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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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운동을 하지 못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올해 들어 아파트 커뮤니센터에 있는 헬스장을 3개월 끊고 열심히 운동을 하겠다며 다짐하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러나 장소는 좁고 운동하는 사람은 많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헬스장은 만원이었고 당연히 노는 운동기구는 눈을 씻고 봐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서 돌아온 후 곧바로 헬스장을 찾았다. 여지없이 런닝머신 대기열은 두세 명이 있을 정도로 붐볐고 실내자전거를 비롯해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가 된 지 오래되었다. 마지못해 잡은 운동기구가 글쎄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레그프레스 였으니, 운동의 신은 그날, 작살낼 각오를 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레그프레스 무게를 70킬로그램으로 올렸더니, 묵직하게 전달해오는 허벅지의 긴장이 불행과 함께 불청객이 찾아왔다. 모른 체 한 게 탈이었을까, 다음 날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무릎에 적신호가 왔던 것이다. 아직 젊은 나이고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했기에 괜찮을 거야, 하고 위로를 해봤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 근처 정형외과를 두리번거리는, 애처로운 눈동자만 길을 헤매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렇게 해서 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또 하나 생기게 되었고 그 날 이후 불청객과 함께 살아간 계기가 되었다.


그건 그렇고 짚고 넘어갈 얘기가 하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차별과 배제의 공간인, 운동장과 헬스장은 남자의 전유물처럼 말하고 있는데, 실제 운동장은 몰라도 헬스장을 찾으면 여자들로 북적이는 것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 저자의 논점이 약간 빗나간 듯한데, 남자는 근육을 키우고 여자는 몸매를 가꾸려는 게 왜 차별인지 모르겠다. 타고난 물리적인 육체를 어쩌란 말인가. 차별과 배제를 찾을 게 아니라 건강한 육체와 아름다움을 찾으면 그만이지 싶다. 운동을 성차별의 또 다른 형태, 페미니즘으로 몰고 갈 게 아니라,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꾸기 위한 체력증진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싶다.


무릎 관절염을 앓고 나서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운동으로 인해 다치기는 했으나, 평소에 먹지 않던 멀티비타민, 크릴오일, 관절염 소염제, 유황, 녹차, 루테인 등 많은 건강보조제를 흡입하듯 집어삼키고 있다. 비록 무릎에서 시작된 불청객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슬슬 몸을 챙겨야겠다는 의지력의 발로라고나 할까.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는 말도 실감한다.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할 우리로서는,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부터라도 몸을 아껴야 한다. 반평생 동안 무릎을 혹사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아끼고 또 아껴서 염증과 통증이 없는 건강한 몸으로 늙어가는 게 또 하나의 소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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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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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앤드 미니멀 라이프.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정신없이, 총알이 날아다니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퇴근 후 문득 거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이렇게 사는 게 올바른 길인가, 아니 이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두려움과 용기가 교차하는 순간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하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 조금 더 생각해보자, 하고 게으름 아닌 게으름을 피울 때. 시간이 더 필요해, 하고 스스로 설득을 해가며 절박한 마음을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는 나를 발견할 때. 뭐라 할까, 비겁함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소리가 귓속에 맴맴 도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설득하는 수고 없이,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불안감 없이, 자신만의 이유로 행복해지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1인 지식기업을 원하는 나에게,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로만 여기고 있던 나에게,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 문장이기 때문이다. 혼자 선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오면, 닥치게 되면 할 것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는 나 자신을 종용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것이 가족의 반대를 무릎 쓰고 해야 하는 일이기에, 설득의 작업이 필요하고 절박한 마음만으로는 안 되기에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짓누르기도 한다.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한 삶. 행복을 바라며 먼 이국땅, 그것도 남태평양의 작은 섬, 보라보라섬에 정착했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지루하기까지 한 하루하루에 지칠 쯤, 저자는 곧 스스로가 좋아하는 삶이 아니라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을 추구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저자는 별 수 있나하는 담담하고 단순한, 그리고 단단한 마음으로 그 아이러니를 웃어넘긴다.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라고 체념하듯 내뱉으며 오늘의 행복을 꽉 붙든다.

 

이제는 지구를 구하는 것처럼 반짝거리는 일이 아니어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거나, 그저 지루함을 버텨내는 일이거나,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일이어도 괜찮다. 상대에 따라 전부이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 운이 좋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낼 수도 있는 일들.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쓸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작은 일도, 무의미한 일도 그래서 모두 의미가 있다.”

 

일 중독에 빠진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써 저자의 말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 말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정반대의 삶을 살아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직접 체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마치 보라보라섬의 해변을 유유히 걸어 다니는 그럼 기분이 들어 잠시나마 행복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며’, 그런 여운이 꼭 오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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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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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귀환의 서사. 돈과 핏줄. 가족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김범 장편소설 할매가 돌아왔다는 돈이 전부인 이 세상에서 자신의 일생을 인정받기 위한 제니 할머니의 투쟁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화냥년.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 조선, 1637(인조 15). 병자호란 때 오랑캐에게 끌려갔던 여인들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이라는 뜻의 환향녀(還鄕女)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인원은 약 60만 명 정도인데, 이중 50만 명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이 귀국하자 엄청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적지에서 고생한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기는커녕 그들이 오랑캐들의 성() 노리개 노릇을 하다 왔다고 하여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을 뿐더러 몸을 더럽힌 계집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병자호란 이전 임진·정유 양난에 일본에 포로로 잡혀갔던 여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환향녀들은 가까스로 귀국한 뒤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았는데, 선조와 인조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인조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 첩을 두는 것을 허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다.

 

과연 누가 제니 할머니를 화냥년이라고 비웃을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할매가 돌아왔다는 사실 진지한 이야기이다. 숨 가쁜 우리 역사에서 자신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삶의 궤도를 수없이 바꿔야 했던 우리의 수많은 할매들에 대한 소설이다. 어떤 역사보다 중요하지만, 어디서도 말할 자리가 없고,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들의 눈물과 회환. 이 소설의 유머가 가볍게 잊히지 않고 우리를 바짝 긴장시키는 것은 바로 뒤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역사에 대한 주제 의식을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할매가 돌아왔다의 엉뚱 캐릭터 제니 할머니는 그렇게 우리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67년 만에 돌아온 자신을 쫒아내려 하자 유산 60억이 있다는 말로 집에 눌러 앉고, 돈을 무기로 효도 경쟁을 시키면서도 돈에만 관심 있을 뿐이라며 가족들을 꾸짖는다. 가족들도 조금씩 할머니의 기막힌 사연을 이해하고 갖은 오해를 풀게 된다. 역사의 피해자이자 폭력적인 가부장제의 피해자, 그래서 측은하게 여겨지면서도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던 할머니의 화려한 귀환이다. 독자들은 남몰래 60억 원을 바라고 있는 자신의 속물성을 발견하고 뜨끔해 하면서도, 돈 따위는 아무래도 좋으니 이 독한 할매의 유쾌한 반란이 부디 성공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옛 서사시부터 현대소설까지 모험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남성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돌아오는 여성의 이야기는? 여성에게 허락된 서사는 보통 잔류의 서사이고, 떠날 수는 있다 하더라고 떠나는 즉시 잊히는 서사였다. 그러니 여성 귀환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할매가 돌아왔다의 탄생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 문학사에 의미 있는 사건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약자인 여성에 대한 혐오감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그대로 남아있다. 유명 여자 연예인이 자신을 비하하는 댓글을 못 이기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볼 때, 예나 지금이나 이성에 대한 불평등은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으니 말이다. 인식의 개편이 필요한데, 약자인 여성을 보호할 의무가 남자에게 있는 것이다. 아니 이런 말도 필요 없다. 독립체의 한 인격으로써 그 자체를 인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평등, 참 어렵고 난해한 단어다. 가깝지만 먼 그런 단어. 손에 잡힐 것만 같지만 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와도 같은 단어다. 하지만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그걸 부정하면 인간이란 존재 자체는 부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더 튼 모래 탑을 쌓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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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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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따를 것인가, 실리에 편입할 것인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질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게 옳든 아니든 간에. 현대인들에게 신념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들에겐 신념이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생소할지도 모른다. 편한 것을 찾고 실리를 추구하다보니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드문 이유일 터이다. 신념을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은, 단정 짓기는 뭐하지만 바늘구멍을 통과해 천국으로 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니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싶다.

신념과 가치관이 종교와 결합되면 그것은 최고조로 극대화된다. 목숨까지 저버리는 실로 무서운 일까지 발생한다. 그렇다고 실리의 편에 서는 사람들을 쥐구멍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삶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므로 누가 잘못했는지, 잘 했는지, 잘잘못을 따지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최후의 만찬』은 유교와 서학의 충돌 속에서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정조의 심리뿐만이 아니라 순교 소식을 듣고 신앙이 흔들리는 정약용의 심리를 마치 그 곁에서 지켜본 것처럼 그려낸다. 정약용은 “곡기를 끊고 기도에 묻혀도 글 속에 잠재된 천주의 신념은 허기”로 왔으며 “ 순교의 그루터기에서 윤지충은 살아남은 자들의 신앙을 더 어렵게” 했다고 생각한다. “약현, 약전, 약종 형들을 향한 조정의 탄압이 두려웠고, 자신을 겨냥한 노론의 사찰이 두려웠다.” 『최후의 만찬』은 이처럼 새로운 이념·정치·종교가 조선에 밀려오기 시작한 무렵의 대격돌의 현장 속에 살아간 정조, 정약용, 윤지충과 권상연, 감찰어사 최무영, 도화서 별제 김홍도 등의 인물과 도향과 도몽, 박해무, 배손학 등의 서학인을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매력은 새로운 사상 앞에 놓인 인물들의 “짙은 향기를 풍기는, 무지개 같은 결과 무늬를 지닌” 심리묘사뿐만이 아니다. 중세 로마 피렌체의 다빈치의 불후의 작품 <최후의 만찬>에 머나먼 조선에서 온 불우한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흔적을 발견하는 발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또한 순교한 여령(女伶)의 여식 도향이 『왕가의 비기』에 기록된 ‘불을 다룰 수 있는 돌연변이’라는 설정 또한 소설을 읽는 맛을 더하게 한다.

편입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그나마 가공할 두려움(정양욕의 사례처럼)으로 인한 개인의 선택은 옳을 수도 있지만, 부패한 권력이나 돈에 의한 선택은 그릇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볼 때, 비견 멀리 가지 않아도 현대 정치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집단 이기주의 또는 개인 이기주의로 인해 편을 나누고 그것도 모자라 싸움판이 되기 일쑤인 혹세무민의 정치판을 볼 때, 가슴이 조여 오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도 신념과 실리가 있을진대, 과연 어느 것을 쫓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개인들은, 일반 소시민들은 어떨까. 오히려 속세에 묻혀 조용히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신념의 소유자가 아닐까싶다. 국민들을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다.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사람들은 위대함을 넘어 영웅인 셈이다. 선택은 자유지만, 그들이야말로 바늘구멍을 통과해 천국으로 가야할 사람들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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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조직 -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조직의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키는가
에이미 에드먼슨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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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슨 박사는 이 책을 통해 한국 같이 수직적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미투(Metoo)’갑질’, 간호사들의 태움문화 등 한국의 조직에서 흔히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가 심리적 안정감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깨닫게 해준다. 심리적 안정감은 현재 우리사회에 가장 큰 시사성을 주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은 말이라 생각한다.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가장 큰 국가까지, 위계질서는 없을 순 없다. 누군가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계질서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곧 망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너무 위계질서라는 틀에만 사람들을 가둬두는 게 문제다. , 시스템이라는 조직의 문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선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서로의 고민을 보듬어줄 수 있는, 네 것 내 것 따지고 편 가르기보다 서로 합심해서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싶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적 안정감이란 구성원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조직 환경으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려움이 어떻게 조직의 성과를 갉아먹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누군가와 서먹해질 거라는 불안감,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구성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나 의견 또는 실수까지도 거리낌 없이 피력할 때(즉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문화가 정착될 때) 조직은 비로소 혁신과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1단계 [토대 만들기]는 혁신을 통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기업에서는 실패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일로 인식되어야 한다. 2단계 [참여 유도하기]는 리더가 겸손함적극적 질문을 무기로 구성원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또한 반대되는 생각은 늘 존재한다는 태도로 구성원이 다른 의견을 제안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3단계 [생산적으로 반응하기]는 안전한 조직 환경을 만드는 리더의 마지막 임무는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 구성원에게 생산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성원의 생각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지언정 감사함을 표현해야 하고, 실패를 숨겨 문제를 키우지 않도록 실패에 대한 인식을 당연한 과정이라고 변화시켜야 한다. 다만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철퇴를 들어 징계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특히, 한국에서의 미투’, ‘갑질’, ‘태움등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것이다.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 일을 잘 할 수도 없거니와, 그건 만고의 불변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심리적 안정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마는, 그럴수록 늘 깨어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불안, 걱정, 이기심 등에 시달리며, 극단에는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조직과 리더십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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