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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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과 특별함이 꿈틀대는 곳.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는 곳. 낮과 밤, 선과 악이 부딪치는 곳.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잿빛 흙먼지만 풀풀 날리던 쑥대밭 같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변모에 변모를 거듭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도시를 지칭한다. 70년 사이 신세계로, 대도시로 변한 우리 삶의 터.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이 모이는 곳.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스토리가 있는 도시이야기.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이름의 성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계획된 절차에 따라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 일을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그곳에서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일하고 나면 어느새 경쟁에 지친 패전 병이 되어 안락한 공간인 집으로 향한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반복되는 쳇바퀴를 돌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게 우리네 일상의 모습이다. 그곳에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이야기, 도시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도시 이야기엔 끝이 없다. 권력이 우당탕탕 만들어내는 이야기, 갖은 욕망이 빚어내는 부질없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얽히며 벌이는 온갖 갈등의 이야기, 보잘것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삶의 세세한 무늬를 그려가는 이야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인간관계의 선을 잇는 이야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는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도시 안에 녹아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오역칠정이 점철된 공간이 바로 도시이다. 그 은폐된 공간속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꽁꽁 숨겨져 있다. 도시는 나의 이야기이며, 누구나 도시를 만드는 데 한 역할을 한다. 혹자는 도시에 대해 복잡하고 어렵다, 라는 말도 하지만, 자신과 결부된 얘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갑자기 생경한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반반 섞인 짬짜면과 비슷하다. 짬봉과 짜장면이 한 그릇에 혼합되어 있지만, 구분이 분명한 그 무엇이 도시가 아닌가싶다. 열탕도 있고 냉탕도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도시인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열두 가지 콘셉트를 따라서 전개된다. 콘셉트 1.익명성에서는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약속이다, 라고 말한다. 콘셉트 2.권력과 권위에서는 도시를 유지하는 힘의 뿌리는 권력이라고 말하고. 콘셉트 3.기억과 기록에서는 한 사회의 정체성이 흔들리거나 위협받을수록 기록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과 비슷하다, 라고 얘기한다. 콘셉트 4.알므로 예찬에서는 비판의 시각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신의 도시를 제대로 예찬하는 역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라는 것을. 콘셉트 5.대비로 통찰에서는 속깊은 모방은 새로운 창조의 어머니가 될지도 모른다, 라고 모방의 중요성을. 콘셉트 6.스토리텔링에서는 아름답고 영광 가득한 스토리뿐 아니라 아프고 괴롭고 부끄러운 역사까지도 스토리의 원천이 된다, 라고 말한다. 콘셉트 7.코딩과 디코딩에서는 공간을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함의를 코딩하고, 사람들은 그 함의를 디코딩하면서 공간을 쓴다, 라고. 콘셉트 8.욕망과 탐욕에서는 인간의 근본적 욕망이 체계화되고 합리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란 그 욕망이 최대한으로 전개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콘셉트 9.부패에의 유혹에서는 여전히 특혜와 반칙이 횡행하고 불투명한 과정과 오리무중의 잣대 속에서 부패에의 유혹은 끊이지 않는다, 라는 것을. 콘셉트 10.이상해하는 능력에서는 자신의 문화를 이방인의 눈으로 보듯 낯설게 보고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들, 여기에서부터 개선과 혁신과 변화가 태동한다, 고 말한다. 콘셉트 11.돈과 표에서는 도시 간 양극화, 도시 속 양극화로 자칫 디스토피아로 향할지도 모른다, 고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마지막 콘셉트 12.진화와 돌연변이에서는 좀 더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촉발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도시 만들기 방식은 무엇일까? 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우리들 삶 속에 있는 도시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주장한 객관적 실재와 가상의 실재가 생각난다. 도시는 어디에 속할까. 눈에 보이니까 강, 나무, 사자처럼 객관적 실재일까, 아니면 신, 국가, 법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실재일까. 여러분은 어디에 속한다고 보는가. 도시라는 성에 갇힌 우리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디에 속하는가.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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