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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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착된 삶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존경받을 만하다. 그들 때문에 풍요를 누리는 우리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 그 순간순간을 메우기 위해 땀을 흘리며 노력한 선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평등을 얘기할 때, 남녀평등에 대한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인 유교사회로서 남아선호 사상이 뼛속까지 내리박혀있다. 이 뼛속까지 박혀있는 인을 빼기 위해 노력한 선구자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이효재다. 그 결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한 층 높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성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성적인 억압과 폭행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독립적인 개체다. 누구의 노예도 아니며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아야 할 자유인이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얼마나 끔직한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우린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미투 운동을 비롯해서 이념을 떠나 권력을 잡은 특권계층의 부패, 욕망의 하수인이 된 인간들, 그들에 의해 지배되어 온 시간들. 아니 어쩌면 잘 알고 있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잘 못 돌려 역사의 수렁이라는 딜레마의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다음과 같이 한국사회를 꼬집었다. “단기간에 부와 권력을 잡았으나 이를 현명하게 이용하지는 못했다”고 말이다. 인간의 우매함을 역사적인 통찰로 힐책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증명이 되었으니.

여성의 불평등에 대해 한 평생을 바친 그녀는, 1924년, 가부장제 중심의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났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에서 소외되고, 남편과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꿈을 희생하는 여성들을 보며 언제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이이효재가 우리나라 여성 인권사에 미친 영향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한민국에는 여성 차별과 가부장적 사고방식, 성 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만연해 있다. 아직 여성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인정받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으려면 나아갈 길이 멀다. 그 먼 길을 나아가는 데 있어 이이효재의 이야기가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다. “왜 우리 여성들은 이렇게 불공평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여성 신장. 여성의 목소리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공이 크다. 그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그 먼 길을 아직도 걷고 있을 터이다. 그러한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누군가 잘못된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목소리 높여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아닐까싶다. 그녀는 “독립해서 혼자 살 자신이 있는 여자가 진정 평등한 혼인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여성의 경제적, 심리적 독립을 강조했다. 특히 1997년 한국여성대회에서 선언한 <부모 성 함께 쓰기> 선언은 여성을 남성의 소유로 보던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남아 선호 사상의 문제점을 조금씩이나마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그녀의 노력과 헌신 때문에 현대 여성들의 인권이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녀불평등의 잔뿌리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걸 통째로 뽑아야 할 사명은 우리에게 넘겨진 것이다. 이이효재의 정신을 이어받아, 그날이 오길 희망하며 한 목소리를 내어보자. 여성들의 인권향상과 남녀평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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