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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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소중함.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깝지만 먼 당신이라는 어느 드라마의 문구처럼, 가족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웃지 못 할 그렇지만 웃어야 할 파란만장한 일들이 무수히 벌어진다. 실제 그 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고 생채기를 내며 나 좀 이해해달라고, 나 좀 알아달라고 아우성치는 무언극의 연기자와도 같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나오는 갑충처럼 각자의 방에 쳐 박혀 꼼짝달싹 못하는 소외된 인간.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거는 이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다. 다소 생소한 이름 작가이지만 펜포크너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타고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죽음』이라는 소설을 썼다. 암 선고를 받은 70세 노인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둘러싼 대가족의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또한 한 노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대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 어느 소설보다 유쾌하게 그려낸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그만큼 더 자주 부딪히고 배려를 종종 잊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원히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그들을 떠나보내는 날이 언젠가는 온다. 빅 엔젤 가족은 솔직함을 핑계 삼아 서로에게 상처주고, 미워하고, 때로는 질투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돌린 등 너머를 슬며시 돌아보며 화해를 청한다. 그 중심에는 죽음을 앞둔 빅 엔젤이 있다. 한때는 가족 위에 군림하던 가부장적인 아버지 빅 엔젤이 나이를 먹으며 몸도 마음도 왜소해진 모습은 국경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누군가는 앞으로 겪을 일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가슴 아프지만, 헤어짐이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들 앞에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난 빅 엔젤의 아버지처럼, 죽은 뒤에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온 빅 엔젤처럼, 한번 가족으로 맺어진 인연은 계속된다.

블랙코미디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블랙코미디는 희극의 한 형식으로서 고통 · 우연 · 잔혹 · 죽음이라는 비극의 제재로부터 웃음을 유발시킨다. 비극은 극이 다루는 개인적 고통의 의미를 충분히 전하며 대상과 거리를 두는 자기 방어적인 과정을 보여주어 관객을 웃게 만들지는 않는데, 블랙코미디는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이 바로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이다.

이 책의 평을 한마디로 한다면 ‘잊고 있던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소중한 가족이 옆에 있는데 외로움은 더 이상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족은 그 어느 것보다도 더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우리를 꽁꽁 묶어주는 매개체여야 한다. 2020년은 그런 다정함으로 소중한 가족에게 다가가 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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