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인문학 - 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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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예술. 말로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들이다. 일상의 삶 속에 정신없이 푹 빠져 있다가 공허해지거나 허탈해지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일상에서의 탈피를 꿈꾼다. 그럴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이나 예술을 떠올리는데, 여행은 떠나봐서 경험으로 알겠지만, 오히려 평소에 쓰지 않는 근력을 사용함으로서 생각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여행을 떠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중노동을 각오하고 떠나라는 말이다. 몸으로 때우는 모든 일은 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머리를 쓰는, 감정과 지식과 흥미를 유발하는 지식노동을 겸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백화점 쇼핑을 하거나 마트에서 식료품을 살 때, 남자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존재한다. 억지로 끌려 다니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흥미는 감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술은 또 어떠한가. 초현실주의 미술, 클래식 음악, 난해한 장르의 문학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기에 아무리 훌륭한 교훈이 내포되어 있더라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습득할 수 있는 것은 불 보듯 뻔한 미약한 수준일 뿐이다. 쓸모없는 보약을 섭취하는 꼴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여기에 예술(미술, 음악, 문학 등)에 대한 기본지식을 쌓고 나면 보이는 눈이 달라진다. 아는 게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이게 된다. 유럽여행.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낯선 기분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소하므로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등장인물이나 거리의 이름 등(보티첼리와 피렌체, 랭보와 샤를빌 메지에르, 도데와 뤼브롱 산, 페트라르카와 아레초, 르 카레와 런던·베를린, 포사이스와 도시들), 많은 부분이 처음 듣거나 이미 들었어도 기억에는 없는 생소한 말이 될 따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 책의 저자는 좀 더 품격 있고 알찬 유럽 여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뿐 아니라 수많은 고성과 교회, 골목골목마다 예술의 체취가 깊이 배어 있는 곳이 바로 유럽이기 때문이다. 산책자의 인문학은 예술가의 이름을 잔뜩 나열하거나 미술 사조나 기법 따위를 늘어놓지 않는다. 그저 도시와 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독자와 대화를 나누듯 작품의 탄생 비화와 작가의 은밀한 사생활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누구보다 뜨겁게 자기 삶을 살아갔던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남들 다 하는 뻔한 관광이 아닌 일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고 삶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진짜 여행을 하게 된다. 여기서 산책이란 단지 천천히 걷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며 걷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과 친해지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펼쳐보자. 어렵게만 느껴졌던 위대한 예술가들이 친숙한 얼굴로 당신을 반갑게 마주할 것이다


유럽으로의 여행, 예술여행으로 내 삶의 르네상스를 부활시켜보자. 우리는 여행을 통해 그리고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기르고 삶의 의미를 되찾아 다시 살아갈 에너지도 얻게 될 것이다. 일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빛바랜 하루에 색을 되찾아줄 르네상스가 간절히 필요하다면, 이 책이 무엇보다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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