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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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표출할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을 좋아하나보다. 이보다 더 훌륭한 형식은 없을 터이다. 그와 같은 소설을 우연찮게 접했다. 간결한 하드보일드 문체와 위트 있는 이야기 전개가 탁월한 이 소설은, 그 안에 멈출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정도 흥미를 유발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처럼 간결하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글쓰기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럼할 것이다.

 

이 소설의 주제를 파악해보았다. 좀처럼 들어나지 않는 주제는 책을 덮은 뒤에야 여운으로 그 안개를 걷히게 했다. 감동이 서서히 밀려오면서, 가볍지만 그렇다고 절대 가볍지 않은, 그 무언가에 머리를 한 대 갈겼다. 이 산뜻한 충격은 어디서 왔을까.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작은 쓰나미라는 말이 생각났다. 집보다 더 큰, 산보다도 더 큰, 그런 쓰나미가 아니었다. 서서히 작게, 눈에 띄지 않게 그렇지만 더 크게 남는 묘한 감정의 쓰나미였다. 후광처럼 여운만을 남겼다. 이 소설은 문장의 아름다움보다는, 문체의 힘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그걸 한 마디로 말하는 게 어려울 따름이다.

 

소설 중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옳다고 믿었던 것이 어쩌면 옳지 않은 행동일 수도 있다고. 그저 싫어만 했던 것에서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또 이런 말도 나온다.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고 믿으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

 

한국은 망했어요.”

(중략)

모두가 빡세게 살아서 제가 빡세게 사는 건 티도 안 나요. 안 빡세게 사는 애들은 잘사는 집 애들이에요. 빡세세 살 필요가 없는 거죠.“

(중략)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내가 세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복희는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간이었고 나 역시 그녀의 방식으로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 는 작가의 말처럼, 철학적인 말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통쾌함과 재치가 넘치는, 그러면서 따뜻한 위안을 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빡세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주는 따뜻한 성심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열대의 푸른 하늘을 인 채, 팔베개를 하고 누우니 눈꺼풀이 무겁다. 어떠한 무게보다 무거운 졸음을 이길 길이 없다. 패를 받아들이고 눈이 스르륵 감긴다.’ 그런 느낌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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