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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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앤드 미니멀 라이프.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정신없이, 총알이 날아다니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퇴근 후 문득 거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이렇게 사는 게 올바른 길인가, 아니 이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두려움과 용기가 교차하는 순간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하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 조금 더 생각해보자, 하고 게으름 아닌 게으름을 피울 때. 시간이 더 필요해, 하고 스스로 설득을 해가며 절박한 마음을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는 나를 발견할 때. 뭐라 할까, 비겁함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소리가 귓속에 맴맴 도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설득하는 수고 없이,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불안감 없이, 자신만의 이유로 행복해지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1인 지식기업을 원하는 나에게,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로만 여기고 있던 나에게,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 문장이기 때문이다. 혼자 선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오면, 닥치게 되면 할 것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는 나 자신을 종용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것이 가족의 반대를 무릎 쓰고 해야 하는 일이기에, 설득의 작업이 필요하고 절박한 마음만으로는 안 되기에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짓누르기도 한다.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한 삶. 행복을 바라며 먼 이국땅, 그것도 남태평양의 작은 섬, 보라보라섬에 정착했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지루하기까지 한 하루하루에 지칠 쯤, 저자는 곧 스스로가 좋아하는 삶이 아니라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을 추구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저자는 별 수 있나하는 담담하고 단순한, 그리고 단단한 마음으로 그 아이러니를 웃어넘긴다.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라고 체념하듯 내뱉으며 오늘의 행복을 꽉 붙든다.

 

이제는 지구를 구하는 것처럼 반짝거리는 일이 아니어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거나, 그저 지루함을 버텨내는 일이거나,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일이어도 괜찮다. 상대에 따라 전부이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 운이 좋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낼 수도 있는 일들.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쓸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작은 일도, 무의미한 일도 그래서 모두 의미가 있다.”

 

일 중독에 빠진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써 저자의 말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 말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정반대의 삶을 살아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직접 체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마치 보라보라섬의 해변을 유유히 걸어 다니는 그럼 기분이 들어 잠시나마 행복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며’, 그런 여운이 꼭 오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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