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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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 중 하나가 뇌일 것이다. 수많은 신경회로의 집약체이자 많은 에너지 소비가 필요한 뇌를 아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과 같다. 마음이 어디 있는지 물으면 한 동안은 가슴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마음이 뇌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마치 천둥번개를 맞은 듯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당신은 마음이 어디 있다고 보는가?

 

이 책 서두에 블랙박스 테스트에 대한 내용이 잠깐 나오는데,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뇌를 블랙박스로 본다면 우린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뇌에 대한 적확한 해석 없이 겉만 핥는 꼴이 되니 말이다. , 화이트박스 테스트처럼 조목조목 다양한 테스트케이스로 블랙박스의 안쪽을 세세히 파악할 때라는 얘기다. 이 책은 뇌의 구조를 행동 연구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 뇌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뇌의 해석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의학적 지식 위주로 다루면서도 독자들에게 쉽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 책은 상담사례를 통해 어렵기 만한 뇌 과학 및 의학지식에서 벗어나 알기 쉽게 독자들에게 접근한다. 가령, 선천적 맹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볼까? 습관 형성을 좌우하는 기억 회로가 따로 있다면? 절단 수술을 받은 다리가 못 견디게 가려울 땐 어디를 긁어야 할까……. 우리의 뇌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인식의 빈틈을 메우는가? 우리가 무심코 보는 것이 기분과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자세한 신경과학적 답변을 제공하면서 뇌가 어떻게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또한, 선천적 맹인이 환각을 볼 수 있을까? 심상 훈련만으로 우리의 신체활동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가짜 기억은 어디서 형성되며,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왜 스스로 간지럼을 태울 수 없나? 최면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마음이 무너지면 뇌는 어떻게 대응할까? 등 많은 질문을 던지며 그에 해당하는 답을 생각하게 한다. 생각을 이끌어내는 책은 좋은 책이다.

 

뇌는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마다 우리 몸의 무수한 감각을 통해 끊임없이 충격을 받는다. 이런 뇌가 항상 하는 일은, 영화 편집자처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카메라 영상과 오디오 녹음을 수집하고 편집하는 것이다. 뇌는 우리의 모든 생각과 조각조각 들어오는 인식을 합리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가 죽을 때까지 반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경험을 쌓고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스스로 느끼며 자아를 만들고 지켜낸다. 때로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도피처까지 만들어가는 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는 한편, 그동안 모르기 때문에 불안했던 것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눈이 열리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의 사례 자체도 흥미롭기 때문에 독자들은 어려운 의학적 지식이나 개념어부터 먼저 접하지 않게 된다. 또한 각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과 연계한 [뇌지도]를 첨부하여 실제 우리 뇌의 어느 구석에서 신호가 켜지고 꺼지는지 궁금한 독자들이 직접 찾아보며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잠재된 영역뿐 아니라 평생 맞닥뜨릴 미지의 영역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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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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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소중함.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깝지만 먼 당신이라는 어느 드라마의 문구처럼, 가족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웃지 못 할 그렇지만 웃어야 할 파란만장한 일들이 무수히 벌어진다. 실제 그 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고 생채기를 내며 나 좀 이해해달라고, 나 좀 알아달라고 아우성치는 무언극의 연기자와도 같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나오는 갑충처럼 각자의 방에 쳐 박혀 꼼짝달싹 못하는 소외된 인간.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거는 이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다. 다소 생소한 이름 작가이지만 펜포크너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타고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죽음』이라는 소설을 썼다. 암 선고를 받은 70세 노인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둘러싼 대가족의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또한 한 노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대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 어느 소설보다 유쾌하게 그려낸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그만큼 더 자주 부딪히고 배려를 종종 잊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원히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그들을 떠나보내는 날이 언젠가는 온다. 빅 엔젤 가족은 솔직함을 핑계 삼아 서로에게 상처주고, 미워하고, 때로는 질투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돌린 등 너머를 슬며시 돌아보며 화해를 청한다. 그 중심에는 죽음을 앞둔 빅 엔젤이 있다. 한때는 가족 위에 군림하던 가부장적인 아버지 빅 엔젤이 나이를 먹으며 몸도 마음도 왜소해진 모습은 국경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누군가는 앞으로 겪을 일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가슴 아프지만, 헤어짐이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들 앞에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난 빅 엔젤의 아버지처럼, 죽은 뒤에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온 빅 엔젤처럼, 한번 가족으로 맺어진 인연은 계속된다.

블랙코미디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블랙코미디는 희극의 한 형식으로서 고통 · 우연 · 잔혹 · 죽음이라는 비극의 제재로부터 웃음을 유발시킨다. 비극은 극이 다루는 개인적 고통의 의미를 충분히 전하며 대상과 거리를 두는 자기 방어적인 과정을 보여주어 관객을 웃게 만들지는 않는데, 블랙코미디는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이 바로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이다.

이 책의 평을 한마디로 한다면 ‘잊고 있던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소중한 가족이 옆에 있는데 외로움은 더 이상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족은 그 어느 것보다도 더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우리를 꽁꽁 묶어주는 매개체여야 한다. 2020년은 그런 다정함으로 소중한 가족에게 다가가 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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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동산 시그널 - 영리하고 민첩하게 규제의 틈새를 노려라
배용환 외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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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6일, 어제 발표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과연 이 규제로 인해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서울의 평균 집값이 9억 선이라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정부의 규제(부동산상한제, 대출규제 등)로 잡는다면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부동산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당연하듯이 내뱉는다. 마치 부동산이 아니면 돈을 벌 수 없다면서 이구동성 떠들어댄다. 땅이 좁고 유동 인구가 많아 집값만큼 크게 상승하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들의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꼭 정답은 아니다, 라는 것 또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돈의 가치가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10억을 넘어 20억을 호가하는 아파트도 비일비재하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 생태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자못 심각한 생각까지 해본다. 시장이 스스로 제동을 걸 수 없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도 있다. 전문가들은 10년 주기설을 말한다. 그 정화작용의 흐름을 잘 갈아타는 사람이 돈을 번다는 말까지 한다. 무수히 떠도는 말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따질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러한 맥락에서 2020년 다가올 부동산의 시그널을 감지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재개발·재건축, 청약·분양권, 경매, 상가, 토지, 절세’ 등 부동산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2020년 투자 시그널을 소개한다. 2017년 8·2 대책부터 가장 강력한 규제를 이어온 ‘재개발·재건축’ 파트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재당첨 제한’, ‘대출 제한’이라는 3대 규제를 분석하고, 역으로 이들 규제가 만들어낸 ‘풍선효과’의 최대 수혜 지역, 즉 투자의 기회와 돈이 몰리는 ‘상승지역’을 낱낱이 소개한다. 분양가상한제의 직격탄을 맞은 ‘청약·분양권’ 파트에서도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를 기회로 이용하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수요자에게는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로또’를 잡을 절호의 찬스이며, 저가점자라면 전매제한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수도권 입주예정단지에 주목하거나, 규제지역 외 전매가능한 분양권을 매수해 투자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경매’ 파트에서는 지역별 상승 에너지를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도록 돕는다. ‘강남’과 ‘강북’ 중 어디가 더 매력적인 투자처인지, ‘수도권’은 ‘서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지를 알면 2020년 경매 시장에서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 명확해질 것이다. ‘상가’ 파트 역시 ‘공실’이라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법을 전한다. ‘반값 경매’가 쏟아질 2020년에 ‘옥석’을 가려내는 법부터 추후 수익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구체적인 업종 소개까지 공실을 이겨내고 수익을 얻는 비법을 총망라했다. 규제에서 가장 자유로운 ‘토지’ 파트는 2020년 서해안을 주목한다. 거대한 교통 호재라는 서해안의 상승 동력을 살펴보고, 각자의 자금으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낱낱이 짚어본다. 마지막 ‘절세’ 파트에서는 2020년 살인적인 과세를 피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절세 트렌드를 친절히 해설한다. 특히 세무사로서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을 Q&A 형식으로 구성해 투자자라면 한번쯤 궁금했을 내용을 누구라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부동산은 욕망의 하녀와도 같다. 사람들은 욕망의 그 끝을 모르고 질주한다. 그러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이, 돈으로 욕망을 얻을 수 없다는 말로 대치해보면, 우리는 그 끝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는 인간의 발과 함께 멈춘다. 규제의 한계를 돌파하는 해법, 제동은 인간 스스로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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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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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과 특별함이 꿈틀대는 곳.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는 곳. 낮과 밤, 선과 악이 부딪치는 곳.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잿빛 흙먼지만 풀풀 날리던 쑥대밭 같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변모에 변모를 거듭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도시를 지칭한다. 70년 사이 신세계로, 대도시로 변한 우리 삶의 터.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이 모이는 곳.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스토리가 있는 도시이야기.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이름의 성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계획된 절차에 따라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 일을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그곳에서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일하고 나면 어느새 경쟁에 지친 패전 병이 되어 안락한 공간인 집으로 향한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반복되는 쳇바퀴를 돌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게 우리네 일상의 모습이다. 그곳에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이야기, 도시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도시 이야기엔 끝이 없다. 권력이 우당탕탕 만들어내는 이야기, 갖은 욕망이 빚어내는 부질없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얽히며 벌이는 온갖 갈등의 이야기, 보잘것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삶의 세세한 무늬를 그려가는 이야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인간관계의 선을 잇는 이야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는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도시 안에 녹아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오역칠정이 점철된 공간이 바로 도시이다. 그 은폐된 공간속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꽁꽁 숨겨져 있다. 도시는 나의 이야기이며, 누구나 도시를 만드는 데 한 역할을 한다. 혹자는 도시에 대해 복잡하고 어렵다, 라는 말도 하지만, 자신과 결부된 얘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갑자기 생경한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반반 섞인 짬짜면과 비슷하다. 짬봉과 짜장면이 한 그릇에 혼합되어 있지만, 구분이 분명한 그 무엇이 도시가 아닌가싶다. 열탕도 있고 냉탕도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도시인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열두 가지 콘셉트를 따라서 전개된다. 콘셉트 1.익명성에서는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약속이다, 라고 말한다. 콘셉트 2.권력과 권위에서는 도시를 유지하는 힘의 뿌리는 권력이라고 말하고. 콘셉트 3.기억과 기록에서는 한 사회의 정체성이 흔들리거나 위협받을수록 기록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과 비슷하다, 라고 얘기한다. 콘셉트 4.알므로 예찬에서는 비판의 시각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신의 도시를 제대로 예찬하는 역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라는 것을. 콘셉트 5.대비로 통찰에서는 속깊은 모방은 새로운 창조의 어머니가 될지도 모른다, 라고 모방의 중요성을. 콘셉트 6.스토리텔링에서는 아름답고 영광 가득한 스토리뿐 아니라 아프고 괴롭고 부끄러운 역사까지도 스토리의 원천이 된다, 라고 말한다. 콘셉트 7.코딩과 디코딩에서는 공간을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함의를 코딩하고, 사람들은 그 함의를 디코딩하면서 공간을 쓴다, 라고. 콘셉트 8.욕망과 탐욕에서는 인간의 근본적 욕망이 체계화되고 합리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란 그 욕망이 최대한으로 전개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콘셉트 9.부패에의 유혹에서는 여전히 특혜와 반칙이 횡행하고 불투명한 과정과 오리무중의 잣대 속에서 부패에의 유혹은 끊이지 않는다, 라는 것을. 콘셉트 10.이상해하는 능력에서는 자신의 문화를 이방인의 눈으로 보듯 낯설게 보고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들, 여기에서부터 개선과 혁신과 변화가 태동한다, 고 말한다. 콘셉트 11.돈과 표에서는 도시 간 양극화, 도시 속 양극화로 자칫 디스토피아로 향할지도 모른다, 고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마지막 콘셉트 12.진화와 돌연변이에서는 좀 더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촉발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도시 만들기 방식은 무엇일까? 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우리들 삶 속에 있는 도시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주장한 객관적 실재와 가상의 실재가 생각난다. 도시는 어디에 속할까. 눈에 보이니까 강, 나무, 사자처럼 객관적 실재일까, 아니면 신, 국가, 법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실재일까. 여러분은 어디에 속한다고 보는가. 도시라는 성에 갇힌 우리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디에 속하는가.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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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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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다는 데에 안도하고 안심하고 고맙고 눈물이 나요. (…) 저를 읽고 기억하거나, 잊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있어주어 고마워요.”

만약 이 책의 저자 김사월의 이 말을 자살로 마감한 유명 연예인들이 미리 봤으면 어땠을까, 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젊음의 특권 중에 하나가 방황이라고 하는데, 그걸 못 견디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 요즘 젊은이들의 방황은 사뭇 우리 때와 다른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또 하나,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무차별 비방이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타인에 대한 공격이 그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가. 첫 번째는 익명성의 보호로 인한 무책임이 문제다.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익명성을 중요시 여기는데, 오히려 그게 부메랑이 되어 내가 아닌 타인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니 두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는 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 무한경쟁에서는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세 번째는 이러한 문제점을 불구경하듯 그저 방관하는 우리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이 원죄의 씨앗은 사회이므로 그것(사회)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개인이 발버둥 쳐봤자 잔잔한 호숫가의 물 제비 수준일 터이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다시 저자의 마음으로 들어가 보자. 그녀는 가사를 전하는 뮤지션이다. 그녀의 첫 산문집에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불완전한 개인의 ‘사랑하는 미움들’에 관한 이야기가 그만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진심 어린 위로를 기대하기 어렵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끊임없이 ‘방황하는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온통 미워하는 모습일지라도, 그 미움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를지라도 지금의 자신이 예전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김사월.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김사월은 그늘진 곳에서 찾아낸 말들로 독자의 마음에 신호를 맞춘다.

빠르게 스크롤되는 스마트폰의 스크린 속 사진과 글들을 보며 저자는 “세상의 사진 찍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비해 나의 외면은 너무 부족하고, 리트윗과 하트를 받는 글들에 비해 나의 내면은 너무 부족하다”고 고백한다. 저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걱정 역시 저자의 고민과 닮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스스로가 초라하다고 느껴지고, 그 때문에 슬퍼질수록 “내가 여기 살아 있다고 존재를 외치고 싶어 했고, 그 감정에 이끌려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어왔다.” 그래서인지 두렵고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토해내듯 적어낸 김사월의 문장을 읽다 보면 줄곧 도망치고 싶었던 각자의 어둠을 또렷이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김사월이 그늘진 곳에서 찾아내어 꾹꾹 눌러 쓴 진심 어린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다. 나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당신은, 지금 괜찮냐고. 혹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자책하며 아파하고 있느냐고. 당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여기 살아가고 있다고.

사두에서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으로 내면의 강화를 말하고 싶다. 내면이 강하면 외부의 공격이 아무리 험난해도 물리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면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이는 책을 통해, 어떤 이는 취미로, 또 어떤 이는 음악과 여행을 통해. 그러고 나서 자신의 내면을 강화한 사람들끼리 연대하면 우리를 헐값으로 보는 사회에 한 방을 먹일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그날을 고대하며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 보는 눈을 가졌으면 한다. 나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당신은, 지금 괜찮냐고?,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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