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살아 있다는 데에 안도하고 안심하고 고맙고 눈물이 나요. (…) 저를 읽고 기억하거나, 잊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있어주어 고마워요.”

만약 이 책의 저자 김사월의 이 말을 자살로 마감한 유명 연예인들이 미리 봤으면 어땠을까, 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젊음의 특권 중에 하나가 방황이라고 하는데, 그걸 못 견디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 요즘 젊은이들의 방황은 사뭇 우리 때와 다른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또 하나,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무차별 비방이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타인에 대한 공격이 그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가. 첫 번째는 익명성의 보호로 인한 무책임이 문제다.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익명성을 중요시 여기는데, 오히려 그게 부메랑이 되어 내가 아닌 타인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니 두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는 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 무한경쟁에서는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세 번째는 이러한 문제점을 불구경하듯 그저 방관하는 우리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이 원죄의 씨앗은 사회이므로 그것(사회)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개인이 발버둥 쳐봤자 잔잔한 호숫가의 물 제비 수준일 터이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다시 저자의 마음으로 들어가 보자. 그녀는 가사를 전하는 뮤지션이다. 그녀의 첫 산문집에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불완전한 개인의 ‘사랑하는 미움들’에 관한 이야기가 그만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진심 어린 위로를 기대하기 어렵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끊임없이 ‘방황하는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온통 미워하는 모습일지라도, 그 미움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를지라도 지금의 자신이 예전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김사월.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김사월은 그늘진 곳에서 찾아낸 말들로 독자의 마음에 신호를 맞춘다.

빠르게 스크롤되는 스마트폰의 스크린 속 사진과 글들을 보며 저자는 “세상의 사진 찍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비해 나의 외면은 너무 부족하고, 리트윗과 하트를 받는 글들에 비해 나의 내면은 너무 부족하다”고 고백한다. 저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걱정 역시 저자의 고민과 닮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스스로가 초라하다고 느껴지고, 그 때문에 슬퍼질수록 “내가 여기 살아 있다고 존재를 외치고 싶어 했고, 그 감정에 이끌려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어왔다.” 그래서인지 두렵고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토해내듯 적어낸 김사월의 문장을 읽다 보면 줄곧 도망치고 싶었던 각자의 어둠을 또렷이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김사월이 그늘진 곳에서 찾아내어 꾹꾹 눌러 쓴 진심 어린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다. 나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당신은, 지금 괜찮냐고. 혹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자책하며 아파하고 있느냐고. 당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여기 살아가고 있다고.

사두에서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으로 내면의 강화를 말하고 싶다. 내면이 강하면 외부의 공격이 아무리 험난해도 물리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면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이는 책을 통해, 어떤 이는 취미로, 또 어떤 이는 음악과 여행을 통해. 그러고 나서 자신의 내면을 강화한 사람들끼리 연대하면 우리를 헐값으로 보는 사회에 한 방을 먹일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그날을 고대하며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 보는 눈을 가졌으면 한다. 나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당신은, 지금 괜찮냐고?,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