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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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암울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 얼마 전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한동안 디스토피아 소설에 매료된 적이 있다.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인간이 다양한 군상. 그들의 처절한 모습 속에서 적나라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 한 줌 먼지로 사라질 보잘 것 없는 인간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쯧쯧 혀를 내두른다. 밑바닥 인생,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인간은 동물이 되고 본능만이 남는다. 그 본능이라 함은 먹고, 싸고, 쾌락에 빠지고,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적자생존의 상태.

 

이 책 소원을 말해줘도 상상의 공간과 인물을 창조해 디스토피아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저자가 이런 끔직한 세계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피부 각화증. 온몸이 허물로 덮이는 피부병을 기저로 한 이 소설은 전에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이다. 또한 작가의 상상력이란 정말 무궁무진하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7년 동안이나 꽁꽁 숨겨온 이야기를 푸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입이 근질근질 할만도 할 텐데 그걸 어떻게 참았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7년 만에 탈고한 이 장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거대 제약 회사가 지배하는 인구 50만의 기획 도시. 주인공 그녀는 거대 파충류 사육사다. 석 달 전 산사태로 동물원이 무너지자 야생동물들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고 도시는 혼란에 빠진다. 그녀는 비단뱀을 찾아 D구역으로 간다. D구역에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피부 각화증이 심해져 뱀의 허물 같은 각질이 온 몸을 뒤덮는 풍토병을 앓고 있다. 그들은 전설 속 거대 뱀 롱롱이 허물을 벗으면 세상의 모든 허물이 영원히 벗겨진다고 믿고 있다.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전설의 뱀 롱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진 도시는 허물을 영원히 벗으려는 열망에 휩싸인다. 시민들은 판타지 속에 투영된 자신들의 욕망은 거짓이 아니었단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생생한 분노가 그 증거다. 판타지의 붕괴가 가져온 비참한 현실을 직시한다. 판타지를 부풀린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며, 지금 당장 판타지와 현실을 잇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침내 시민들은 거대한 뱀처럼 꿈틀거린다. 허물에 덮인 자들이 꿈틀거리며 D구역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도시정부와 거대 기업이 모의한 충격적인 음모가 드러난다.

 

공포란 인간의 욕망과 여러모로 비슷하지. 공포가 공포를 낳는 것처럼 욕망이 욕망을 낳는다네. 내가 공포를 이용했다면 자네는 욕망을 이용한 거야. 허물을 벗고자 하는 욕망. 그게 죄라면, 자네와 내가 저지른 죄의 무게는 비슷할 걸세.”

 

미래의 암울한 밤의 도시 D구역에 격리된 사람들. 그 속에서 인간들은 각자의 욕망대로 꿈틀댄다. 현대인들의 생활과 연관지어보면 현재 자신이 처한 곳이 어쩌면 D구역이자 디스토피아가 아닐까싶다. 뱀처럼 꿈틀거리며 흘러내리는 용광로 같은 인간의 욕망이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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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돈 공부 - 인생 2막에 다시 시작하는 부자 수업
이의상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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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희쌤의 마흔의 돈 공부

 

유튜브를 통해 단희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는 유명 유튜버이다. 그런 그가 책을 출판했다니, 반가움 이전에 부러움이 앞선다. 그의 인생처럼 드라마틱하게 삶을 살진 않았지만, 50대는 누구나 고저의 차이가 높은 인생의 풍랑을 여러 번 겪게 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는 거친 풍랑의 힘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간신히 난간을 붙잡으며 버티고 서있는, 주름살이 깊게 파인 희미한 형체와 마주하게 된다. 담담하게 우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섬광처럼 스치는 무언가와 일별하게 된다. 안개가 짙은 삶의 이면과 마주하게 되는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함께 고통과 슬픔으로 몸부림치고 있는 패자의 쓰디쓴 경험을 맛보게 된다. 지나고 보면 알게 되겠지만, 그러나 절대 미리 알 수 없는, 뿌연 안개로 가득 찬 길임을 알게 될 때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아울러 세월이 흐른 후에야 무릎을 탁 치며 시간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시기가 오는데, 그때는 늦게나마 삶의 지혜를 깨닫는 행운을 얻게 된다. 한동안은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뒤늦게나마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건 그냥 푸념일 따름이며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방법은 미래지향적이기보다는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을.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라고 한다. 아직 현장의 이슬로 사라지지 않고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하지만, 이 또한 경험해보진 못한 것이므로 그 결과로 인해 벌어질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당연한 이치다. 뒤집어 보면 그 정체를 알 수 있다. 두려울 게다. 두려운 게다. 아니 두려움이 분명하다. 우리 몸은 안전을 지향하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보다는 안정을 찾는 게 우리다. 하지만 이제는 변모를 할 때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말이다. 그는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한권으로 인생의 나락에서 새 생명의 밑그림이 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하여 2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유튜버 단희TV’,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소형 건축 시행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1인 지식기업가 등 무수한 타이틀이 그의 뒤를 쫓게 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하나의 사명감이 있었다. ‘예전의 나처럼 돈이 없어서 불행해지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삶의 목적을 정립한 후부터는 컨설팅, 강의, 유튜브 등을 통해 그 방법을 공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저자는 마흔 이후, 직장에서 버티기하지 말고, 3년만 준비하라!”, 퇴직 전 직장인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5단계 자립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실제 성공사례를 들면서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주장하는데, 바로 인생의 3중 안전장치’, 수익형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 ‘1인 지식기업가’, ‘콘텐츠 생산자중 한 가지 이상을 준비한 사람들을 말한다. 인생 2막 재테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꾸준히 들어오는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며, 평수를 줄여 이사하면서 마련한 목돈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자기 소유의 집이 없다면 강사나 유튜버 같은 ‘1인 지식기업가가 되는 게 좋다. 콘텐츠를 공유하고 대가를 받기에 자본금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직장에 얽매이지 않은 채 평생 현역으로 활동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3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평범한 중년 직장인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길로, ‘행복 재테크 5단계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는 운과 부를 끌어당기는 단무지 법칙을 강조한다. 단순하게, 무식하게, 지속적으로, 라는 뜻으로 첫째, ‘단순하게생각해야 기회를 잡는다. 둘째, ‘무식하게밀어붙여야 임계치를 넘어선다. 셋째, ‘지속적으로해야 부가 따라온다, 라고 설파한다.

 

삶의 지혜를 다시 발휘할 때가 왔다. 인생2막은 실천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제부터는 안전한 삶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전할 때가 됐다. ‘단무지 법칙을 적용해보자. 단순하게, 무식하게, 지속적으로. 뜻이 있는 길에 길이 있다. 실천, 실천, 또 실천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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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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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표출할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을 좋아하나보다. 이보다 더 훌륭한 형식은 없을 터이다. 그와 같은 소설을 우연찮게 접했다. 간결한 하드보일드 문체와 위트 있는 이야기 전개가 탁월한 이 소설은, 그 안에 멈출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정도 흥미를 유발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처럼 간결하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글쓰기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럼할 것이다.

 

이 소설의 주제를 파악해보았다. 좀처럼 들어나지 않는 주제는 책을 덮은 뒤에야 여운으로 그 안개를 걷히게 했다. 감동이 서서히 밀려오면서, 가볍지만 그렇다고 절대 가볍지 않은, 그 무언가에 머리를 한 대 갈겼다. 이 산뜻한 충격은 어디서 왔을까.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작은 쓰나미라는 말이 생각났다. 집보다 더 큰, 산보다도 더 큰, 그런 쓰나미가 아니었다. 서서히 작게, 눈에 띄지 않게 그렇지만 더 크게 남는 묘한 감정의 쓰나미였다. 후광처럼 여운만을 남겼다. 이 소설은 문장의 아름다움보다는, 문체의 힘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그걸 한 마디로 말하는 게 어려울 따름이다.

 

소설 중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옳다고 믿었던 것이 어쩌면 옳지 않은 행동일 수도 있다고. 그저 싫어만 했던 것에서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또 이런 말도 나온다.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고 믿으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

 

한국은 망했어요.”

(중략)

모두가 빡세게 살아서 제가 빡세게 사는 건 티도 안 나요. 안 빡세게 사는 애들은 잘사는 집 애들이에요. 빡세세 살 필요가 없는 거죠.“

(중략)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내가 세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복희는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간이었고 나 역시 그녀의 방식으로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 는 작가의 말처럼, 철학적인 말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통쾌함과 재치가 넘치는, 그러면서 따뜻한 위안을 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빡세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주는 따뜻한 성심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열대의 푸른 하늘을 인 채, 팔베개를 하고 누우니 눈꺼풀이 무겁다. 어떠한 무게보다 무거운 졸음을 이길 길이 없다. 패를 받아들이고 눈이 스르륵 감긴다.’ 그런 느낌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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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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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글을 잘 짓기 위한 방법으로 다상량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게 언제부터가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되었다. 고민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말도 생각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은 어떤 말이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어렵게 이룬 자신의 성공담을 제외하곤. 서두를 이렇게 써보고 나니 이 책은 저자의 많은 생각과 고민의 산물이 아닐까싶다. 거기에는 동심의 세계도 있고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도 있고 부모의 무한 사랑도 느껴진다. 더욱이 어른으로써 사회를 보는 통찰과 비판은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좋은 산문을 접하는 것 같다. 어렵게 아주 어렵게 써내려간 글보다 더 다가오는 것은 저자의 솔직담백한 문체가 한몫했다. 동심의 세계로 사람의 마음을 후비더니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아내고 사회비판으로 일침은 놓는다. 따끔하기 그지없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네 개의 골목을 제시한다. 첫 번째 골목은 여러 가지 핑계로 잊고 살았던 유년기의 동심을, 빗 바란 그리움을 소환해서 정겨움을 느끼게 했고, 두 번째 골목과 세 번째 골목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기를, 그리고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리면서 눈물샘을 자아냈다. 마지막 네 번째 골목에서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저자의 통찰로써, 넓은 식견으로써 조목조목 터치했다. 어쩌면 비판이라기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작은 소망이 글 속에 담겨져있다.


첫 번째 골목에서는 저자와 같은 시기에 살아온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그 중에서 다락방 얘기는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공부방이기도 한 그 공간에서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공부했던 기억. 펄벅의 대지와 같은 세계명작전집을 읽으면서 나만의 꿈을 꾸고 간직했던 희망의 공간. 가난의 다른 표현으로써의 공간. 그렇지만 행복했던 공간.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단칸방으로부터 독립된 공간. 공부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희열을 느꼈던 공간. 그곳이 다락방이었다. 그렇게 다락방, 세계명작전집, 가난은 아른거리는 기억의 흔적,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는다. 또 하나의 빛 바란 기억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살던 골목이다. 저녁 어스름을 타고 귓속을 파고드는 엄마의 목소리, 구슬치기, 자치기, 노을, 저녁밥, 술래잡기 등. 어릴 적 동네의 풍경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묘한 감정을 소환하는 도구가 된다. 동네어귀에서 메밀묵 장수의 구수한 목청과 캐롤송이 들리는 환각에 빠진다. 이 책의 제목, 참 괜찮은 눈이 온다에서는 함박함박 푸짐하게 내리는 눈이, 솜사탕 같은, 팝콘 같은 큰 알갱이가 부슬부슬 내리는 장면이 그려진다. 만지면 스르륵 없어지는, 그런 눈. 정겹고 따뜻한 눈. 올해도 기다려지는 눈 말이다. 그리고 삶의 지혜들. 지속성, 삶의 연속성, 울퉁불퉁한 파란만장한 삶이지만 삶을 지속된다 말. 터닝포인트, 전환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계속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 그리고 무엇보다 당선자보다는 낙선자에게 늘 마음이 쓰인다는 말. 선배작가로써의 따뜻한 배려가 고맙다. 이런 말들이 절실히 필요 했었다.


두 번째 골목에서, 내 영혼의 불량식품에서는 추억은 기억과 다른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잊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한 것은 기억이고 뜬 구름 잡듯 불현 듯 스치고 떠오르는 것은 추억이 된다. 분명 다르다. 공부머리에 필요한 기억은 없지만 다행히 옛 추억은 살아 내 곁에서 나를 지탱해주니 말이다. 엄마의 맛에서는 가족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하게 한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가족이다. 가까우면서도 먼, 여기에서 멀다는 말은 쉽게 다가가기가 어렵다는 뜻일 게다. 가족이니 쉽게 다가가도 괜찮겠지 하지만, 설상가상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어려운 게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가족도 그 범주 안에 들어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가족인데, 가족이니까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세상과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에서는 존엄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존엄한 죽음이 있을까. 삶이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이처럼 잔혹한 선택은 없을 것이다. 죽음의 가치. 후회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선택은 어려운 법이다. 거기에다 죽음이라면. 초보농사 고군분투기에서는 자식농사에 대해 말한다. 열매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 자녀들은, 그들의 열매를 스스로 맺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 부모의 영양분은 일부분이고 그러니 자식의 열매에 안타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세 번째 골목에서는 통찰, 특히 이 책에서 삶과 사회의 문제를 종합해서 보는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가 우리의 가족인가에서는 둘이 만나 부부가 되고 아이들이 태어나서 가족이 되고 그러나,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가족이라는 것을. 하지만 희망을, 소망을 버리지는 못하겠다. 부모로서의 용기에서는 말없이, 묵묵히 지켜보는 것. 그것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그런 거 말이다. 언젠가는 아이가 알아주겠지, 부모의 마음을. 엄마에게 안부를 전해야겠다.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어땠는지 묻고 싶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뭐가 되지 않아도, 뭐가 될지 알 수 없어도, 무언가를 향해 끝없이 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고 기쁘고 또 행복했다라고 한다. 이럴 때가 있었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아침이 기다려지고 모든 생각이 그 생각으로 꽉 차는 것. 그건 바로 열정과 희망을 만들어내는, 하고픈 일이다. 그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갖고 싶은 이유다. 엄마의 자전거에서는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 독한 이 말. 진실과 사실사이에 왜 사람들은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야 멋있어서. 감정 자체는 애매모호한 것이다. 부모에 대한 감정, 나도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다. 그냥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었을 따름이다. 4등이어도 괜찮아에서는 삶은 지혜를 터득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반문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가치관을 성립할 수 있을 터이다. 책은 그래서 중요하다. 경쟁은 미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해도 결국 알아차리니. 과도한 경쟁은 그래서 불편하다. 기억은 사라져도 기억은 남지에서는 실행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 안에서 발견한 지혜와 통찰. 그리고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편린들. 나도 그랬는데, 하는. 그래 맞아, 하는.


네 번째 골목에서는 광장의 촛불, 양성평등, 불평, 고통의 포르노, 고통의 증명, 생떼 부리기라는 익숙한 단어들과 생소한 단어들이 무게 중심을 옮겨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문제는 광장으로 끌어내되 해결은 인격을 담아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가슴을 울린다. 참고문헌 없음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는데, 내 속에 있는 거부감이 저자가 말하는 것과 같았다. 단지 남자라서가 아닌, 일방적으로 남자이기 때문에 받는, 그런 게 싫은 것이었다. 이 또한, 또 다른 차별이 아니지싶다. 쫓겨난 늑대는 어디로 가야 할까, 에서는 노 키즈 존, 맘충, 유대인 학살이라는 단어들의 연상물로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냄새난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다는 이유로 저지르는 폭력.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당방위인가. 학교폭력에서부터 성차별, 인종차별,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텔레반, 알카에다, IS 테러 단체에서부터 5공 세력들의 계엄령과 현대판 계엄령까지. 그리고 학력주의, 조직 내 권력 다툼에 이르기까지. 불평등의 무수한 형태와 행태들이 우리가 사는 곳곳에 숨어있다. 5공 세력 중에 하나인 허화평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할 때, 국민은 감동을 받는다는 허황된 말을 했다. 권력은 사실여부에 우선한다는 말이 실감된다. 자본이 꿈을 제한하는 사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공정사회는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기준이 성립될 때 이루어진다. 그 판단의 근거. 누가 옳고 그른 것인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법과 양심에 따라, 상식에 의거해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 그나마 가난을 불모로 가난과 싸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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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기본기 - 팔지 않아도 팔리는 것들의 비밀
주세훈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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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다 보면 마케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얼마 전 독서실을 운영할 때의 일이다.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문자를 날리고 작은 이벤트 행사를 한 적이 있다.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던 상황에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한 결과, 위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사업부장으로 있을 때, 제품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자연적으로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 마케팅을 알고 한 거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몸에 밴 의지의 산물이라고 할까. 하여튼 마케팅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수소문 끝에 마케팅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마치 신세계에 온 느낌이었다. 전혀 모르던 마케팅 지식은 생소했으므로 어려웠지만 단 맛이 났다고나 할까, 입에 착착 감기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 시대 등으로 정의되는 현재의 마케팅 시장은 빅데이터, IoT, AI, O2O 등등 기술의 홍수 속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시장 점유율보다 시간 점유율이 우선시되며,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과 동업이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생산자의 영역에까지 넘나드는 소비자가 존재하는데,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 협업 구조를 만들면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언제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 생각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다르게 말하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와의 동업’ 이다. 즉,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어떠한 혜택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더 이상 마케터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상상력에 있지 않고, 각종 데이터 분석과 의사소통 기술을 통해 정확하게 예측해내거나 자연스레 고객들에게 직접 제공받을 수 있기에 마케팅의 성공 확률은 높이고 비용은 줄여갈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살펴보고 어떻게 고객과 협업할 수 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케팅 시장은 변하고 있다. 마케팅의 본질은 시장 안에서 상품을 더 많이 팔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시장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마케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 과정은 결국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상품이 저절로 판매되고 기업이 성장해나가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마케팅의 기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마케팅이라는 불모지에 뛰어들어 새로운 사업구상을 할 수 있는 희열을 만끽하고자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떨림으로 마케팅의 세계로 떠나보자. 행운은 도전하는 자에게 주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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