그 결과물이다. 줄리언 반스의 작품을 읽어온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자주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지 알 것이다. 레몬 테이블에서는 소설가 투르게네프와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는 배우 사라 베르나르와 사진작가 나달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는 소설가 플로베르가, 시대의 소음에서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소설 전체를 독차지한다. 그리고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에서는 화가 제리코와 그의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그의 관심사가 소설의 글감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불길한 징조가 보였다.’로 시작하는 이 책의 첫 장의 내용은 실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했다. 파멸의 뗏목에 갇힌 인간들의 처절한 몸부림. 살아남기 위해 동료들의 시체를 먹을 수밖에 없는 비이성적인 행태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글 솜씨에 역시 소설가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보고 이토록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소설가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지 상상력뿐만 아니라 그림에 대한 조예가 깊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위의 내용 말고도 이 책의 가치를 높인 것은,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세부적인 것들을 포착해내는 타고난 소설가의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반스는 독창적인 해석과 직관적인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림 한 점을 두고 이렇게나 할 말이 많다니, 그림을 그리는 화가보다 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 어느 책에서도 쉬이 말해주지 않던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다. 반스는 그렇게 뻔한 비평 대신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다가와 지극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그림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미술을 보는 눈이 뜨였다”, “더 많은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라며 독자들도 이 새로운 형태의 그림 에세이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특히,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보는 반스의 눈은 예술의 미덕이나 진실성은 개인의 미덕이나 진실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결국 들통 나게 되어 있다고 일갈하면서도 당대의 또는 후대의 수많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그의 결론은 미술 앞에 선 수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죽어도, 화가는 죽어도, 소설가는 죽어도, 예술가는 죽어도 예술은 살아남아 계속 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한다. 새로운 시각을 뜨게 해준다. 그런 반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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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인문학 - 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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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예술. 말로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들이다. 일상의 삶 속에 정신없이 푹 빠져 있다가 공허해지거나 허탈해지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일상에서의 탈피를 꿈꾼다. 그럴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이나 예술을 떠올리는데, 여행은 떠나봐서 경험으로 알겠지만, 오히려 평소에 쓰지 않는 근력을 사용함으로서 생각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여행을 떠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중노동을 각오하고 떠나라는 말이다. 몸으로 때우는 모든 일은 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머리를 쓰는, 감정과 지식과 흥미를 유발하는 지식노동을 겸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백화점 쇼핑을 하거나 마트에서 식료품을 살 때, 남자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존재한다. 억지로 끌려 다니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흥미는 감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술은 또 어떠한가. 초현실주의 미술, 클래식 음악, 난해한 장르의 문학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기에 아무리 훌륭한 교훈이 내포되어 있더라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습득할 수 있는 것은 불 보듯 뻔한 미약한 수준일 뿐이다. 쓸모없는 보약을 섭취하는 꼴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여기에 예술(미술, 음악, 문학 등)에 대한 기본지식을 쌓고 나면 보이는 눈이 달라진다. 아는 게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이게 된다. 유럽여행.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낯선 기분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소하므로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등장인물이나 거리의 이름 등(보티첼리와 피렌체, 랭보와 샤를빌 메지에르, 도데와 뤼브롱 산, 페트라르카와 아레초, 르 카레와 런던·베를린, 포사이스와 도시들), 많은 부분이 처음 듣거나 이미 들었어도 기억에는 없는 생소한 말이 될 따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 책의 저자는 좀 더 품격 있고 알찬 유럽 여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뿐 아니라 수많은 고성과 교회, 골목골목마다 예술의 체취가 깊이 배어 있는 곳이 바로 유럽이기 때문이다. 산책자의 인문학은 예술가의 이름을 잔뜩 나열하거나 미술 사조나 기법 따위를 늘어놓지 않는다. 그저 도시와 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독자와 대화를 나누듯 작품의 탄생 비화와 작가의 은밀한 사생활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누구보다 뜨겁게 자기 삶을 살아갔던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남들 다 하는 뻔한 관광이 아닌 일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고 삶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진짜 여행을 하게 된다. 여기서 산책이란 단지 천천히 걷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며 걷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과 친해지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펼쳐보자. 어렵게만 느껴졌던 위대한 예술가들이 친숙한 얼굴로 당신을 반갑게 마주할 것이다


유럽으로의 여행, 예술여행으로 내 삶의 르네상스를 부활시켜보자. 우리는 여행을 통해 그리고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기르고 삶의 의미를 되찾아 다시 살아갈 에너지도 얻게 될 것이다. 일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빛바랜 하루에 색을 되찾아줄 르네상스가 간절히 필요하다면, 이 책이 무엇보다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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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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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착된 삶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존경받을 만하다. 그들 때문에 풍요를 누리는 우리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 그 순간순간을 메우기 위해 땀을 흘리며 노력한 선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평등을 얘기할 때, 남녀평등에 대한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인 유교사회로서 남아선호 사상이 뼛속까지 내리박혀있다. 이 뼛속까지 박혀있는 인을 빼기 위해 노력한 선구자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이효재다. 그 결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한 층 높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성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성적인 억압과 폭행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독립적인 개체다. 누구의 노예도 아니며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아야 할 자유인이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얼마나 끔직한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우린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미투 운동을 비롯해서 이념을 떠나 권력을 잡은 특권계층의 부패, 욕망의 하수인이 된 인간들, 그들에 의해 지배되어 온 시간들. 아니 어쩌면 잘 알고 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잘 못 돌려 역사의 수렁이라는 딜레마의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다음과 같이 한국사회를 꼬집었다. “단기간에 부와 권력을 잡았으나 이를 현명하게 이용하지는 못했다”고 말이다. 인간의 우매함을 역사적인 통찰로 힐책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증명이 되었으니.

여성의 불평등에 대해 한 평생을 바친 그녀는, 1924년, 가부장제 중심의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났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에서 소외되고, 남편과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꿈을 희생하는 여성들을 보며 언제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이이효재가 우리나라 여성 인권사에 미친 영향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한민국에는 여성 차별과 가부장적 사고방식, 성 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만연해 있다. 아직 여성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인정받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으려면 나아갈 길이 멀다. 그 먼 길을 나아가는 데 있어 이이효재의 이야기가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다. “왜 우리 여성들은 이렇게 불공평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여성 신장. 여성의 목소리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공이 크다. 그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그 먼 길을 아직도 걷고 있을 터이다. 그러한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누군가 잘못된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목소리 높여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아닐까싶다. 그녀는 “독립해서 혼자 살 자신이 있는 여자가 진정 평등한 혼인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여성의 경제적, 심리적 독립을 강조했다. 특히 1997년 한국여성대회에서 선언한 <부모 성 함께 쓰기> 선언은 여성을 남성의 소유로 보던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남아 선호 사상의 문제점을 조금씩이나마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그녀의 노력과 헌신 때문에 현대 여성들의 인권이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녀불평등의 잔뿌리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걸 통째로 뽑아야 할 사명은 우리에게 넘겨진 것이다. 이이효재의 정신을 이어받아, 그날이 오길 희망하며 한 목소리를 내어보자. 여성들의 인권향상과 남녀평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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